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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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밝은세상 

레이철 조이스 장편소설ː조동섭 옮김


<뮤직숍>은 재즈, 팝송,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들이 이야기들과 어우러지면서 오감을 자극하면서도 훅~ 들어오는 소설이 아니라 잔잔하게 스며든다.


때로 숨어 있는 건 즐겁다.

그러나 아무도 찾지 않는 사람이 되는 건 재앙이다. 

- 도널드 위니컷



      프랭크 ♪

      ∞ 엘피판만을 취급하는 음반가게 사장님

      ∞ 고객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음악을 추천해 주는 

          그 앞에 신비한 녹색 코트의 여인이 나타난다


 


 프랭크는 엘피판만을 판매하는 음반가게 사장이다. 엘피판만의 음악에 푹 빠져 자신과 같은 감동을 전하고 타인들의 아픔과 감정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음악을 추천한다. 유니티스트리트 사람들은 그를 다 좋아한다.

 일반적이지 않고 독특한 엄마 '페그'와의 시간으로 '프랭크'는 음악과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이 되어 성장한다. 음악 외에는 제대로 채워지지 않은 결핍으로 '프랭크'는 평범하고 소박하고 따뜻한 가정을 간절히 바란다. 페그의 남자친구들에게 바라는 아빠의 자리는 "정신이 이상하냐?"라는 오해로 돌아올 뿐이다.

 그에게 다가온 첫사랑이 엄마에 의해 어긋나면서 사랑에 어려움을 느낀다. 타인의 말을, 아픔을 귀담아 들어주는 그이기에 그의 삶이 사랑으로 온전히 채워지길 바라면서 소설을 넘기게 된다.




♩일사 브로우크만

∞ 유니티스트리트 음반가게 앞에서 갑자기 기절한 여인

∞ 녹색 코트, 녹색 핸드백 풋풋한 봄기운 가득한 그녀는 

비밀에 싸여있다.







 일사는 하나둘씩 문을 닫고 떠나는 유니티스트리트에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졌다. 이 거리의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끌리는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호감을 가지게 된다. 더욱이 음악으로 그들을 위로해 주고 감싸 안아주는 프랭크가 그녀와의 만남을 이어가게 되면서 관심이 더 커지게 된다. 그녀는 무엇을 숨기고 있을까? 그녀는 왜 다가오는 듯하면서도 벽을 치는 것일까? 음악 수업을 매개로 가까워진 그녀와 프랭크의 사랑은 점점 커져만 가는데 안타깝게도 둘 다 한걸음 더 다가가지 못한다. 애틋하고 그립다.




   유니티스트리트 사람들

     앤서니 신부, 모드, 키티, 윌리엄스 형제, 노박, 루소 부인

      ∞ 유니트스트리트에서 이 모든 이들과 소소한 일상을 보내면서 

         삶을 함께 하고픈 평범한 이들의 하루하루가 펼쳐진다.








 다들 사연을 가지고 있는 유니티스트리트 사람들. 영국의 거리가 아니라 우리네 어느 동네 얘기인 듯 친숙하면서도 정이 가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안타까워지기도 하는 상황들이 펼쳐진다.

 쇠퇴해가는 골목이 있고 새로운 상권을 노리고 포섭하는 부동산 개발회사, 시청 공무원들이 등장한다. 개발 회사는 회유, 협박 등 여러 방법으로 힘든 가게 주인들을 압박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원칙만을 내세워 가게 주인들의 힘이 되어주지 않는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소시민의 의지와 노력들이 펼쳐지고 프랭크의 새로운 추진에 의해 유니티스트리트 주민들은 조금씩 힘을 낸다.

 프랭크의 말처럼 항상 개발이 정답은 아니다. 사라져가고 있는 지난 날의 정취와 풍물을 간직한 곳을 재개발로 획일화시키기 보다는 특색을 살리고 환경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유니티스트리트는 이웃 간의 정이 살아있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다 함께 힘을 모아 도우며 살아왔습니다.

우리가 당장 힘들다고 떠날 경우 무엇을 잃게 될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합니다.

프랭크가 <포트 개발>관계자들과의 자리에서 말한 연설 中


 프랭크와 일사의 사랑 이야기가 큰 줄기이지만 가지가지마다 제각기 사연들이 다루어지고 그에 알맞은 음악들이 소개된다. 각 장마다 소개되는 음악을 들으면서 그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힘을 얻고 관계를 회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음악이 가지는 힘에 대해 새삼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음악과는 다소 먼 삶이어서 대부분 접하지 못한 음악이었는데, 음악을 좋아하는 남편은 "갑자기 왜 이런 음악들을 듣는 거냐?" 신기해하고 그 시절 추억에 잠겼다. 기타도 좋아해서 레드 제플린 <스테어웨이 투 헤븐>을 듣더니 이 곡은 기타 치는 사람들이라면 꼭 치고 싶어 하는 곡이라 말하기도 했다. 이렇게 만나지 않았던 시절의 그를 알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을 나누고 정을 나누며 친구가 된다.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여 본인이 채우지 못하는 면들을 일깨워주고 어려운 상황을 같이 해결하고자 노력해나간다. 한 사람에서 한 가게로 한 골목으로 공동체로 확장되어 엮어지면서 서로의 삶을 다채롭게 채워가게 된다. 뮤직숍은 이 일련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으나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며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음악을 통해 어루만져 주고 있는 있다.

"언제든 들러도 좋아요. 늘 우리는 여기에 있으니까요."



주위의 시선과 오해에도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따뜻하고도 곧은 프랭크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부럽다.

아레사 프랭클린을 만나게 해줘서 고마워요. 어렵다고만 느꼈던 클래식을 쉽게 풀어줘서 고마웠어요. 프랭크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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