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워크
스티븐 킹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드워크>는 1981년 리처드 바크만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 스티븐 킹의 라이벌로 알려진 그는 평론가들의 극찬 속에서 여러권의 책들을 발간했다. 1985년 필명암이라는 희귀병으로 숨을 거뒀다. 그런데 작품의 유사성 및 두 작가의 법정대리인이 같다는 등 의심을 품은 한 독자의 탐문으로 리처드 바크만은 스티븐 킹의 필명임이 밝혀졌다.

 평론가들은 스티븐 킹을 돈만 밝히는 저급한 장르 작가라고 저평가하였고 그는 필명으로 작품들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작품만으로 극찬을 이끌어낸 스티븐 킹의 완승이다.




프롤로그

베트남 전쟁은 끝났고 미국은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1972년 8월 어느 후끈한 오후, 784번 고속도로 확장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린다.

"이 행사에 관해 의견을 듣고 싶은데요. 성함이······?"

"도스라고 합니다. 말씀드리죠.

나는 이게 개 같은 짓거리라고 생각합니다."


도스와 앨버트의 첫만남. 그러나 서로를 기억하지 못한다. p.12


제1부 11월

그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일하려 했다.

 그에게는 인생의 전부인 곳. 그곳이 지금 무너지려하고 있다. 고속도로 확장을 통한 지역 개발 및 교통 여건 개선 등의 이유로 진행되고 있는 이 사업으로 인해 그가 살아온 곳, 그와 그의 가족이 남긴 흔적, 그가 평생 일해온 직장이 하루아침에 허물어질 상황이다.


◎ 순순히 받아들인 이들과 바튼 도스처럼 인정할 수 없는 이

◎ 흘러가는 대로 순응하며 살아가는 이들과 바튼 도스처럼 소중한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이


 하지만, 자본의 이익 논리 앞에서는 이들은 모두 허수아비인 셈이다.

바튼 도스는 얼마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끝을 준비한다. 현실을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라 가볍게 여기다가도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과정에 분노를 느끼는 하루가 반복된다.


 <블루리본 세탁회사> 이곳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해야 어느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그의 행동을 조금은 받아들일 수 있다. 블루리본 세탁회사는 바튼 도스 그가 완성된 곳이다. 던과 레이 타킹턴 부자와의 따뜻한 추억이 가득한 곳이다. 가족사업장의 사장으로서 직원들을 가족처럼 헤아려주고 이끌어주고 품어주던 그들의 사업관은 바튼 도스를 한 인간으로서 우뚝 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혈기왕성했으나 아는 건 없는 철없던 도스에게 교육의 길을 열어주고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함께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중한 곳을 원가계산, 자본의 이익 논리에 의해 허물고 정부가 784번 고속도로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그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블루리본 세탁회사가 그렇게 무의미하다니~ 찰리와의 추억이 가득한 우리집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다니~ 대체될 수 없는 가치가 자본에 의해 농락당한다고 느낀 도스는 준비를 시작한다.

제2부 12월

그는 프로그램 제목도 모르고 멍하니 텔레비전에 눈을 꽂은 채 홀로 술을 마셨다. 

 고속도로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는 올리비아를 만난 바튼은 온정의 손길을 내민다. 그녀는 환각제에 중독된 대학생으로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현실에 대한 자각으로 함께 생활하던 이들을 떠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라스베이거스로 떠나고자 한다. 순수하고도 무모한 그녀는 그곳이 막연히 좋은 곳일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과연 그럴까?


 바튼은 그녀에게 돈을 준다. 하지만 아무런 대가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녀는 믿지 않는다. 바튼은 그녀가 온전하게 인생을 바로 바라보며 사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이 받은 던과 레이 사장님께 받은 도움과 이미 죽어버린 어린아이로 남아있는 아들 찰리를 떠올리며 진정으로 올리비아가 건강하고 밝은 미래를 꿈꾸길 바랬을 것이다. 비니 메이슨에 대한 관심과 염려에서도 그의 애정과 인생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장래성이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성장했으면 하는 염려. 하지만 그 마음을 모르는 이들은 그를 오해하고 미쳤다고 생각한다.


 784번 고속도로 확장 공사는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기어코 레킹볼에 의해 블루리본 공장이 부서지고 만다. 벽에 부딪친 레킹볼이 포격음 같은 공허하면서도 요란한 소리를 냈다.


