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구둣방 - 소리 없이 세상을 바꾸는 구두 한 켤레의 기적
아지오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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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신발을 참 좋아한다. 원체 꾸미는 일에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유일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쪽이 신발이다. 키가 작으면서도 운동화, 스니커즈, 플랫슈즈 등 낮은 굽의 신발을 선호한다. 땅과 붙어 편안하게 한발한발 내딛고 싶은 맘이다. 뚜벅이라 발이 편하지 않으면 불편해서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다. 그러나 비싼 브랜드의 신발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요즘에는 기성화가 잘 나와 가격과 실용성 모두를 갖추고 있으니 별다른 노력 없이 원하는 신발을 구비해 신발장에 채워넣는다. 4인 가족인데 신발장 1/2은 내 신발이니 얼마나 신발이 많은 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매번 신발을 고를 때면 고민한다. 뭐를 신어야 하나? 딱 맘에 들면서 편한 신발이 없어서일 것이다. 신발을 좋아하면서도 신발를 진진하게 대하지 않았다. 그냥 예쁘고 독특하고 저렴하면 되었다. 그런데 이 책 <꿈꾸는 구둣방>을 읽게 되면서 나의 신발 소비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었다. 한 구두를 몇년동안 신는다. 쉽지 않지만 Agio는 도전했고 실천했다. 그 노력에, 의지에,지키고자 하는 가치에 박수를 보낸다. 



꿈꾸는 구둣방 - 구두 만드는 풍경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 대표와 청각장애인 직원들이 모여 구두를 만드는 기업 이야기. 과연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 궁금함이 컸다. 읽다보니 불편한 몸으로 세상에서 가장 편한 구두를 만들겠다는 의지 하나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오히려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일을 하다 육아 때문에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어 어느 정도 아이들을 키워놓고 보니 무기력한 일상이 버거워지기도 하고 나 자신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내가 극복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과제임을 이 책을 통해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그들의 도전, 좌절, 재도전이 펼쳐지는 풍경에 고마움과 부끄러움과 용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세상의 일들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도전, 시작으로 일어난다. 그 작은 씨앗이 널리 퍼져 숲을 이루고 열매 맺게 한다. Agio 또한 유석영 대표의 결심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본인도 어렸을 때 시력을 잃어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세상을 접하면서 가슴앓이를 많이 했다. 학교,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했으니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삶을 사랑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생을 제대로 살아가야 겠다는 다짐이 그를 일으켜세웠다. "목소리가 좋고 말을 잘하니 방송국에 가서 아나운서가 돼봐라." 말해준 동네 아저씨와 가출한 그에게 "거 아침부터 재수 더럽게 없네." 라고 타박한 노숙자. 그에게는 마음을 고쳐먹고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남이 나를 규정하는 대로 나 자신을 규정하지 말자. 따지고 보면 앞을 보지 못한다는 것 외에는 다 멀쩡하지 않은가.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며 그것을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

제발 나가 죽어라 p.24

 

 유석영 대표는 세간의 인식을 극복하고 싶었다.

 장애인이란, 사람의 반열에 들어오지 못하는 '대상자'일 뿐이었다. 그는 그것을 극복하고 한 사람 몫으로 사회에 참여하고자 했다. 그래서 교양 강좌가 아닌 일터를 만들었다. 그렇게 구두를 만드는 풍경 Agio(이탈리아어로 편안한, 안락한)가 #사회적기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여러분이 열심히 노력하고 정직하게 만들면 지금보다 잘 살 수 있습니다.

우리 세금 좀 많이 내봅시다!

p.57


 유석영과 아지오 직원들은 좋은 '의미'로 시작한 사업이므로 당연히 잘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았다. 물건은 '의미' 이전에 '품질'로 팔아야 한다. '수녀화'를 제작하면서 소비자의 요구가 무엇이든 거기에 맞춰야 한다는 따끔한 가르침을 얻었다. 그렇게 한단계한단계 힘을 얻어 앞으로 나아가나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수익이 나면 고정비용으로 다 나가고 빚까지 생기니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를 해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나 자금을 모으는 일이 힘들었다. 결국 아지오는 2013년 8월 30일 문을 닫았다.

 

 

 

 그렇게 잊고 시간이 지나갔다. 2017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지오 구두를 신어 큰 화제가 되었다. 한번의 실패를 겪었기에 신중해진 유석영 대표. 장고 끝에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아지오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큰 실패를 딛고 일어나 또다시 취약계층인 청각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소득 증대에 도움을 주는 등 사회경제적 사업을 진행하는 용기는 유석영 대표의 힘이다. 매력이다. 그 힘을 믿고 조합원의 출자, 아지오 펀드, 선주문까지 진행하여 자금을 모았다. 그렇게 시작하여 차근차근 지금의 아지오가 되었다.

 

 

 아지오는 유석영 대표의 의지가 큰 원동력이 되어 시작되었지만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많은 이들의 수고와 노력과 애정이 스며들어갔다. 안승문 공장장, 청각장애인 직원들, 정은경, 복지관 직원들, 조합원 등 많은 사람들이 아지오의 의미와 가치를 소중히 여겨주었다. 공존하며 성장하는 것이 목적인 기업이라니 요즘같이 삭막한 세상에 단비같은 기업이다. 청각장애인 직원이 '장인'이 되면 그 사람의 안녕과 행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발걸음이 다져놓은 길 위로 다른 많은 사람이 걸어갈 수 있게 된다. 아지오가 이루고자 '청각장애인의 꿈'은 바로 거기까지를 목표로 한다. 공존하며 성장하는 그 꿈이 현재진행형으로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추천사 유시민씨 말대로 아지오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발을 구경하고 엄마께 선물해 드리고자 한다. 그 아름다운 기업의 행보에 나 또한 함께 하는 영광을 누려야 겠다.

 

 나는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을 모두 장애인이라는 하나의 범주에서 생각했는데, 사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니 바로 보게 되었다. 소통의 문제! 생각의 차이 뿐만 아니라 표현방식부터 다르니 생각을 표현하는 데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어느 사회든 이런 다양한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지금은 아지오가 특별하지만 언젠가는 당연한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당신이 편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수제화의 가치, 신발을 만드는 그 많은 공정을 한땀한땀 손으로 직접 만드는 각별함. 그로 인해 행복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고객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발도 편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공존의 가치에 기여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번 실패하고 다시금 우리 곁으로 돌아온 아지오, 그 역사 속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꿈꾸는 구둣방>을 읽고 그 의미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함께 사는 사회, 아름다운 사회,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번의 실패는 성공의 원동력이 된다.

정직은 기업의 조건이자 경쟁력이다.

원칙을 지킨 대가는 반드시 돌아온다.

고객은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다. 가치를 산다.

실적보다 소통이 우선한 기업이 오래 지속된다.

고객과의 거리는 가까울 수록 좋다.

비즈니스와 사회적 가치는 함께 간다.

 

아지오가 고수하는 경영 철학

<다산북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사적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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