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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질문 -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인생의 지혜를 찾아서
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작팀 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평점 :
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작팀이 영상으로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을 책으로 먼저 선보였다.
불안과 고통의 원인은 무엇이며, 날뛰는 감정을 다스릴 방법은 없는지, 삶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의문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많은 이들이 답을 찾아 헤맨다. 이런 문제들은 인류가 지구상에 생존해오면서 계속 지녀온, 가장 오래된 질문들이다. 다큐팀은 아직까지 어떤 해석도 명쾌한 답을 내려주지 못하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다른 방향에서 모색해보고자 했다.
- 영국 옥스퍼드 대석학, 데니스 노블과 한국 고승과의 대화 -
다산북스 제공 책 소개
과학과 종교의 만남이자 서양과 동양의 만남이다. 서로 대치하고 있을 것 같은 분야이나 함께 하는 시간이 흐르고 대화의 깊이가 더해질수록 그 구분은 모호해졌다. 어느 순간 통역이 필요 없이 서로의 언어로 소통하고 있는 그들을 접하게 되면서 인간이 세운 벽 너머로 새로운 소통의 차원을 실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삶은 왜 괴로운가?
나는 누구인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오래된 질문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면서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 그 감정에 휘둘리기도 하고, 그 감정이 왜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이렇게 나 자신조차 나를 모르는 순간들이 있다. 그로 인해 불안해지고 고통을 받는다. 고통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바람은 나 자신을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를 똑바로 마주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시작을 도와주는 길잡이이다.
<오래된 질문> Noble Asks_데니스 노블
달의 형상 안에 휘어지고 꺾여도 새 잎을 피우는 고목이 있다. 온화한 분홍색이 감싸 안은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깨우침을 주고 있다. 인류 역사와 함께 한 오래된 질문에 대한 책으로 떠올려지는 딱딱한 이미지는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호흡하며, 한자 한자 되새기면서 대화하듯 읽어나갈 수 있는, 잔잔한 힘이 있는 책이다. 그래서 읽고 읽고 또 읽을 수 있다.
데니스 노블 교수님과 고승들은 대화를 통해 깨달음을 찾아간다. 스님들은 "이것이 정답입니다." 답하지 않고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여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수행을 말하고 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환경, 자신 안의 감정 등을 받아들이기 위해 질문하고 또 질문하면서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관스님, 도법스님, 금강스님, 성파스님 그리고 데니스 노블 교수님
'고통이 왜 생기고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성파 스님의 모르는 것이 병이다.'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 사람들은 쓸데없이 아는 건 많은 데, 정작 중요한 건 모르고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병이라 하셨다. 자신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사는, 이기적인 현대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지금, 마음에 와닿는 말씀이다.
'도법 스님의 두 번째 화살을 피하라.'
첫 번째 화살(고통스러운 일이 예고 없이 닥친다)은 누구나 다 맞으나 두 번째 화살을 맞는가, 안 맞는가는 깨달은 자와 깨닫지 못한 자의 차이이다.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죽음'에 대해서도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입장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일러주신다. 삶과 죽음을 분리하지 않고 생명활동의 한 형태로 보고, 생명이 시작이 아니며, 죽음 또한 끝이 아니다. 지구 탄생부터 시작된 생명활동의 여러 모양 중 하나로 받아들여 죽음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자신이 만들어낸 공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아야 함을 일깨운다.
인드라망
나는 누구인가? 누구나 한 번쯤 해봄직한 질문이다.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과학자들이 DNA에 초점을 두고 피력한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이론이 큰 힘을 얻었다. 하지만 데니스 노블 교수님은 그 이론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생명 이론을 펼쳤다. <생명의 음악>이라는 책으로 시스템 생물학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우리 몸 안의 개체들이 경쟁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로 보는 기존 관점과는 반대로 상호 우호적이고 협동적이라는 의견이다. 또한, 생물체는 DNA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며, 모든 영역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 상호작용을 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는 불가에서 생명을 바라보는 시점과 일맥상통한다. 현대 과학이 말하는 바와 까마득한 과거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불가의 가르침과 유사하는 점이 신기하다. 진리는 영원하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며 스스로 만든 틀을 깨고 차별 없이 세상을 볼 수 있으면 나와 세상이 분리되지 않았음을 깨달을 수 있다. 깨달은 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붓다는 어떻게 생겼을까?
