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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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와 에드워드 보인 부부는 난방장치도 없고 상수도 온수 설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낡은 주택을 샀지만, 에드워드 보인은 오히려 열광한다.  친구 앨리다 스테어가 유령의 집이라는 소문이 있어서 헐값에 사들일 수 있던 거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온전히 소설창작과 그림 정원을 가꾸는 것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들이 선택한 저택은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 주의 도싯이라는 곳의 링저택이었다. 그렇게 부부는 저택에서 가정부 트리믈과 부엌 하녀와 함께 살게 되었다. 어느 날, 부부는 서로를 껴안고 경치를 즐기기 위해 지붕 아래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 언덕의 평선을 올려다봤다. 그때, 남편 에드워드가 어딘가를 향해 날카롭게 "이봐요!" 하고 소리쳤다. 에드워드는 당혹스러워하며, 헐렁하고 희끄무레한 옷을 입고 마당을 서성거리는 형상을 보고 황급히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잠시 후 그녀도 무의식적인 충동에 이끌려 계단을 밟고 아래층 현관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남편이 혼자 책상에 앉아 원고지를 멍하니 만지작 거리고 있는게 아닌가. 


"뭐였어? 방금 누구였어?" 라고 묻자, "누구" 그가 되묻는다. 
"우리 집 쪽으로 오고 있던 사람.. 같이 봤잖아"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겨 말한다. 

" 그 사람? 아, 나는 피터스를 본 줄 알았지 마굿간 배수관에 관해 뭘 좀 물어보려고 얼른 뛰어나갔는데,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사라져버렸어"



그런데 메리가 본 에드워드는 뭔가 수상해 보였다. 불안한 표정을 짓는 것도, 정말 마굿간에 관해 질문하려고 했다면 피터스를 만나지 못했는데  도대체 왜 그렇게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는지. 



그렇게 두 달 후, 메리 보인은 여느때와 같이 창밖으로 마당을 물끄러미 내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한 형상을 보게 된다.   "유령이야!"  두달 전 지붕에서 어렴풋이 보았던 그 형상이 이제야 정체를 드러낸 것이라 생각해 메리는 공포를 느꼈다.  그런데 그 찰나에 형상이 뚜렷한 실체를 갖추었다. 에드워드 보인이었다.  "정말 말도 안되게 바보같아" 



메리는 이사 오기 전 스테어가 말했던 유령이야기, 링  저택의 유령을 보더라도 절대 그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다고 했던 그 말이 생각났다.  남편이 유령이라 생각했다는 것에 메리는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다.



하루는 온실배관에 문제가 있어 기술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절대 정비공으로는 보이지 않는 한 젊은 남자가 저택가까이 다가왔다. '업무차' 방문한 사람. 예의 바르지만 자신의 권리를 확고하게 아는 사람의 얼굴 같았다. 남편은 글을 쓰는 시간이었고, 메리는 남편과 미리 약속을  정했는지를 남자에게 물었다.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멀리서 온 손님. 메리는 남편이 서재에 있을거라고 말하고 방문을 허락한다.  그사이 기술자와 함께 온 정원사가 저택에 당도하고, 보일러 기술자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열중하느라 손님은 곧 잊어버렸다.



메리 보인이 온수기술자를 부르고 커다란 액수지출에 대해 계산하고 나서야 점심때가 가까워 왔음을 알게 된다.  트리믈은 점심을 어떻게 차릴지 메리에게 물었고, 그 말에 압박을 느낀 메리 보인은 서재 문을 열었다.  책상은 비어있고, 남편은 서재에 없었다. 





소설은 한 부부가 한적한 도시의 저택에서 살면서 시작된다. 그 저택은 유령의 집으로 유명하다. 유령의 존재보다 책을 쓸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고요한 저택을 꿈꾸었던 부부에게 유령의 존재는 크지 않다. 적어도 유령의 존재를 느끼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내 메리는 알 수 없는 유령의 형체를 발견하면서 뭔가 이상하게 변해가는 남편을 본다. 어느 날 남편을 찾아온 한 남자와 남편이 사라진 후, 메리 보인은 형언할 수 없는 공포를 느낀다. 유령의 집에서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일까. 에드워드 보인이 사라진지 2주가 지났다. 그에게선 어떤 연락도 없었다... 
남편은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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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디스 워튼은 병약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누군가 옆에서 간호해주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환각에 시달렸다는 그녀는   여성 최초로 퓰리처 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쓴 유령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는 언뜻 그녀의 유년시절 환각과 어울려지며 일반적이지 않은 스토리를 만들지  않았을까 유추해 보게 되는데, 작가의 8개의 단편이 쓰여진 이 책이 그렇다. 그녀의 단편집을 보고 나면,  올해 영미 작가들의 단편선을 엮은 < 실크 스타킹 한 켤레>   속 그녀의 소설도 기다려지게 만들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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