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트리플 4
임국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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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신간이 도착했다.

제목 만으로도 끌어당기는 힘이 가득한 책이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투니버스'라니 얼마나 가슴 설레는 단어인가! 1,20대에 만화책에 열광하고 만화에 심취해 살았던 나로서는 참 애틋한 단어이다.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책 첫장을 넘긴다. 새책 특유의 냄새에 벌써부터 행복해진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는 우주 너머 다른 시공간에서 반짝이고 있을,

지난 시절 내가 사랑했던 것들이 보내는 시그널이다. 라고 밝히고 있다.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고 참다참다 독성 가득한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쏟아낸 방법이 소설을 쓰는 것이라 했던 것처럼, 이 책은 단순히 추억을 그리워하며 애틋함을 발산하는 레트로 열풍에 편승하지 않는다.

추억이 아닌 현재에도 자신의 취향에 집중하나 과거처럼 발산하지 않고 자신이 즐기는 데 집중하는 이, 과거가 아닌 현재 펼쳐지는 일처럼 시공간을 초월하여 그 안에 머물러 살고 싶은 이와 과거와는 인연을 끊고 일반인으로서 살아가고 싶은 이 등 여러 존재들의 이야기들이 버물러져 있는 소설이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외행성 전사들이 나타났다.

「어크로스 더 투니버스」 첫문장

 

 사는 일 자체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초등학생 만경은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지 몰라 관계맺는 걸 어려워한다. 그래서 주위의 관심에 반응을 하지 않았고 차차 없는 사람처럼 취급되었다. 그냥 남을 바라보는 관찰자, 구경꾼 위치에 있으면서 막연히 어른이 되면 이런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되리라 기대했다.

 

 이런 만경이 동경하는 아이, 동급생 수진이가 있다. 수진이는 만경의 눈에는 만화 주인공 같은 존재이다. 그를 <슬램덩크>의 강백호 같다고 표현하는 데 조금은 폭력적이다 싶을 정도로 감정 표현이 솔직하지만 밉지 않고 매력적이다. 사과하고 반성하며 성장하고야 마는, 자기 삶을 사는 그런 붉게 타오르는 사람. 만경이에게 수진은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이 둘은 친한 형과 오빠에 의해 한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TV로 만화시청을 하면서 시간을 같이 보냈다 뿐이지 같이 무언가를 하는 건 아니었기에 서로 친해지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만경에게는 이유도 모를 급작스럽고 일방적인 일이었지만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멀어졌다가 극적으로 연결된다. '봉신연의' 만경이는 정면승부수를 던졌고 수진이는 그에 넘어갔다. 그리하여 수진이는 새로운 문을 열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가고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어른이 된 만경의 모습도 나오고 수진의 소식도 들린다.

 만경은 과연 어린시절 기대처럼 일반인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친밀한 소통을 나눌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있을까?

 

이곳을 늘 위험하고 힘들므로 안전한 장소가 필요했다.

만경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p.42

 

 만경은 여전히 세상을 멀리서 바라보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수진은 여전히 만화를 좋아하고 그 연장선으로 만경을 떠올린다. 수진에게도 만경은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아이였다고 하니 서로 동경하고 관심을 가졌던 건 틀림없다.

 

 

 

 <코인노래방에서>

"장범준이 싫다고?"

「코인노래방에서」 첫문장

 

 나와 연인이 코인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난 후 산책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과를 그리고 있다.

 내용상 연인이 '수진'으로 예상되어진다. 여전히 그녀는 매사 확실하며 씩씩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앞 단편을 읽어보면 그녀가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대목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가 따뜻한 사람이라 생각되어진다. )

 

나는 갑자기 비밀 하나를 연인에게 털어놓게 된다. 어쩌면 그동안 털어놓은 상대와 순간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갑자기 용기가 솟았던 걸까? 그렇게 시작된 나의 고백은 생각과는 다르게 연인에게 받아들여지고 거부되지않을거라는 믿음에 털어놨던 나는 괜시리 연인에게 화를 내게 된다. 자신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자신과 정우의 관계가 연인에게는 장난처럼 여겨지는 것 같아 서운하다. 또 자신이 좋아했던 정우또한 자신을 좋아한 것 같다고 말하는 연인에게 도리어 화를 내고 부정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어린 시절 자신을 불쾌한 아이로 간주하고 연인조차 무너뜨릴 수 없도록 견고한 담을 쌓는 그의 모습에 연민을 느낀다. 좋아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연인의 손끝이 내 손에 닿았다. 나는 빠르고 깊은 잠에 빠졌다.

잘 듣는 약이라도 삼킨 것 같았다.

나는 위로받은 것 같다. p.74

 

 나는 연인과 비밀을 공유했다. 털어놓은 비밀은 그들에게 흡수되어 소멸되어가고 나는 위로받았다고 생각한다. 

 

<추억은 보글보글>

 

<보글보글>을 할 때는 늘 혼자였다.

<추억은 보글보글> 첫문장

 

 원경과 도진의 이야기이다. 만경의 형인 원경은 성인이 되어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고 인정을 받으면서 새로운 활력과 기쁨을 찾았다. 하지만 수진의 오빠인 도진은 원경과 함께 (혼)(자)(는)(안)(돼) 2인 플레이로 게임을 즐기던 십대시절 안에서만 살아가고자 한다.

 이 단편은 화자가 계속 변한다. 원경이었다가 도진이로, 도진이었다가 원경이로. 각자의 입장과 기억에 기대어 진행되는 상황은 간극이 커서 같은 이야기인가 싶다. 그들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던 것일까? 서로를 사랑하고 고마워하면서도 어긋나는 이들이 안타깝다.

 도진은 어린 시절 원경에게 분노를 표출한 적이 있다. 그 말과 행동에 지속적으로 상처를 받고 있는 데 가장 사랑하던 사람을 진심으로 경멸하고 혐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일에 대해 얘기나누고 묻고 매듭짓고 싶은 데 되지 않고 의미없는 말과 행동만 되풀이하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원경은 도진의 죽음으로 그와의 마지막 술자리가 계속 떠오르게 된다. 그는 도진에게 옮았나보다 생각하지만 도진에게 상처주고 귀찮아하고 경멸했던 자신의 말과 행동이 이유일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모두 죽어 없어진 것 같아.

도진의 혼잣말 p.125

 

 세월이 흘러 아이가 어른이 되었다하지만, 몸이 컸다고 어른이 된 건 아니다. 자신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밑받침되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하지않을까 싶다. 남에게 보여지는 자신이 아니라 좋든싫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고 소중히 여길 수 있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듯 싶다. 어릴 때도 힘든데 어른이 되서는 곱절은 힘들 것 같지만, 일반인 코스프레가 아닌 자신으로 우뚝 설 수 있길 바란다. 사랑했던, 사랑하는 것들이 보내는 시그널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지않을까.

온갖 만화와 게임들이 등장하는 소설을 읽어서인지 집에 있는 아케이드 게임기를 한판 돌렸다. 보글보글, 역시나 끝까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Never Forget Your Friend.

Now, You Found the Most Important Magic in the world.

It's "LOVE" & "FRIENDSHP".

 

But, It was Not a True Ending.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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