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건 볼품없지만 트리플 3
배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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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엔 왜 이리도 미친놈이 많은가? 

잊고 있었지만 그래도 웃어주고 손잡아 주는 이들이 있다. 살아가보자.


 한국문학의 신예 작가들을 시차 없이 만날 수 있는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배기정 작가님의 「남은 건 볼품없지만」

 

 많은 문학작품들이 출판시장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소비자에게 독자에게 선택받는 책들은 극소수이다. 소위 대작가, 공인 등 이미 인정받은 이들의 책들이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래서 신예 작가들은 그 꿈틀거림을 표출하기도 전에 납작해져 버린다. 독자인 나 또한 잘 알려진 작가 책이나 관심분야의 책들을 중점으로 보지, 책 시장을 다양하게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는다. 그래서 펼쳐지지 못한 채 사그라드는 열정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기획의도가 좋다. 첫 번째 <호르몬이 그랬어> 박서련 작가님, 두 번째 작품 <오프닝 건너뛰기> 은모든 작가님은 다른 책을 통해 접해본 적이 있는데 이번 작품의 배기정 작가님은 생소하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었다.


 남은 건 볼품없지만 - 끝나가는 시절 - 레일라 - 일일 까지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진다. 음~ 오~ 아~ 헉~ 큭까지 온갖 감탄사들이 쏟아진다. 가감 없이 건조하게 쏟아내는 이야기에 좀 더 감정이입이 되는 건 왜일까? 나도 모르게 '나'가 되었다가 '미니'가 되었다가 '레일라'가 되었다가 '나'가 되었다가 '이모'가 되기도 한다. 다 온전히 나인 것 같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남처럼 생경하게 글을 통해서만 말을 건다. 제3자처럼 지켜보게 된다. 그 상황들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남은 건 볼품없지만> 처음에는 나와 후재와의 관계에 의아심을 가졌는데 읽다 보니 '그래, 이런 관계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럴 수 있는 사람들도 있구나. 신기하다.' 그런데 그 관계가 흔한 남녀관계보다 더 깔끔하면서도 끈끈하게 유지될 수도 있음에 놀라워하면서 응원을 하게 되었다. 후재의 가오가 귀엽고 나의 예술에 대한 애정과 예술가에 대한 허세와 위선에 대한 미움, 역거움 등이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특히 '미니'가 싫다고 표현한 부분에서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질투와 시기를 그대로 인정하는 용기에 고개를 수그릴 수밖에 없었다.


쟤도 잘 살아남아서 잘 지내고 있었네.    (p.053)     

 '나'는 딱히 운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지 않는데 우연찮게 타국에서 접한 강진의 위험에서 벗어나 아직까지 잘 살아남아서 생활하고 모텔에서 인질이 될 뻔한 순간도 오지랖으로 모면하게 된다. 이 또한 살아온 방식이 '나'를 살린 것이리라.

내가 또 운이 좋아버렸구나. 몇 년째 궁상떨고 살아서 세상 모든 운들이 나를 피해 가나, 역시나 나에게 남은 운이란 건 없는 건가 싶었는데.  (p.024)


<끝나가는 시절> 송원이 너무 사랑스럽다. 좋아하는 존재에 대한 그 순수하고 맹목적인 경외심, 신뢰는 그를 대변한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으면서도 엄마를 생각하고 아들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를 보고 있으면 그의 소망대로 언젠가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응원해주고 싶다. 그리고 무모할 만큼 무작정 시작한 중식당을 다시 궤도로 올려놓은 집중력과 의지를 보면 음악에 대한 꿈도 실현되리라 믿는다. :)


<레일라> 레일라는 선을 지키면서 남을 배려하고 곤경에 처한 이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데 주저함이 없다.


자기가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말하기 힘든 사람도 있는 거잖아요, 언니.  (p.132)

 

 반면 '나'는 자신만을 바로 세우며 자신을 위해 나아간다. 남에게 보여주기 싫은 치부는 모른 체 해주는 게 옳다고 믿고 타인이 간섭할 문제가 아니라 생각한다.


레일라와 나의 대화 p.162,163


 요즘 보통 현대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개인주의로 포장된 우리들의 모습. 하지만, 이 세상은 이렇게 철저히 개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갈수록 혼족이 많아지고 노인계층이 많아지는 요즘, 타인의 안부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게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싶다.


 일상적인 얘기를 언어를 통해 들여다보니 우리의 위선, 기만, 이기심, 질투, 시기를 조금은 불편하게 인정하며 읽어가는 시간들이었다. 나또한 '나'와 비슷한 모습인지라 더 가슴이 뜨끔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편하게 살고 싶다. 나만 괜찮으면 된다. 나랑은 상관없다. 다 그러면서 사는 거지.

 우리가 쉽게 대는 핑계거리들이다. 하지만 레일라처럼 남에게 도움을 구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할 수 없는 이들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 방관하거나 외면하는 순간 많은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결국 '나'또한 레일라의 손을 잡게 된다. 이제 '나'는 달라질 것이다. 누군가의 구세주가 될까?


 

 경쾌하면서도 솔직하고 담백하면서도 날까로운 시선으로 풀어나간 여러 이야기들이 작은 책 사이즈 너머로 꽉 찼다. 배기정 작가님 책이 나올 때마다 떨릴 것 같다. 기대하면서 기다린다, 다시 만날 날을.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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