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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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10대 이후로 잊은 적이 없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일, "죽음"은 작가와 동갑이던 신부의 부고 소식을 받았을 때도, "이 곳에서 생을 마쳐도 좋을까"하며 이사를 할 때도, 그리고 사람들이 "혼자서 뭐하고 지내요?"하고 물을 때도 작가는 "죽음"을 항상 염두해 둔다. "죽음"을 준비하고 있다고 대답하면서도 명랑해 보이는 사람. 




소설 "도가니"를 읽고 사인회에서 자신의 인생이 변했다고 말하는 독자의 말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 공지영 작가는 작가가 생각하는 "죽음"과는 아주 먼 너무도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누군가는 자신의 이름으로 책 한권 쓰는 게 꿈이었을 것이고.. 이미 작가는 자신의 사인회는 물론 각종 문학상을 모두 휩쓸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한 작가다.







글쓰기를 그만둘까 하는 고민을 했던 작가는 결국 그 생각과 고민이 담긴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를 썼다. 혼자가 되고 자유가 될 때 고요해진 자신을 담은 산문. 정확히는 예루살렘 여행에 관한 책이다. 




그녀가 책을 낼 때마다 온갖 욕설과 악담을 해대는 사람들을 보며 회의감이 생겼던 작가는 3년 넘게 글을 내비치지 않았던 하루를 이 책에서 덤덤하게 표현해낸다. 지금의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중동 여행기, 요르단을 거쳐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성경의 중심지인  예루살렘을 방문한다. 요르단은 이웃 이스라엘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등의 난민을 받아 난민의 숫자가 전체 인구의 60%에 이르기도 한 나라라고 한다. (난 왜 이 대목에서 한국에 거쳐하는 중국인들이 연상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19세기부터 캐나다는 노동력이 싼 중국인들을 대거 받아주었고, 캐나다에서 중국인들은 최대 이민자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아니나 다를까 한때. 그 파키스탄 난민들이 아예 요르단을 차지하려고 요르단 왕가암살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공지영 작가의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산문 속 제목이 궁금했다. 공지영씨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소설 [먼 바다] 에서의 40년 모티브로 제목이 시작한다. 40년이란 육체의 기억이 지워지는 시간이다. 노예근성이라 불리는 것이 지워지기까지(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 노예에서 해방되기까지) 40년이 걸린다는 말이다. 작가에게는 육십이 된 올해, 과거 스무살이던 1981년, 같은 과 친구가 강제로 군대에 끌려가 죽은 기억, 선후배들이 불법으로 납치되 고문 받아 죽던 그 시절에서 그 추위와 배고픔, 악질적인 권력 앞에서 행해지던 억압과 같은 고독의 말이다. (작가가 대학생 시절 유신체제의 기억이 그녀의 산문 속 제목이 된다.) 



page.79
어디선가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너는 또다시 소수의 편에 서게 될 것이다. 하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 했다.  








작가가 요르단을 방문하면서 현지 이민자에게서 들은 말은 지금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게 한다. 요르단은 팔레스타인과 인접한 국가이며 요르단인은 이스라엘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관광객이 오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인지. 아무런 이유없이 입국심사 때 사람들을 잡아둔다. 가끔 트렁크 검사를 하고, 속옷까지 다 꺼내보는 것은 물론 화장품 크림 통을 열고 휘져어 놓는 등의 짓도 서슴치 않는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민족에 대해 적대감이 아주 강했다고 했다. (사실 대책없이 타국민을 받아들이는 행동은 좋지 않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 또한 이민자들에 대한 정책이나 평가는 자국민을 위하는 법을 만들어 놓고 행함이 현명한 처사다. 결국 무턱대고 그들을 받아들이면 사회복지적인 문제는 고스란히 우리들이 겪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스라엘은 우리나라 국토의 경상북도만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좁은 땅에 다른 민족들을 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 뭐 물론 그 땅의 60%가 황무지라도 말이다, 


page.88
우리가 탄 버스의 운전기사는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이 이 지역을 점령하고 난 뒤 자기들이 보기에 '사상이 불순하지 않은' 팔레스타인들에게는 이스라엘의 시민권을 주었다고 한다. 




사실적인 표현과 다양한 주제와 스타일로 논리적인 구조의 산문의 특징은 하동으로 내려간 공지영작가의 의식의 흐름에 맞춰져 재미있게 쓰여있다. 유대인들의 소식을 전할 때 가장 많이 자료화면으로 나오는 통곡의 벽, 마리아 기념성당, 성모자 그림, 아기요한의 벽화 등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과 함께 예루살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중동전쟁이 일어나기 전, 예루살렘을 여행한 작가의 글은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60년대 유신체제의 기억, 죽음을 꾸준히 생각하는 작가, 하동으로 내려간 전원생활, 어느 날 갑자기 예루살렘을 혼자서 여행하고 싶었던 그 알수없는 느낌까지. 그녀의 산문은 아픔과 고통, 희망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책이었다. 물론 기독교 신자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기쁨도 더해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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