"머리는 하늘을 향해 있고, 두 발은 땅을 딛고 서 있다.
눈은 가로로 놓여 있고, 코는 세로로 붙어 있다."
붓다는 어떻게 살았을까?
"밥이 오면 입을 열고,
졸음이 오면 눈을 감는다."
선사의 단순 명료한 설명 - 깨달은 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렇듯 깨달은 자는 나도 너도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불교의 가르침이 와닿고 수긍되는 점이 바로 이런 점이다. 차별하지 않고 구별하지 않고 어느 누구나 깨달은 자, 부처가 될 수 있다.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고통이 왜 생기는지 알았다면,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불교 수행법 중 참선 명상이 있다. 마음을 다스리고 습관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
데니스 노블 교수님은 명상으로 십여 년이 넘는 긴 아내의 간병 기간을 이겨낼 수 있었다. 20여 년에 걸친 훈련을 통해 마취를 하지 않고 명상으로 통증을 다스리며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었고, 길을 걷다가 요리를 하다가도 언제 어디서든 쉽게 명상 상태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도시 한복판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치료법이 있다면 바로 '#명상'이다.
천천히 따라 해보니 괜스레 마음이 편안해졌다. 느긋한 마음으로 책이 읽히고 주위도 부드럽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명상과 함께 하면 어떤 하루든 좀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명상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리라.
하나, 다섯 번째 척추를 세우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둘, 고개를 들어 턱을 당기고 시선을 앞에 둡니다.
셋, 코로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아주 천천히 내쉽니다.
넷, 장호흡을 반복하면서 마음을 고요하게 합니다.
다섯, 호흡에 의식을 붙입니다.
여섯, 잡생각이 생기면 내쉬는 호흡에 내버리고
일곱, 들이마시는 새 호흡에 다시 의식을 따르게 합니다.
참선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의 기초 단계 p.177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지면 그 사람이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그렇게 퍼져나가다 보면, 마침내 온 세상이 행복하게 될 것이다. 이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시는 스님이 계셔서 감사하다.
참선, 명상, 수행 등으로 자신을 바로잡고 대화를 통해 경전을 읽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깨우쳐 가다 보면 마음을 비우고 두려움을 내려놓고 욕심을 버릴 수 있는 순간이 올 것 같다. 언제든 실천이 중요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가장 답을 알고 싶은 질문이고 가장 노력이 필요한 질문이다.
너의 삶은 네가 마음먹고 행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네 마음대로 해라
주인으로 살 것인가, 노예로 살 것인가 - 붓다의 가르침 p.197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선하게 마음대로 살아가는 것, 부처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삶의 자세이다. 어디를 가든 어느 곳에서나 내가 주인이므로 그곳이 어디든 참된 곳이요, 행복이 가득하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남과 구별하지 않고 자연과 인간을 구분하지 않고 다 나로 인식하는 공동체적인 삶의 자세를 말하고 있다.
그 예로 실상사의 공동체 삶이 눈길을 끈다. 각자 절에 필요해 보이는 일을 찾아서 본인 체력만큼 한다. 자신의 위치에서 주인으로서 담담히 생활하고 있는 모습에서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책 속의 사진들
책을 읽다 보니 불가의 가르침에 푹 빠지게 되었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듯이 지금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다. 원인을 자기 안에서 찾고 스스로 만든 틀을 깨고 순순하게 바라본다. 비교하는 마음을 버리고 자신에 맞게 만족하면서 길을 찾아가는 스님들의 모습에서 지혜를 배우고 삶의 자세를 깨우치는 시간이었다.
빠르게 변화해가는 시대에 나만 뒤떨어지는 건 아닌가. 불안한 듯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지금 이 순간 '그대는 충분하다고, 이미 완벽하다.'라고 토닥여주는 책이다.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달빛같이 이끌어준다. 나, 너로 구분 짓지 않고 우리로 묶어주기에 다들 한 번씩 읽어보고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다큐멘터리 <Noble Asks> 방영일이 기다려진다.
<다산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