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음과 모음 트리플 시리즈 5
<마음만 먹으면 >
새로운 작가를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다는 트리플 시리즈 취지처럼, 이 작품을 통해 장진영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 작품 또한 시리즈 다른 작품들처럼 세 개의 단편과 에세이 한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 곤희
- 마음만 먹으면
- 새끼돼지
- 에세이_한들
세 작품 모두 사건들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데, 등장인물들 간 감정선들이 묘한 마찰을 일으키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였다. 건조하고 깔끔한 문체가 그 느낌을 배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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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희>는 피해자이면서 동조자인 열아홉 살 곤희를 맡게 된 나 이야기이다. 나는 법에 따라 판결하는 정의로운 판사이다. 내가 판결한 어느 부인이 죽고, 이를 질책하듯이 부장과 선배는 나를 시험한다. 열아홉 살 생일전에 보육원을 떠나야 하는 곤희를 이틀간 돌보는 임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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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는 다른 이미지의 곤희를 만나고 내가 망설여지는 것이 느껴진다. 주어진 역할을 해내고 싶은 욕심과 곤희에 대한 애처로움이 가져온 선의, 인간적인 호기심 사이에서 갈등한다.
곤희와 보내는 이틀, 나는 곤희가 살 집에도 가보고 그녀가 가보고 싶다고 한 보육원에도 가본다. 예전에 곤희가 살았던 곳, 이제부터 곤희가 살아갈 곳. 선명하게 대립되는 공간에서 곤희의 이미지는 한결같다.
곤희가 떠나기 전날 밤에 차려준 파인애플 안주와 챙겨간 파인애플 통조림 뚜껑을 떠올려 보면 곤희는 피해자이자 동조자인 것 같다. 자신의 슬픔을 늘여놓고 위로해 주는 이들의 감정을 극대화하면서 본인은 저만치 멀리서 무심히 바라본다. 곤희를 보내고 나는 또 다른 제의를 거절한다. 이게 정답인 걸까? 곤희의 "선생님은 좋은 사람이에요."라는 말은 당혹스럽다. 도움을 청하는 말이 아니라, 관계를 끊는 말이다. 그걸 알아차리는 나 또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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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에서 엄마와 나의 관계와 나와 딸의 관계가 교차되면서 보여준다. 나는 엄마한테 제대로 양육되지 못하고 버림 당한 채 정신병원에 갇혔다. 엄마는 나도 모르고 자신도 모르는 나의 병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 자신을 증명하는 것인지 먹지도 못하는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나를 찾아온다. 소통하지 못하는 괴로움은 나를 더 말라 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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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가 되어 똑같이 딸을 키우면서 달라지려 한다. 마음으로 아이를 키운다. 마음과 마음이 닿는 스킨십을 나누면서 처음인 엄마 노릇을 스스로 알아낸다. 어린 시절 하굣길에 넘어진 기억, 불행과 우연히 충돌했다고 우연에는 이유가 깃들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게 내 병의 시작이고 원인이었을 것이다. 내 딸이 하원 길에 넘어졌다. 나를 바라보며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묻는 딸에게 나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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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아이에게 예전에 기억 속에 두고 온 노래 가사를 들려준다. 이별, 그리움, 사랑, 마음 가득한 곡들의 노래 가사를 내 아이에게, 예전의 나에게 속삭이듯 들려주는 나는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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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돼지>
하엘은 수수께끼다. 관계가 틀어질 빌미가 되는 말들을 자연스럽게 대화 사이에 끼어 넣는다. 시터가 나의 옷을 입는다, 남편이 연애를 한다. 거짓이라면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돌멩이를 던지고 물결이 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다. 그가 처한 상황은 안타깝지만, 내가 하엘과 가족을 분리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가 된다.
온정과 긍휼만으로는 하엘을 온전히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걸, 하엘로 인해 가족들 사이에 미묘한 틈이 생겼다는 걸 안 나는 그를 다시 지옥으로 돌려보내고 만다. 웃으면서 떠나는 하엘이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야구선수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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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들>
자살을 시도했던 동생이 전화를 했다. 베지밀 병을 내가 가져갔다고 돌려달라고. 아무 편의점에 들어가 베지밀을 사 마시고 헹구고 돌려줬다.
"고마워. 이제 가도 돼."
내 동생 산주는 예전의 산주가 아니다. 되찾았다 한들 잃어버리지 않은 건 아니듯.
그래도 다시금 관계를 맺어가는, 동생이 아는 미래대로 실현시켜주는 언니가 있어 산주가 다시 웃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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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성격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서로를 자극하는 관계들이 신경을 날카롭게 만드는 소설이다. 짧은 단편들인데도 호흡을 길게 가져가야 했다. 몇 번씩 다시 읽게 되는 소설이다.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