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자본주의자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고 완전한 삶
박혜윤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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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지만 완전한 삶 -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을 만났습니다.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저

나이 마흔 언저리에서 부부가 은퇴를 하고 미국 시골마을에 들어가 생활하기 시작합니다.

세상의 속도에 맞추기 버거워진 순간, 새로운 생활을 실험하듯이 시작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기자 생활을 하고, 그 후 미국에서 교육 심리학 박사 학위까지 딴 저자는 미련 없이 시골 마을로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떠납니다. 그렇게 시골 생활을 시작한 그들은 벌써 7년째 자유로운 삶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큰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었고, 미취학 아동이었던 둘째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습니다. 시작은 선택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선택할 수 있는 아이들의 마음도 궁금해집니다. 책을 통해 간간이 소개되는 아이들을 살펴보면 그 생활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견고한 그들만의 성에서 연결된 무언가를 공유한 가족들이 느껴집니다.



나름 엘리트 사회 구성원이었던 저자는 치열하게 살아가야 하는 세상의 속도에 따라갈 수 없었다고 합니다. 저는 세상의 욕구와 욕망에 타협하지 않은 거라 생각이 드네요. 글 곳곳에서 저자의 욕망이, 굳은 심지가 드러나니까요.

아무리 사회가 칭송하는 가치라도 내가 원하지 않으면 추구하지 않는다. (p.86)

나만의 월든을 찾아 떠난 저자는 소로의 [월든]에서 삶의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가르칠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챕터를 읽어보면 소로는 연장자들로부터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을 듣거나 배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단언합니다. @.@

여기서 염려에 두어야 할 것은 연장자와 젊은이를 가르는 나이의 기준이 없다로, 우리 누구나 늙은이이기도 하고 젊은이이기도 합니다. 소로는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얻어 가는 과정이 아니라 잃는 것이라 합니다. 산다는 것은 매 순간의 선택을 쌓는 것이고, 오로지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기에 버려진 무한히 많은 가능성이 생기게 되므로 잃는 것이라 합니다. 어느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으니, 우리는 젊음에서 배워야 한다고 합니다.

젊음 자체가 가진 무수한 가능성 앞에 나 자신을 활짝 열어놓으라는 뜻이다. (p.107)

정규 수입원이 없는 가족은 금, 토 일주일에 2번 빵을 판매합니다. 발효빵과 스콘이 될 때도 있고, 바나나 빵일 때도 있는 달달한 빵. 이렇게 2가지 빵만을 판매합니다. 발효빵을 팔고 싶은데 구매자들은 스콘을 사고 싶어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만들고 팔고 싶은 발효빵을 굽습니다. 돈 쓰는 사람의 마음에 맞출 생각이 없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고집하는 대가로 돈을 적게 벌거나, 돈을 쓰는 사람에게 맞춰 많이 벌고자 하거나,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내가 결정하는 순간 이미 능동의 세계로 넘어간다. (p.127)

<참을 수 있는 가난> 챕터 속 카뮈의 《시시포스의 신화》를 차용하여 가난이 참을 수 있는, 삶에 필요한 '고통'이라는 점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가난을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자본주의 세상 속에서 느끼는 돈에 대한 상대적 빈곤, 박탈감을 깨닫고 돈에 끌려다니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기준이 다르기에 세상은 더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질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주체적이고 독립된 개개인이 모여 연결되는 흥미로운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게 됩니다.

 도서 소개 글 사진

세상의 속도에 맞추지 못해 시골로 이사 가게 되지만, 이는 결코 고립하거나 고독하고자 함이 아니었습니다. 저자는 정기적인 임금노동에 종사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도 생존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따라 더 적은 생활비로 살 수 있는 시골로 이사 온 거죠. 그리고 이 실험 같은 생활로 자본주의의 긍정적인 측면을 최대한 누리면서 생활하고 있기에 <숲속의 자본주의자>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생존에 힘써야 했던 시대를 벗어나 자본주의가 가져온 생산성 좋은 시대에 살고 있기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의 자유가 허락된 것이니까요.

숲속에서 생활하면서 자신만의 월든을 찾아가면서 저자네 가족들은 은둔생활을 하지 않고, 트럼프 지지자인 이웃과 소통하고 빵을 판매하기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합니다. 이렇게 타인과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관계 속에서 연결되어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나를 발견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길을 잃고 나서야, 즉 이 세상을 포기하고 나면, 바로 그때부터 우리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있는 그 자리를 깨닫게 되면 드디어 우리가 맺고 있는 무한한 관계가 보이는 것이다. (p.176)

저자는 버리고 포기하고 살아가는 데 역설적으로 채워지고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고, 자유로운 삶이 펼쳐진다고 얘기합니다. 중독됐던 커피, 술, 인터넷을 끊음으로써, 거리를 둠으로써 예전과는 다른, 더 풍부하고 더 감사한 무언가, 그것 없이도 나다울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게 되었답니다.



책을 읽으면서 능동적인 삶의 태도와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포기를 해도 적절한 때에 내가 하고, 소유하고자 할 때 처리하는 문제를 생각해 욕구를 조절하고, 나를 평가하는 수많은 이들 중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도 내가 선택하는 능동의 세계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를 발견하는 것. 나의 욕구, 장점, 단점, 외모, 성격, 말투 등 온갖 나를 이루는 모든 것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부러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끝은 아무도 모릅니다. 저자님처럼 아무렇게나, 언제든 그만둬도 된다는 마음으로 용감하고 살아갈 수 있으려면 먼저, 내려놓는 연습부터 해야겠습니다. 힘들 때 꺼내볼 수 있는 마음이 편해지는, 자신을 억압하지 않는 내가 되고 싶을 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나 행운입니다.

<다산초당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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