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 자꾸만 나를 잃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
반유화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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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책을 좋아하지만 편식이 심한 나에게 심리학은 범접하기 힘든 영역이었다.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여자들을 위한' 수식어에 힘을 얻어 읽기 시작했다.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반유화 전문의는 친절하고도 편한 문체로 현대사회 여성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갈등, 문제들을 짚어주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서술해 주고 있다. 심리학, 여성학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금 고민하고 있는 2,30대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이 될 듯하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 나를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Ⅰ.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건가요

Ⅱ. 직장 상사에게 실망했어요

Ⅲ. 친구들과 대화가 안 통해요

Ⅳ. 거절을 못 하겠어요

Ⅴ. 친구가 낯설어요

Ⅵ.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2부 -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나만의 온도를 찾아가는 법

Ⅰ. 남동생과 차별하는 엄마가 미워요

Ⅱ. 일상이 불편해졌어요

Ⅲ.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요

Ⅳ. 꾸밀 때 눈치가 보여요

Ⅴ. 남자친구가 저를 질투해요

Ⅵ. 친구 같은 아빠에게 자꾸 불만이 생겨요

 

 

 2,30대 여성이 가정, 직장, 친구, 연인 사이에서 겪을 수 있는 평범하고 흔한 갈등이지만,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노력들이 요구된다. 밖에서 보면 간단하고 별 볼일 없는 상처일지라도 본인이 대상이 되면 크고 작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한 챕터, 한 챕터 공감하면서 읽어나갔다.

 

 

그중 특히 공감이 가는 챕터가 있었다.

 1부< Ⅳ. 거절을 못 하겠어요> 대학생인 미소 씨는 전공실습을 담당하는 A 교수의 수업을 불참하고 싶은데 다른 조원들에게 폐 끼치는 것 같고 친구들과 멀어질 것 같아 결정을 못 하고 있다. A 교수는 여학생들, 특히 예쁜 여학생들을 편애한다는 것이 비밀 아닌 비밀로, 실습은 조별로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미소 씨가 포함된 조는 만점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들 말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한 실습 관행에 반대하여 불참하는 여학생도 있다. 미소 씨의 친구 주현 씨로 호불호가 분명하고 스스로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일에 대해서는 안 하는 쪽을 택하는 편이다. 미소 씨는 그런 주현 씨를 좋아하고 부러워한다.

 

 나 또한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타입이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결과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그냥 "안돼요."라는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 나에게 부탁을 하기까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상대방을 떠올라 거절의 말을 입 밖으로 뱉어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소 무리한 부탁이라도 들어주고자 했다. 하지만 상황이 일회성이 되지 않아 반복되면서 벅찬 상황이 되는 경우도 있어서 조금씩 달라지려 노력하고 있다.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 - 내가 나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책에서는 갈등 후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건 결정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잘못된 결정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고, 다른 이들을 비난하지 않고 그 결과를 감당한다. 그리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 다음의 단계를 조언하고 있다.

 

 

1단계: 지금 이 상황은 부당하다.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 수 있다면 가장 좋았을 것이다.

2단계: 그러나 슬프게도 나는 지금 이 상황에 처해 있다.

3단계: 이 상황에 처한 건 내 탓이 아니다.

4단계: 내 탓이 아니지만, 선택은 내가 해야 한다.

5단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감수해야 한다.

6단계: 결국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괜찮다.

 

포기를 새로운 출발선으로 삼아라.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괜찮다. p.85~92

 

 

 어떤 선택이든 거기서 거기라는 의미가 아니라,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삶은 계속될 것이고, 또 다른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말하고 있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때 가장 우선인 건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 즉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란다. 내가 나를 존중하는 데부터 모든 관계가 시작한다. 잊지 말고 기억해야겠다.

 

 

거절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대상을 내쫓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관계를 건강하게 지키는 데 있다.

거절의 선한 목적 p.126

 

 

 결혼 생활이 어렵다고 털어놓으면서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은근히 무시하는 친구, 딸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대하는 엄마, 여성 혐오 이슈를 묵인하는 상사, 딸 바보이면서 집안일은 하지 않는 아빠, 자격지심을 드러내는 애인......

 

 이런 다양한 관계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부당함을 느끼는 여성들은 과연 예민한 걸까? 자신 또한 완벽하지 않다고 자기비난이나 자기 의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자들을 위한 심리학>에는 자기 의심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이해하며, 온전한 나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진심 어린 조언이 곳곳에 스며있다.

 

 

 우리는 관계를 맺으면서 기대하고 바라고 의존하기도 하고, 힘이 되어주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한다. 그리고 실망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분노하게 된다. 어떤 상황이나 말에 대한 내 감정은 나 자신의 것이고, 네 감정은 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은 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이다.

 

 나를 둘러싼 현실에서 나 자신을 위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고 잃을 수 있는지를 지각한 후 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어디까지 원망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표현할 줄 아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나의 작은 고민들이 하나둘 모여 우리의 고민이 되고 사회의 고민이 될 때, 비로소 세상은 변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고민에서 우리의 고민으로 p.251

 

 

 이 책을 읽고난 후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관계 맺을 때 거부당할까봐 무조건 수용하는 사람인지? 타인의 눈치나 상황보다 자신에게 집중하여 행복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인지?

 

 관계에는 '임시 보관함'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기억해야 겠다. 곤란한 감정과 복잡한 관계 안에서 괴로워하다가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모호한 느낌이 싫어서 섣불리 일을 처리할 때가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뒤에 그때의 결정을 아쉬워하거나 후회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모호한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영역을 만들어두면 숨통을 좀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감정은 내 자신의 것으로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므로 그 감정을 찬찬히 살펴보고 이유도 알아보고, '옳다, 그르다' 식의 태그는 붙이지 말아야 한다. 그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부정적인 감정또한 감정 자체로 받아들이고 왜 그런 감정들이 생겨나게 되었는 지 관찰하여 조절할 수 있다면 나 자신을 잘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한 결과는 받아들이고 감수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움츠려들고 우울한 시기인데 마음을 다스리고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다산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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