1973년 12월 18일 오후 4시경, 블루 리본 공장이 있던 자리에는 벽돌과 유리 파편, 그리고 그 사이에 튀어나온 부서진 주빔만이 남았다. 땅에서 발굴해낸 어느 괴물의 부서진 해골 같았다.

p.264


 이를 지켜본 바튼은 미래나 결과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을 저질렀다. 그 일로 784번 고속도로 확장공사가 차질이 생길 거라 생각했다. 그의 생각대로 순순히 흘러갈 리 없다.

마음가짐이 안 바뀌면 어딜 가든 마찬가지야.

………

아니, 너야말로 내 말 잘 들어. 정신 바짝 차리고.

나이를 먹는다는 건 차를 몰고 점점 깊어지는 눈 더미 사이로 달리는 거나 마찬가지야.

차의 휠캡이 눈 더미에 묻히면 그 자리에서 공회전만 하게 돼. 그게 인생이야.

어디서 쟁기가 나타나 널 꺼내주지 않아. 널 구해줄 배 따위는 오지 않아.

누구한테나 마찬가지야. 넌 어차피 인생이라는 대회에서 승리하지 못해.

널 쫓아다니면서 찍는 카메라도 없고 고군분투하는 네 모습을 지켜볼 시청자도 없어.

이게 다야. 이게 전부야. 다른 건 없어.


바튼 도스와 올리비아의 크리스마스날 전화통화 p.306

제3부 1월

그날 샵엔세이브 슈퍼마켓에서 일어난 일은 바튼이 평생 처음으로, 되는 대로가 아니라 의식적으로 계획한 일이었다.

 1974년 1월 19일까지가 만기였다. 그 집은 20일부터 바튼 도스 집이 아니다. 정부 소유다.

드레이크와의 짧은 만남으로 그는 깨닫는다, 그동안 온갖 일을 벌인 이유를. 지독한 절망감이 밀려왔다.


이게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길로는 갈 수 없어요.               드레이크의 답변 p.407
 바튼은 결코 찰리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부인 매리의 표현처럼 찰리에게 붙잡혀 있는 죄수 같다. 매리는 풀려났는 데 왜 바튼은 그러지 못했을까? 찰리가 세상을 떠난 후 바튼은 한 번도 찰리를 생각하며 운 적이 없었다. 장례식에서조차 울지 않았다. 반면에 매리는 실컷 울었다. 수 주일을 울어 눈이 줄곧 충혈된 채로 다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매리의 상처는 차츰 치유됐다. 하지만 바튼의 상처는 안으로안으로 곪아 더 큰 상처가 되었다. 바튼은 호두만 한 크기의 작은 세포 덩어리가 찰리의 목숨을 앗아간 사실을 새기고 또 되새겼다. 그리고 그의 안에서 폭발했다. 엄청난 폭발이었지만 그에게는 흔하디흔한 호두만 한 크기였다.

접근금지 ROADWORK(도로공사)


에필로그

WHLM 뉴스팀은 ...... 퓰리처상을 받았다. 

매년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도로 공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주간 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해 연방 정부가 배정하는 예산을 잃게 되므로 시 당국은 굳이 필요하지 않은 공사를 진행한다.

 지금도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책정된 예산을 해당 연도에 다 사용하지 않으면 다음해 예산은 삭감된다. 불합리한 예산 책정기준으로 불필요한 공사, 사업 등이 진행되고 우리의 세금이 새고 있다.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모순과 억압, 파괴가 존재할 지 우리는 모른다. 우리가 그 대상이 되지 않은 한 관심이 없다. 바튼 도스처럼 행동하지는 않겠지만, 그의 입장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말한다.


내 입장 같은 건 없어.

바튼 도스와 기자의 인터뷰 중 p.451


 글을 읽는 내내 조지와 프레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이었다. 바튼과 찰리의 대화인 것일까? 순전히 바튼의 분열된 자아일까? 바튼은 자신이 사랑하는 추억과 인생이 담긴 집과 직장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은 것 뿐이었다. 예산을 소비해야 하는 시 당국의 공사 진행으로 그 꿈이 부서지고 그 안에서 바튼의 몸과 정신도 다 부서졌다. 처음부터 무모한 도전이었으나 그 의미는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같은 방식은 아닐지라도 지금도 그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개인과 정부, 개인과 기업, 개인과 사회.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공존의 길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많다.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