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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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을 만났다. 그 놀라운 만남으로 책장을 다 넘기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내 심장은 콩닥콩닥, 내 눈가는 빨갛게 부어올랐다. 대단원에 이르러서는 책에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야 했다. 뚝! 뚝! 뚝!

 

뭔가를 잃어버리면 그걸 얼마나 사랑했는지 깨닫게 된다.

계속 사랑했던 것이라 할지라도.

p.351

 

 스쿨버스 예거를 타고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생활하는 삶을 택한 로데오와 코요테. 그들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덥수룩한 머리와 얼굴이 수염으로 뒤덮인 히피 로데오와 맨발로 주유소와 편의점을 들락날락하는, 자유분방한 코요테. 56인승 스쿨버스가 집이라 소개하면 자신들을 향하는 다양한(수상하게 여기는 게 대다수인) 시선들을 떨쳐버리며 자유롭게 항해하던 중 세상이 멈출만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아니 로데오의 규칙, 금지를 어기고 그리운 집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 공원에 묻어놓은 추억 상자를 꼭 찾아야 한다. 목숨을 걸고 달성해야만 하는 이 미션을 코요테는 꼭 성공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렇게 놀라운 여행이 시작되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인연을 만나게 된다. 사람일 수도, 장소일 수도, 혹은 동물일 수도 있다. 코요테와 로데오 역시 길에서 그 인연들을 만난다.

 

○ 코요테가 좋아하는 책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에서 이름을 딴 '아이반' 고양이가 첫 번째 손님이다. 그윽하고 상냥하고 친절한 눈을 가진 의젓한 아이반은 코요테에게 말이 필요 없는 친구가 되어주었다.

 

태미가 왜 완벽한지 말하지 말고, 태미가 왜 레스터에게 완벽한지 말해봐요.

태미의 어떤 점이 좋냐는 질문에 답한 레스터에게 다시 요구하는 코요테

 

◑ 두 번째 손님은 레스터 워싱턴은 가난한 음악가로, 여자친구 태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꿈을 접고 그녀를 찾아가는 중이다. 우리에게 사랑과 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랑은 그런 거잖아? 다른 사람이 소중히 여기는 걸

소중히 여기는 거.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기니까.

그리고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거지. 그렇지?

태미와의 사랑과 음악가로서의 꿈 사이에서 고민하는 레스터

 

 

◐ 세 번째 손님은 코요테를 위기에서 도와준 멋지고 용감한 가족으로 에스페란사와 살바도르 베가이다. 로데오와 예거를 타고 5년 동안 여행하면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수많은 작별을 해온 코요테에게 살바도르는 최고의 친구로 다가온다.

 너무나 갑작스레 찾아온 상실의 고통을 이기는 방법으로 이름도 고향도 다 버리고, 과거에서 저만큼 멀어지기 위해, 떠올리지 않기 위해, 로데오(아빠)를 지키기 위해 새로운 이름(로데오 선라이즈, 코요테 선라이즈 라니 @.@)으로 예거를 타고 앞으로 무작정 달리는 것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이는 로데오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코요테는 매 순간 상처받고 있다. 12살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슬픔과 상처에 가슴이 메어진다. 살바도르와의 만남은 코요테에게 또래와의 관계 맺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하기에 소중하다. 그리고 살바도르 역시 가정폭력이라는 큰 아픔을 가진 아이이기에 코요테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서로를 안아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어른이 어른답지 못해서 너무 일찍 철이 든 아이들이 애처롭다. 서로의 손을 꼭 잡아 힘을 나누는 코요테와 살바도르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코요테는 살바도르를 위해 콘서트를 열어준다. 올랜도 청소년 오케스트라 제1바이올린 수석 연주자인데도 한번도 엄마한테는 들려주지 못한 후회를 풀어주기 위해서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멋진 무대를 마련해줬다. 살바도르 또한 코요테의 여정을 끝까지 함께 하며 힘을 보태준다. 그렇게 같이 성장해나간다.

 

 


● 네 번째 손님은 밸러리 베킷으로 동성애자 커밍아웃으로 부모님과 마찰을 겪고 가출한 청소년이다. 밸이 끝부분에 가서 큰 문제를 초래하지만 로데오는 너무나 부드럽게 위로해 준다.

