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잰디 넬슨 지음, 이민희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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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난장판 소설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책의 등장인물들은 다 살아있다. 너무나 생동감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내 앞에서 그들이 직접 얘기를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책표지부터 느껴지는 혼란, 혼돈이 소설 전반을 차지하지만 결코 어둡지 않다. 그들만의 사랑스러움이 잘 녹아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 레니와 베일리 워커 - 너무나 가까운 자매 하지만 그 사이에도 비밀이 있다.

◑ 레니와 조 포테인 - 레니의 첫사랑, 숨 막히는 미소를 지닌 음악 천재.

          그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 맙소사 17살에 그런 생각을 하다니 @.@

● 레니와 토비 쇼 - 베일리의 토비,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같이 공유한 이

○ 레니와 할머니 - 레니와 베일리의 할머니이자 엄마, 장미의 주술

⊙ 레니와 빅 삼촌 - 수목 관리 전문가, 마리화나 중독자, 심장을 울리는 동굴 목소리, 명언 제조기

◎ 레니와 사라 - 우정 특공대, 베일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친구


 베일리 워커의 갑작스런 죽음을 받아들이고 극복해가는 과정들이 그려져 있다. 워커 가족은 끈끈하고 유대의식이 좋은 가족이라 베일리의 죽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레니의 사춘기로 성적 호기심, 첫사랑으로 슬픔, 외로움, 상실감, 혼란, 혼돈, 기대, 두려움, 기쁨, 환희 등 온갖 감정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책 소개대로 아름다운 난장판이었다. 레니가 언니의 죽음으로 찾아온 슬픔과 혼돈, 외로움, 상실감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첫사랑의 아련함과 혼란, 풋풋함도 레니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베일리의 죽음 후 가족들의 상태가 묘사된 후

마치 잠시 한눈파는 사이 누군가가 지평선을 진공청소기로 빨아 없애버린 듯했다.

p.11


 엄마의 부재로 외할머니, 외삼촌의 보살핌 안에서도 무언가의 결핍을 느끼고 외로움을 함께 나누었던 베일리와 레니. 레니는 베일리에게 자꾸 확인한다. 자신을 혼자 두고 떠나지 말라고~ 자신있게 자신은 떠나지 않을 거라 했던 베일리는 연극 리허설 중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다. 베일리 또한 쉽게 떠나지 못했을 것 같다. 레니의 곁에, 토비의 곁에, 할머니와 삼촌의 곁에 언제나 언제나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었으리라.

 

 사랑하는 가족이 떠난다는 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다. 더욱이 베일리처럼 꽃 피우지 못한, 젊은 생명은 더 큰 상실감을 불러온다. 그래서 레니는 그 아픔을 다른 이와 나누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과 똑같은 슬픔에 빠진 토비가 눈에 들어온다. 혼란 속에서 레니와 토비는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존 레넌

 레니를 비틀즈의 '존 레넌' 이라 부르는 조 폰테인. 그 애를 만남으로써 레넌은 베일리의 죽음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의 영역들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원하고 독점하고 싶고 함께 하고 싶고 인생의 모든 순간들을 함께 하고픈 기적을 만나게 된 것이다. 레니와 조의 달콤쌉싸름한 첫사랑(레니의 입장에서만 ♡)의 열병이 이미 굳어버린 심장으로 가슴 설레는, 손가락이 짜릿한 감정을 잊어버리고 산 나 또한 헤매게 하는 시간들이었다. 서로의 마음과는 다르게 어긋나는 어린 두 연인을 지켜보면서 풋풋하고 뜨거우면서도 서툴렀던 내 과거를 투영시켜보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쁜 감정이나 오해는 사그라들고 아련한 그리움의 향기가 가득한 기억들이 떠올라 행복해졌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어요."

"그건 착각이야, 레니.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 네 발치에서 시작하지."


p.177 레니와 빅 삼촌의 대화 中

조와 키스하면서, 그 말이 처음으로 와 닿았다.

 베일리 언니의 죽음으로 가장 슬픈 사람은 자신이라 생각하여 주위사람들의 소통과 배려를 차단하고 자기자신 안으로안으로 침잠하며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겪는 레니. 첫사랑 조, 16년 전 자매를 버리고 떠나버린 엄마, 할머니, 빅 삼촌, 토비, 사라 등 주위 사람들의 아픔, 슬픔, 이해, 사랑 등을 느끼고 받아들이게 되면서 베일리의 죽음 동굴에서 걸어나오게 된다. 자신만이 슬픈 게 아니고 자신만을 위로하기 위한 사람들의 대화가 아니고 자신만이 태양을 잃어버린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베일리의 들러리가 아닌 자신을 위한 삶을 시작하게 된다.


