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네이드 할머니
현이랑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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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뜻한 노란색 표지 <레모네이드 할머니>

 추리소설광인 나는 두근거리는 맘으로 한장한장 읽어나갔다. 레모네이드처럼 상큼달콤한 맛을 전해줄 책일까?

 

 "아, 아아아…… 아아! 아……."

 할머니의 앓는 소리가 또 식당을 울립니다.

 

 - 첫문장 p.7 심통부리는 우리 레모네이드탐정님 ^^

 부유층의 늙은 치매 부모들이 생활하는 최고급 요양병원인 '도란마을'에서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겉에서 보기에는 평온하기만 했던 그곳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과연 무슨 일인지 파헤치기 위해 치매 할머니 탐정 '레모네이드'와 조수 '꼬마'가 나섰다. 과연 그들은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

 도란마을은 치매노인들을 위해 마을처럼 꾸며놓은 요양병원으로, 악기점, 영화관, 문구점, 마트, 공원 등 바깥 세상과 비슷하게 꾸며져 있다. 주민(치매노인)들은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에 가져가기는 하지만, 계산은 하지 않는다. 1,000만원이 넘는 월세에 다 포함되어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최상류층 요양병원인 것이다.

 

 자유롭게 외부인도 드나들 수 있는 이곳 쓰레기장에서 비닐봉지에 담긴 영아시체가 발견된다. 지금부터 우리의 주인공 환장의 콤비 레모네이드 탐정과 꼬마팀의 활약이 시작된다.

 

새삼 표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등장인물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잘 표현되어 있다. ☆


 이 책은 챕터마다 화자를 달리하여 시선의 변화를 주고 있다. 작가, 레모네이드 탐정 할머니, 유치원생 꼬마, 요양병원 의사, 요양병원 직원, 요양병원장, 원장딸 등 다양한 화자들이 등장한다. 화자가 변하면서 문체나 관점이 변하고 각자가 처한 상황이 펼쳐진다. 본인이 직접 말을 하니 내용이 더 와닿는다.

 

꼬마 현우 엄마인 서이수 의사 시선 p.99


 시작은 영아사체유기 사건 조사였지만, 곧 곪을 대로 곪은 도란마을이 그 실체를 드러낸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각종 사회적 이슈들이 도란마을 안에서 다 벌어지고,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내뿜는 악취는 책을 덮을 때까지 숨막히게 한다.

 

사건은 이렇게 일어난다. 맘을 놓는 순간 우리를 덮친다. p.105


 치매 걸린 할머니가 추리를 한다는 기발한 설정으로 시작하여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영아사체 유기, 비정규직의 실태, 가정 폭력, 청소년 문제, 불륜, 마약, 비자금 돈세탁 등 굵직한 사회문제를 다루며 인간의 추악한 면모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자본, 물질, 쾌락에 탐닉하여 소중한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부끄럼없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어른들의 부끄러운 낯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돈을 가장 우선시하며 살아온 레모네이드 할머니가 꼬마 조수를 만나 사건을 해결해가면서 인간미를 점점 뽐내고, 꼬마도 사건 해결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아픔을 잊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까칠도도한 할머니이지만 옆에서 한몫을 톡톡히 해내는 꼬마 현우를 지켜보면서 차차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마무리는 완벽했다. 도란마을 사건뿐만 아니라 현우네, 윤비서 등 주위를 챙기는 마음씀씀이가 어른다웠다.

부끄러운 어른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에 아직은 괜찮지 않을까 싶다. 무엇이 소중한지 깨달아가고 자립할 수 있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는 이들이 남았기에 희망이 보인다.

 특히 레모네이드 할머니의 유언이 실현되는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 레모네이드 할머니를 존경하고 애정한다. ♥

 

 다시 만날 수 없는 ♡ 그래서 더 소중한 치매할머니 레모네이드 탐정과 꼬마 조수의 공조를 힘차게 응원한다.

 

그러고 보니 우린 서로 이름도 모른다. 원래 사람들이 만나면 이름부터 알려주는데. 우리는 첫 만남부터가 이상해서였나.

"알려고 하지 마라. 난 여기 얼마 안 있을 거야."

"내 이름은 ……."

"네 이름도 말하지 마. 알면 나중에 헤어질 때 슬퍼져.

넌 그냥 '꼬마'로 있으면 돼."


우리 까칠도도 레모네이드 할머니,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기에 정을 나누는데 인색하지만 그래도 볼매 ♬ p.60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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