 로데오는 역시 선량하고 친절하고 부드러운 멋진 사람이다. 이런 여린 사람이었기에 사랑하는 아내와 딸들을 잃고는 그 과거를 바로 보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채 떠돌아다녔던 것이리라. 하지만, 코요테에게 그는 아빠다. 코요테는 로데오가 아니라 자신을 '엘라'라 불러주는 아빠가 필요하다.

 

◎ 무려 다섯 번째 동행 손님은 글래디스이다. 글래디스는 긴 흰 털과 근사하고 우아한 뿔 한 쌍을 가진 90 킬로그램의 피니시 랜드레이스종 염소이다. 예거의 브레이크 라인이 고장 나서 수리를 받고 글래디스 배송을 부탁받게 되었다. 집염소라고 불리는 글래디스~ 아주 멋지게 코요테를 도와준다. 그 멋진 활약은 책에서 확인해보면 좋겠다. 꼭!!!

 


 


  

 

어떤 날은 중요하고 어떤 날은 별 볼 일 없고 어떤 날은 나쁜 일이 생기고 어떤 날은 좋은 일이 생기는데, 그중에서 어떤 날을 고르든 내 "옛날 옛적에"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첫 문장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엄마, 언니, 동생을 잃은 코요테, 엘라는 아빠까지 잃어버렸다. 아빠를 버리고 로데오 선라이즈로 다시 태어난 그는 코요테 또한 가슴 아픈 과거는 뒤로하고 다시금 되돌아가지 않기를 원했다. 하지만 코요테는 엘라는 그럴 수 없다. 그들을 잊을 수 없다. 아빠 때문에 소중하고 그리운 그들의 이름조차 꺼낼 수 없지만 여전히 보고 싶고 여전히 사랑한다.

 아빠를 지키기 위해 오 년을 버텼지만, 소중한 가족들과 한 소중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선하고 각기 다른 아픔을 가진 타인들을 만나 가족 같은 관계를 맺는다. 기쁨은 나누기 쉽지만 아픔을,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관계는 흔치 않고 서로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용기는 더 소중하다.

 코요테의 말대로 세상에는 너무 많은 행복이 있다. 너무 많은 슬픔이 있다. 세상에는 정말이지 너무 많은 것이 있다.

 이 많은 것을 직접 겪고 느끼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감동받고 다 자기 속으로 받아들여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이제 13살이 되는 엘라가 그 나이대의 아이처럼 좋아하는 책과 좋아하는 곳과 좋아하는 음식과 함께 행복하길 바란다. 

 


"나는 약속합니다.

엄마, 딸, 자매로서 엄마와 딸들, 자매를 마음속에 간직하기를.

그리고 오늘부터 십 년 뒤 이 비밀 추억 상자를 찾으러

바로 이 자리에 돌아올 것을 약속합니다. 아멘. 끝"

 

앤, 에이바, 엘라, 로즈는 이렇게 다짐을 하고 공원 나무 밑에 비밀 추억 상자를 묻는다.

한 사람에 대해서 가장 사랑하는 점을 적은 쪽지와 여러 가지 추억들이 남긴 물건들을 넣었다.

그리고 그들은 떠났다.

약속 대로 추억 상자를 되찾은 엘라는 두고 떠났던 엄마, 에이바 그리고 로즈를 다시는 두고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다시 가족이 되었다.

 

「코요테와 로데오, 예거에서의 생활을 추억하며」

▷ 만달때 소원(만사를 때려치우고 달려가야 하는 소원)

▷ 옛날 옛적에 이야기

▷ 수많은 애칭들 - 곰돌이, 블루베리, 설탕자두, 데이지......

▷ 예거에 다른 탑승자를 태우기 전 확인하는 3가지 질문

1. 제일 좋아하는 책이 뭐죠?

2. 제일 좋아하는 곳은 어디죠?

3. 제일 좋아하는 샌드위치는 뭐죠?

 이 모든 것들이 그리워질 것이다. 코요테가 버스에 태우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질문했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생각해 보지 않았던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처럼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을 정리하면서 나 또한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만달때 소원 같은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줘야겠다.


<놀(다산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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