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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 나만 알고 싶은 백수 김봉철 군이 웅크리고 써내려간 이상한 위로
김봉철 지음 / 웨일북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우선 다른 이들을 위한 위로라는 말은 이 책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책의 표지는 백수 김봉철 군의 이상한 위로라고 말하지만, 개인적인 평가로는 김봉철군이 살아온 짠하고 암울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동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점에 공감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책을 보고 나는 그래도 저자보다는 환경이 나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책을 보고 위로를 받게 될 지는 몰라도.다른 이들이 더 열악하고 힘들게 살아왔다는 것을 보면 위로를 받기 보다는 내가 위로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읽는 내내, 암담함, 한숨, 허무함 등등의 암울한 감정들을 꾸준히 느꼈다. 친구의 사망소식,아버지의 방화,그래서 어두운 작가....
작가는 극강의 내성적인 성격으로 혼자서 딸바(딸기바나나주스), 초바(초코바나나주스)등도 주문하지 못한다. 여성들에게 특화된 그 단어 때문에 남성들이 말하기 껄끄러워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빅맥이라는 줄임말 또한 못한다. 그런데 더 답답한 건,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을 벗어나기 위해(그 이유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인터넷 정모를 하러 모임에 나갈때다. 모임의 특성상 어울리기 힘들다면, 적어도 쉽게 어울릴수 있는 지인과 함께 했다면 좋았을 것을(그런데 저자는 8년간 가족들 외의 사람들과 이야기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고 몇 분 후 자리에 돌아올 때, 모임 사람들은 이미 다 나가고 없다. 후. 안타까움과 함께 짠함이 몰려온다. 그저 모임을 주관한 사람의 인성의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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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친구가 있었다. 나 또한 집안 사정이 열악해 항상 만날 때면 돈을 내지 않는 친구가 있었다. 저자는 그 친구의 가정 형편(아내를 때리는 남편)을 이야기 하는데 덜컹 심장이 내려 앉았다. 어렵지 않게 폭력 가정은 쉽게 관찰이 되나 보다. 지인의 지인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이에 대한 내용이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도 확인된다. 불편한 내용일 수 있다. 누군가는 심각한 내용이 싫을 수 있고, 위로를 받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한 책의 내용에 실망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암담하고 허무한 이야기 일수록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짠하다. 정말 짠하다...
어릴적 외톨이가 된 내용도, 아버지의 라이터에 대한 내용도 한숨이 나온다. 그리고 글쓴이가 살아온 환경에 아버지의 영향이 컸고, 그래서 더 자신감이 없었던 저자가 딱했다. 지금은 서른 중후반의 나이인 중년의 작가는 백수와 간헐적 취업을 줄타기한다. 꾸준히 일하지 못하는 누군가에게는 공감대를 불러오게 할 것이다. 그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저자가 어릴적 그러니까 1990년과 2000년 ,당시에는 맞으며 살아온 여성들이 많았다.(현재도 다르지 않겠지만,그래도 법이라는 제도 자체가 있는 현재와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그 피해자 중 하나가 저자다.(저자는 아빠에게 꾸준히 맞아왔던 것 같다.) 누군가는 저자가 취업이 안되는 상황이 내성적인 성격 때문이라고 말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정형편과 가정환경이 좋지 못한 상태에 놓인 (정확하게는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들에게는) 취업 조차 힘들 수 밖에 없다. 다시 한번 사회화에 가장 기본이 되는 가정이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가장 기본적인 가정 안에서부터 흔들린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결국, 다른 이들보다 몇 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하거나, 첫 발부터 실패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냥 자신을 포기하는 거다. 그런 부분에 저자의 인생이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꾸준히 자신의 감정을 글로 적었고, 버젓이 책을 출간한다. 쥐구멍에도 볕 뜰 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저자 자신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결국 저자가 살던 세상에는 저자가 사는 방식과 같이 살아왔던 사람들도 존재한다....
저는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저자는 책속에서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 듯 했다.
모든 이야기들이 시리고 아프다. 그리고 웃음이 나고 슬프다. 저절로 저자를 응원하게 된다. 그러면서 나 또한 힘을 받는다. 가볍게 읽지만, 절대 가볍지 않다. 모든 이야기는 읽으면서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 그리고 현재를 집중해 똑바로 보게 한다. 그저 이 이유 때문에라도 이 책을 읽기에는 목적이 충분하다. 시리도록 아픈 이야기. 모든 이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