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강경수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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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강경수 작가님은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만화, 그림책, 동화로 우리에게 얘기를 거는 그는 매력적인 이야기꾼이다.〈거짓말같은 이야기>,〈꽃을 선물할게〉 등을 통해 불합리한 지구촌 현실이나 인간의 본성과 내면을 들여다 보는 우화같은 이야기로 주제의식을 가지고 우리에게 말을 건다. 또 <코드네임> 시리즈같이 유쾌상쾌 판타지 코믹첩보물로 어린이들을 상상력 가득하고 유머 넘치는 첩보물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요즘 최고의 화두는 코로나19와 환경, 기후위기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과 행동 변화를 요구하는 기후정의 시대에 강경수 작가님이 『눈보라』로 묵직한 생각을 펼쳐놓았다.




북극은 매년 따뜻해져서 빙하가 단단하게 얼지 못했습니다. 바다로 사냥을 나가지 못하는 눈보라는 점점 말라갔습니다.

 눈보라는 북극곰이다. 빙하가 제대로 얼어야 바다로 나가 사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다시피 북극의 빙하는 점점 녹고 있다. 제일의 사냥꾼이지만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눈보라는 결국 먹이를 구하고자 인간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온다. 쓰레기통을 뒤지던 눈보라를 발견한 아이의 외침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눈보라를 내쫓았다. 한참을 달려 진흙탕 위에서 미끄러진 눈보라. 진흙으로 덮힌 팔! 힘이 쑤욱 빠진 눈보라!

눈보라는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사진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눈보라는 북극곰이고 빙하가 얼면 바다로 나가 사냥해서 먹으면 된다. 하지만, 기상 이변으로 빙하는 점점 녹고 있다. 삶의 영역을 잃어버려 인간 마을로 내려온, 쓰레기통을 뒤지는 눈보라를 인간들은 모질게 험하게 쫓아낸다. 눈보라는 살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런 선택을 하게 되기까지 눈보라는 얼마나 혼란스럽고 힘들었을까?

 이런 기상 이변을 만든 건 우리 인간들인데 그로 인한 피해는 생태계의 다른 종들이 짊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외면하다가 우리를 우리 자손들을 위협하고 있는 지금, 이제서야!!! 우리는 해결책을 논하고 협약을 맺고 행동을 촉구한다. 하지만 그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남의 일이고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북극의 하늘이 사람들 마음처럼 검게 물들었습니다.
"녀석도 이번에 혼났으니 사람들 곁으로 안 올겁니다. 영원히......"
하얀 북극곰 눈보라는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다들 살아가는 영역이 있고 방식이 있다. 모든 생명의 존엄함을 알고 그 생존방식을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공존을 이루어야 했는데 우리 인간들은 그러지 못했다. 다른 종들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내쫓았다. 어쩔 수 없이 삶을 이어가고자 인간의 영역에 들어온 생명들을 죽이고 가두었다. 그렇게 많은 종들이 지구에서 사라져갔다.

우리의 이기적인 행동으로 눈보라는 북극곰으로서 온전하게 살아갈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그를 눈보라 속으로 내몰았다. 눈보라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과연 어떻게 될까?

늦었지만 우리가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고 자연과 공존하고자 노력하는 관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개인으로서 기업으로서 정부로서 각자의 실천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도 사라졌습니다. 가 아닌 우리도 눈보라도 살고 있습니다.로 계속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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