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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심장 ㅣ 스토리콜렉터 100
크리스 카터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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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가너는 작은 휴게소 식당을 지나던 중에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그가 운전한 트럭이 식당을 불과 몇 센티미터 남겨두고, 인접한 화장실 건물과 충돌한 후, 그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식당 안에 있던 월턴 보안관과 보비데일 보안관보가 사건 현장을 목격했고, 트럭이 식당 밖에 주차되어 있던 푸른색 포트 토러스의 뒤쪽을 강하게 치고 가면서, 트렁크 안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토러스의 면허 정보에 다르면 이름은 리암 쇼. 1968년 2월 13일에 테네시주 매디슨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테네시주 매시슨에서 1968년 2월 13일에 태어난 리암 쇼에 관한 기록은 찾을 수가 없다. 리암 쇼는 현장의 보안관에게 체포되었고, 토러스는 몬테나주의 번호판을 달고 있어서, 주 경계를 넘어 조회가 되지 않았다. 결국 그 사건은 FBI 에드윈 뉴먼과 코트니 테일러에게 인계되었다.
차량의 토러스는 "리암 쇼"가 아니라 뉴욕의 "존 윌리엄스" 명의로 등록돼 있었다. "존 윌리엄스"라는 이름은 아주 흔한 이름이다. FBI는 테네시 출신으로 보이는 쇼와 신원 불명인 여성 둘의 머리, 그리고 뉴욕 윌리엄스라는 이름으로 등록된 몬테나주 번호판을 단 차 한 대를 증거로 확보했다. 문제는 리암 쇼가 구금돼고, 사일 후, 그가 오랫동안 침묵하다 내 뱉은 한 마디였다.
"로버트 헌터, 난 그 사람한테만 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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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헌터는 하와이로 향하는 휴가를 기다리다 상관에게 전화를 받는다. 여성의 짤린 머리 두 개의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오로지 "로버트 헌터"만을 찾는다고 했다. FBI의 센터장 에이드리언 케네디는 용의자의 자세와 자신감, 태도를 녹화한 영상을 들며 로버트에게 유치장 통제실 영상을 보여준다. 로버트는 자신의 대학 시절을 함께한 룸메이트 "루시엔 폴터"를 바로 떠올렸다.
"내가 만나본 가장 똑똑한 사람 중 하나였죠. 굉장한 자제력과 통제력을 가진 인물이었고요. 이름은 루시엔, 루시엔 폴터입니다. 아니 적어도 난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에 간 첫날 그와 만났죠. 그 때 전 열 여섯 살이었어요." -page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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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학습 속도로 불과 열 여섯에 대학에 입학한 로버트 헌터는 23살에 범죄행동 분석과 생물심리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는 등, 남들과는 달리 뛰어났다. 루시엔 폴터는 헌터와 대학교 룸메이트였고, 어린 나이에 대학교 생활을 해야했던 헌터에게 의지가 되는 유일한 벗이기도 했다. 하지만. 헌터는 루시엔 폴터가 19살에 명망있는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전문적인 수준으로 여러기록을 조작했을 가능성에도 염두를 두었다.
심문실에 들어온 헌터는 루시엔 폴터를 본다. 팽팽한 정적이 이어졌다. 루시엔은 대학시절을 이야기하며 무의식적으로도 공포적인 상황을 회피하려 했다. 심리학자로써 헌터는 동조하는 척했지만, 그가 이어서 한 말에 그의 모든 행동과 말을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내가 한 게 아니야. 저들이 내가 했다고 하는 거 말이야, 넌 날 믿어야 해.
하지만 누가 했는지는 알아."
" 이 마지막 말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 발언은 루시엔이 범죄 공모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루시엔 폴터가 두 여자를 살해하고 목을 자른 쪽은 아니었다고 해도 누구 짓인지 알고 있었다고 인정함으로써 스스로 살인 종범이 되었고, 게다가 경찰에 알리지 않고 여자들의 어미를 다른 주로 수송하다가 발각됨으로써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 -page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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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전공한 경찰과 살인 공모 혐의를 받는 용의자, 둘은 공통적으로 심리학을 전공한 엘리트였고, 살인사건으로 다시 만난다. 여성을 죽이는 데 협조한 것은 맞지만, 범인은 따로 있다는 말에 다른 누군가를 추리하게 된다. 하지만 루시엔 폴터가 유치장에서 보인 극히 절제된 행동과 정확한 생체시계적인 모습은 끝내 그를 용의선상에서 배재될 수 없도록 만든다.
먼저, 살인범의 심리를 공부하는 경찰, 프로 파일러처럼 범인도 자신의 심리를 파악하려는 이들의 심리를 공부하려할지도 모른다. 라는 가정으로 이 소설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가정은 책의 소재를 더 탄탄하게 하는데, 이를 테면, 공포증에 대한 방어기제로 사람은 까다로운 사안에 관해 이야기하기 두렵거나 너무 긴장되면, 무의식적으로 핵심 주제를 회피하고, 그와 거리가 먼 대화를 시도한다는 심리학적인 기제를 예로 들어 주인공 로버트 헌터가 루시엔 폴터를 파악할 때의 생각들이 그렇다. 또한 "제 3자 전이"라고 불리는 살인자가 묘사한 느낌과 감정은 경악스러운 사이코패스 그 자체다. 소설 속의 범죄심리학이 자연스럽게 녹아내려 범인의 심리를 영화를 본 듯 느끼게 하는 것은 이 책의 매력이었다. (때로는 너무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 책의 두께가 필요 이상으로 두꺼워 지는 경우가 있는데, 범죄소설의 경우 등장인물이 너무 많은 것은 때로 불편하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 책을 읽는데 훨씬 수월하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다는 것은 범인을 한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데, 따라서 범인의 행동이나 심리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악을 파악하는 선의의 사람들이 있다면, 선을 파악하는 악인도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의 범행을 온갖 이유를 들며, 환경을 탓하는 사람도 있다. (엘리트의 머리를 가지고서도 악한 행동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두뇌는 심장과는 멀리 있는 듯 하다. )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범의 심리와 그들의 환경은 그들이 선택하는 것일 뿐,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의 작가 크리스 카터는 검찰청 형사심리팀에서 일하고, 다시 세션 기타리스트로 그리고 범죄심리 스릴러 작가로 자신의 직업을 새롭게 정의한 사람이다. 범죄자의 행동분석을 소설 속에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던 것도 형사심리팀에서 일한 그의 이력이 클 것이다. 악인의 심리를 현실에서 가까이 느꼈을 그의 생각들이 "제프리 디버와 견줄만 하다"라는 평을 받을 만큼, [악의 심장]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극한의 심리전을 보여주는 특별한 로버트 헌터 시리즈의 첫번째 콜렉터 다음 사건은 어떻게 전개될까? 심히 기대된다.
북로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