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 - 카운터 너머에서 배운 단짠단짠 인생의 맛
봉달호 지음, 유총총 그림 / 시공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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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

<오늘도 지킵니다, 편의점> 봉달호 저/유총총 그림 ⓒ시공사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생긴 지 어느덧 30여 년이 흘렀다.

이제 편의점이 없는 거리가 없을 정도로 익숙해지고 많아졌다. 하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정들은 잘 모른다. 이렇게 유쾌한 봉달호 작가님께서 본캐 점주로서의 삶을 풀어내지 않았다면 말이다.

 

부캐 작가로서 편의점에서 펼쳐지는 일상들을 '지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얘기를 펼쳐나가고 있다.

하루하루가 모이고 지켜져 단단하고 폭신해지는 관계가 된다는 작가님의 말씀!

여러 글 중 <냉정과 열정 사이>가 기억에 남는다.

편의점 운영 초기에 장담하는 일을 자주 했던 작가님.

손님과의 약속이 몇차례 어긋나고는 사무적으로 변하게 되었단다. 약속을 어겨 손님을 울게 만들기도 하고, 사가겠다는 약속해 준비해놨더니 노쇼를 당하기도 하고, 알바생들과의 불협화음을 겪기도 한다. 그래서 냉정과 열정 사이,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시월의 오후 2시쯤 되는 그런 온도가 좋은 것 같단다.

편의점 하루에 녹아있는 인생사 얘기를 봉달호 작가님 특유의 유쾌한 문체로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한 온도로 풀어내고 있다.

매년 편의점에서 시간의 흐름을 읽는다. 

 


 

쉿! 우리만 알아요.

편의점 곳곳에 숨은 비밀들을 이렇게 다 말해도 되는 것인가 싶다가도 우리는 "오~~ 아~~ 에고~~ 하하하" 공감하면서 읽으면 되지 싶다.

편의점에는 여행권이 걸린 대회가 있다? 없다?

정답은 '있다'. 이제 편의점에 들렀을 때 유독 특정 상품이 눈에 띄면 '아, 혹시~~'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다. :)

'오롯이 한 생명체의 힘으로' 생산되는 유일한 제품이 있다. 바로 우유!!!

우유를 상품 자체로 마시기도 하지만, 이용하여 다양한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라테, 빙수, 아이스크림 등 여름이 되면 우유 소비량이 증가한다. 하지만 소는 여름이면 힘들어 생산량이 준다. 반대로 겨울이 되면 힘이 넘쳐 생산량이 증가하는 데 우리가 오히려 소비량이 준다. 그래서 젖소들이 힘들다. 인간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 오늘도 젖소들은 힘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젖소야,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진짜인가 가짜인가> 편이 인상적이라 잠깐 쉬어간다. 편의점에는 특이한 상품들이 많다. 이름이나 모양만이 아니라 별의별 걸 다 판다. 반려견 보험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는 본사 안내장에 당황하는 작가님. ㄴ@.@ㄱ

소매업, 외식업, 통신업, 물류업에 이어 금융업까지 진출하다니, 정말 없는 것 없는 편의점 월드이다.

작가님의 복제품과 돌려 막기 재탕들에 대한 염려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과 대세라면 무조건 쫓고 보는 세태가 당혹스럽고 염려스럽다.

 

젖소, 호빵, 호빵 찜기 등을 의인화해서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으로 좀 더 경청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다들 이야기를 잘하는 친구들이다. :D

 



 

코로나19, 어둠의 끝자락은 보일락 말락 아직 희미하지만 가족, 이웃, 친구, 동료가 있어 끝내 이기리란 희망만큼은 또렷하다.

 

<네 전화에 심장이 쿵쾅거려>

코로나19 초창기 때 너울인 줄 알고 늘어나는 개인위생용품 판매량에 좋았던 작가님. '겪어본 일'의 반경 안에 있던, '예상'의 범위 안에 있던 일인 줄 알았는데 해일이고, 지진이고, 끝도 없는 터널이었다.

"올 것이 왔다."

작가님 친구분인 정욱 씨,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을 꼭 전화로 이렇게 알린다.

 

심장이 쿵쾅거린다고 전화하지 말라는 작가님 말을 뒤로하고 계속 전화를 하는 근성의 사나이다. ♡

"네 맘 이해해. 힘내자."

"이 말밖에 할 수 없어 미안하다. 힘내."

 

정말 코로나19로 다 힘들지만, 특히 자영업자들이 다각도로 타격을 받고 있으니 안타깝다. 그 힘든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생업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멋지다. 얼른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19 극복하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코로나19로 부서진 일상이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나만이 힘들고 나만이 죽을 것 같다. 그런데 나만이 아니었다.

다 그렇게 힘든 터널을 건너고 있음을 아는 순간, 손을 잡아주고 일으켜 세워주고 어두운 길 함께 걸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우리, 모두 힘내요.

 




 

불확실 가운데 나름의 확실을 구하며 느릿느릿 걸어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내일을 지킨다.

 

<사라진 이름들>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참 많은 것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편하고 좋고 깨끗하다. 그래서 '편의'점이다. 그럼에도 역시 뭔가 쓸쓸한 공기가 피부를 훑고 지나간다. 누군가의 편의 뒤에 울면서 떠난 이들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제는 볼 수 없는 개인 슈퍼마켓, 도매상, 대리점, 영업소 등 중간 상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경제성, 효율성, 편리성 이런 이유로 떠난 이들은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 책을 눈물로 썼다는 작가님 에필로그를 읽고 뜨끔했다. 이 시국에도 잘 버티고 있구나. 유머로 이겨나가고자 힘을 내는구나. 생각했는데, 마음으로 울었다는 글에 마음이 아팠다.

날씨는 이미 열대야인데 왜 상황은 시베리아 벌판인지. 녹지 않는지......

 

내가 살려고 웃었다. 그것까지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을 것만 같았다.

 

본캐 점주, 부캐 작가를 위해 달리기를 시작한 봉달호 작가님, 신발 끈 묶고 자신만의 출발선에 섰다.

자, 달리자.

 

편의점 안에서 변해가는 주위 풍경을 바라보고 사람들과 함께 세월을 가늠하는 일을 묵묵히 해낸다. 평소와 같은 오늘을 이어가는, '지키는 삶'이라 여운이 남는다.

덕분에 특별하지 않더라도 하루를, 오늘을 이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지키고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코로나19 팬데믹 잘 이겨내고 마스크 벗고 웃고 싶다.

코로나19로 힘든 일상 속에서 즐거운 소재들을 찾고 찾아 웃음과 힘을 북돋아주고, 일상 속에 숨은, 깨닫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소박하지만 소중한 믿음까지 전해준 고마운 책이다.

유쾌한 봉달호 작가님과 귀엽고 사랑스러운 유총총 일러스트레이터님 조합으로 이런 색감 톡톡 터지는, 상큼한 책이 탄생했다. 울적할 때마다 지칠 때마다 곁을 지키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깜빡할 때마다 펼쳐볼 것이다. ☆


<시공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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