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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 생명사 - 38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것은 항상 패자였다! ㅣ 이나가키 히데히로 생존 전략 3부작 3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박유미 옮김, 장수철 감수 / 더숲 / 2022년 6월
평점 :
감수자의 말처럼 세계를 영역구분없이 이해하려는 시도는 최근의 주요한 경향 중의 하나다. 여러가지 영역을 망라해 한 가지 주제로 풀어내는 '빅히스토리' 는 방대한 양의 지식을 한 주제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익하다. 이에 더해 소설에서도 그런 방식의 차용이랄까.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베르베르의 소설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 소설의 줄거리가 어울려지면서 읽는 재미와 알아가는 재미가 함께한다.
거두절미하고, 이 책은 "생물"에 관한 생존 경쟁에서 여러가지 정보를 전해주는데, 비단 생물 뿐 아니라. 생물의 역사, 그리고 공생과 시대를 개척한 이야기도 전해준다. 생물의 생존 경쟁에서 "패자"가 곧 승리자다.
약자였던 단세포 생물이 소화되지 않고, 그 세포 안에서 살게 되면서, 에너지를 생성하고 큰 단세포 생물은 자신을 보호한다. 작은 단세포 생물은 세포 안에서 광합성을 하면서 공생 관계가 시작된 것인데, 그러니까 자신이 먹은 것과 몸 속에서 공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몸에서 잘 알려진 장내 세균과도 같은 맥락이다.
page. 25
우리 몸에는 장 내 세균이 있다. 장 내 세균은 위장 안에 서식하고 있어, 병원균의 침입을 막고, 분해하기 어려운 식이 섬유를 분해하거나 비타민 등의 대사 물질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인간이 진화의 정점에 있다고는 해도 장 내 세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군체 :: 같은 종류의 개체가 모여, 하나의 몸을 이룬 집단.
지구 상의 진핵 생물인 동물, 식물, 균 류 모두가 공통 조상을 가졌지만, 스스로의 선택으로 달라졌다는 이야기는 약 22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엽록체와 공생을 시작한 식물(식물은 엽록체를 가지게 되자 돌아다니면서 먹이를 구하지 않아도 영양분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엽록체와 공생하지 않은 것 중 세포벽을 선택한 균류, 세포벽이 없는 동물 등 식물, 동물, 균 류의 기초가 된 진핵 생물이 급격히 진화를 이루어 출현한다. "진핵 생물의 진화 빅뱅" 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후에 산소가 높아지면서, 산소를 찌꺼기로 배출하는 시아노 박테리아의 활동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미생물이 27억 년 전에 등장하게 되고, 조금씩 지구 상에서 산소가 생겨난 것이라 하니. 아주 새로웠다.
page. 55
광합성에는 결점이 있다. 반드시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광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화학반응으로 당을 만들어 낸 후에는 산소가 찌꺼기로 남는다. 산소는 폐기물이다. 필요 없어진 산소는 시아노 박테리아의 체외로 배출된다. 공해 규제도 없는 시대였으니 산소는 대기 중에 방류된 상태였다. 당시 지구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지만, 시아노 박테리아가 활발하게 활동함으로써 점차 대기 중의 산소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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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인간과 발생 과정이 비슷한 성게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과 같은 2 만 3 천 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70%가 인간과 공통점이 있다는 성게는 뼈를 가진 후구 동물(원래의 입을 배출하기 위한 항문으로 삼고, 새로 만든 구멍을 먹이를 빨아들이는 입으로 삼은 동물) 중 뼈 위에 피부가 덮혀 있는 인간과 같다고 한다. 결국 먼 조상을 찾아보면 성게와 인간의 발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은 놀랍다.
물고기들의 비닐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4억 년 전 패자들의 낙원이라는 주제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page. 105
물고기들은 염분 농도가 낮은 물이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비닐로 몸을 지키게 되었다. 또 외부에서 들어온 담수를 체외로 배출해서 체내의 염분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신장을 발달시켰다.
이처럼 연어와 송어들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 산란하는 것도 이들이 담수를 기원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광합성과 색의 관계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생물을 배웠지만, 광합성을 하는 이끼는 녹색 빛을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녹색빛을 띈다는 것을 알지만, 물의 광합성은 잘 알지 못했다.
page. 115
바닷속 조류로는 녹색을 띤 녹조류, 갈색을 띈 갈조류, 붉은 색을 띈 홍조류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녹조류가 녹색으로 보이는 것은 녹색 빛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하기 때문이다. 즉 녹색 이외의 청색과 적색의 빛을 흡수해서 광합성을 한다. 광합성을 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것은 청색과 적색 빛이다. 따라서 빛이 닿는 얕은 여울에 서식하는 녹조류는 청색과 적색의 빛을 흡수해서 광합성에 이용한다. 참고로 물은 적색을 흡수한다. 따라서 깊은 바닷속 바닥에는 붉은 빛이 닿지 않는다.
책은 그 밖에 생물의 니치 전략(의자 뺏기 게임과 같은 생태계 전략), 생명을 단축하는 진화, 과일의 탄생, 멸종되어 가는 것 등 흥미롭고, 긁직한 부제들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