레니의 성장소설이며 인생 소설인 <하늘은 에디에나 있어>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난 엄마를 기억하지는 못 하지만 그 부재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이유를 궁금해하며 엄마를 기다리며 언제가는 돌아올거라는 할머니의 말을 굳게 믿는 자매. 그리고 갑자기 떠나게 된 언니.

 삶의 태양이었고 경주마였던 언니 곁에 있는 조랑말 같다고 생각하며 지내 온 레니는 그 부재를 이겨내기 위해 낙서를 끄적이고 언니와의 추억이 가득한 집, 학교, 마을 곳곳에 아무렇게나 둔다. 자신의 슬픔을 시로 토해내고 아무렇게나 버리지만 누군가가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지는 그 행동이 가슴아렸다. 그리고 그 글들이 하나하나 다 소중하고 의미가 깊어 그것만 엮어도 멋진 한 권의 책이 될 듯 하다. 산책독서를 즐기는 워커가 차녀이자 폭풍의 언덕을 23번이나 읽은 레니라 글솜씨는 의심할 바 없다.

 

 떠나는 딸을 자신이 붙잡지 못하고 돌아오지도 못하게 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레니와 베일리에게 엄마가 없어지지 않도록 미움을 받지 않도록 애써온 할머니는 또다른 딸 베일리 마저 떠나보내고 레니와 소통하지 못해 괴로워한다. 어른도 슬픔 앞에 고통 앞에 아픔 앞에 의연할 수 없다. 안 그런 척 참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 가슴아팠다. 그래도 다행히 다시 일상으로 회복한 워커가 앞날에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있다. 


"너 아주 이기적인 애가 됐구나. 레니 워커."

"그래, 레니. 너는 이 집에서 베일리를 잃은 사람이 너 혼자인 것처럼 굴지. 베일리는 내 딸이나 다름없었다.

그게 무슨 뜻인 지 아니? 응? 내게는 딸이었다고. 아니, 넌 모르겠지. 물어본 적도 없으니까.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단 한 번도 묻지 않았지.

너는 대화가 필요한 사람이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봤니?

"네가 슬픔에 몸부림치는 건 알지만, 레니,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부엌의 모든 공기가 다 빠져나갔다. 그 틈에 나도 빠져나갔다.

                                  p. 341 할머니가 레니에게 소리치며 내뱉은 진실의 말들

 인생에 사랑이 가득한 빅 삼촌은 인생을 달관한 듯한 말들로 레니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한다. 담담하게 인정하게 되는 조언이다. 어떤 일은 벗어날 수 없고 지나가도록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우리 누구도 벗어날 수는 없어. 그저 통과하는 수밖에…….
p.35 토비와 레니에게 건네는 빅삼촌의 위로

 

 토비와의 사건, 조와의 사랑, 사라와의 우정, 할머니와 빅 삼촌의 한결같은 보살핌으로 이제 레니는 장례식 이후 한번도 찾아가지 못했던 언니의 묘지를 방문함으로써 언니의 죽음을 통과하고 자기 인생 무대에 우뚝 올라섰다.

 그동안 죄책감에 거부했던 일상을 되찾고 조에 대한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인생은 원래 엉망진창으로 단 하나의 진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머리, 우리의 심장으로 써내려가는 우리의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다.



 "내 남은 평생 언니는 죽고 또 죽을 것이다. 

슬픔은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 일부가 될 것이다.

걸음걸음마다, 들숨 날숨마다. 

그리고 나는 언니를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원래 그런 것이다. 

슬픔과 사랑은 한 몸이라 어느 한쪽만 취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언니를 사랑하고 

이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다.

언니를 본받아 배짱과 기개, 기쁨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다."

"언니, 보고 싶어. 

언니가 앞으로 놓칠 게 너무나 많다는 걸 견딜 수 없어."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저자 : 잰디 넬슨 >>

단 두권의 책으로 세상을 사로잡은 작가

<미나리> <문라이트> 제작사 A24와 애플TV+ 영화화 확정


⊙ 코넬대학교 졸업, 브라운대학교 예술학 석사과정 이수 후

다년간 출판 대리인으로 일했으며 현재는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 예술적으로 풍부한 묘사와 강렬하고 매력적인 서사로 젊은 독자를 사로잡았고 

데뷔작인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가 미국청소년도서관협회 최고의 영어덜트 소설로 선정되는 동시에 <뉴욕 타임스>, 미국 공영 라디오 등 주요 매체에서 올해의 책 리스트에 오르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 두 번째 장편소설 <I'll Give You The Sun(원제)> 또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마이클 프린츠 상, 조세트 프랭크 상, 스톤월 도서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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