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 아스트랄 개그 크로스오버 단편집
정재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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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을 공간을 확보하고 펼치자. 아니면 주위의 날카로운 시선을 이겨낼 수 있는 뻔뻔함을 장착하자.


와~~~~~~~우!

한번 펼치면 마지막 장까지 완주할 수 밖에 없는 단편집을 만났습니다.

다 읽고나서는 '나만 즐길 수 없다. 나만 즐기면 안타까운 이 개그를, B급 감성을 널리 알려야 겠다.' 는 굳은 의지를 다졌습니다. 가족부터 시작입니다.


아스트랄? 책 소개 곳곳에 묻어나는 독특함에 관심이 가는 책입니다. 아스트랄은 사전적으로는 '별의', '환상적인', '영적 세계의' 등의 의미로 쓰입니다. 보통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이나 너무 황당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쓰인다고 하네요.

<아스트랄 개그 크로스오버> 라는 책소개는 포인트를 제대로 잡았습니다.


결혼전에는 남편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즐겼는데 결혼하고는 육아로 가보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를 만나 오랜만에 B급 감성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개방된 B급 매니아는 아니고, 소심한 B급 매니아로 약간의 낯가림이 있는 저인데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는 미묘한 선을 지키며 불쾌와 쾌감 완급조절에 성공한 책입니다.

<작가진>



개그에 진심인 11인 작가가 뭉쳐 완성된 단편집으로, 작가진의 필명에서부터 아무라가 느껴져 소개하지 않을 수 없네요. 정직한 본명같이 느껴지는 작가명부터 주제의식이 느껴지는 필명까지 자연스레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퐁퐁 샘솟습니다.




정재환 - 창고

한고요 - 오징어를 위하여

강엄고아 - 임여사의 수명 연장기

그린레보 - 죽음에 이르는 병, 발기부전! 그대로 놔두시겠습니까?

0 - 당신이 평창입니다

정도경 - 생매장 여관의 기이 奇異

사피엔스 - You are what you eat

삶이황천길 - 무하마계지하던전

유기농볼셰비키 -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이경희 - 살아 있는 조상님들의 밤

탱탱 - 목탁 솔로



정재환 작가님의 <창고>으로 첫페이지를 장식한 건 신의 한수였어요. 다음이 궁금할 만큼 자극이 되는 개그 장르소설이었습니다. 주변인물들의 그렇다더라로 시작된 박부장을 둘러싼 미스터리들이 퍼즐조각처럼 짜맞춰지는 순간, 우리는 정프로와 같이 흥분하고 복수를 향한 극강의 쾌감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결말은 꼭 책에서 확인하기로. 🤫



11편 모두 개성 강한 작품으로 각기 다른 재미와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유로파 오징어 여왕이 태양계의 안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한고요 작가님의 <오징어를 위하여>는 맛있는 냄새 가득한 이야기였습니다.


정도경 작가님의 <생매장 여관의 기이>는 마그네슘 영양제를 많이 먹어 마그네슘워먼이 된 그녀가 생매장 여관을 방문하여 겪는 신비로운 체험을 그리고 있습니다. 차별없이 다양한 생물들이 삶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사표를 내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자 하는 그녀는 오늘도 생매장 여관 666호에 묵고 있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강엄고아 작가님의 <임여사의 수명 연장기>입니다. 최근에 '신과 함께' 영화를 재시청해서인지 저승사자들과 가신들이 반가웠어요. 저승사자들이 웹소설에 열광하고 그 작가의 수명을 늘이기 위해 노력하는 일련의 과정을 과장되고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중학생 딸에게 추천해줬더니 웃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초등학생 남동생에게 읽어주기도 하고 재밌게 잘 읽었답니다. 한국 토종 판타지 매력을 잘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


그외 단편들 모두 다 소개해주고 싶지만, 직접 읽어보면 훨씬 더 즐거우리라 생각되어 미련을 버립니다. 강추 초강추!

웃다 배꼽 빠질 수도 있고,

주위사람들이 "미쳤냐?", "무섭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아들에게 "엄마, 왜 그래요? 무서워." 소리를 들었답니다. 낄낄거리고 혼잣말 하면서 읽었다고 하더군요. ^^;;;

뻔뻔함을 장착하세요. 없으면 주문하세요. 미남배달원이 슈~웅 배달해줄겁니다. (책 읽은 이들만 이해하는 표현♡)


개연성 따지지 않고 황당무개한 글에 거부감없이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주위사람들에게 책을 소개해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일상에서 소재를 뽑아내고 주제를 펼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작가진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계속 쭈욱 많이 작품 내주시길 바랍니다. 충성을 맹세합니다.

<죽음에 이르는 병, 발기부전! 그대로 놔두시겠습니까?>에서 나온 명언으로 마무리할게요.

우리네 인생은 매우 사소한 흥분감으로 맥박을 되살릴 수도 있습니다.

거창할 거 없는 그 사소함이 우리를 살릴 수 있습니다.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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