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언니의 방구석 극장
양국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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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결합적인 형태는 많이 변화했다.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 아니어도, 정자를 기증받아 비혼모가 되는 가 하면, 피 한방울 섞이지 않는 남이 모여 가족의 형태를 이루며 산다. 누군가는 미친 짓이라 결부하지만, 결단코 이런 방식은 미래의 가족 형태로 단단히 굳어질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결혼은 의무가 아니며, 선택이다. 가족이란 인식도 사람과 사람이 아닌. 사람과 애견으로 변화 할 것이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많은 통계가 그것을 입증하고 있는데, 애견애묘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편성표만 봐도 알 수 있는 점이다. 작가는 방구석 극장의 첫 장을 결혼, 비혼주의자로 정했다. 40대 비혼주의자인 저자의 말 한마디가 바로 내 생각과 너무 같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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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비혼 여성인 내 의견을 말하자면 삶에서 결혼, 출산과 양육을 겪지 않으니 그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자유로워졌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의외의 기회들도 만났다. 나 자신만 챙기기에도 24시간이 꽉찬다. 무엇을 시작하든 무엇에 도전하든 늦은 건 없다.




 가정폭력에 대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성장일기라고 적었지만, 결국은 가정폭력을 스릴러와 함께 버무린 소설도 읽어보았다.  생각보다 가정폭력은 사회에 만연해 있다. 과거 쉬쉬하던 문제가 근래들어 폭발해 이슈가 된 것 뿐이다.  작가는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폴을 바라본다. 아빠가 엄마를 때리던 그날의 기억을 가진 폴을 마주한다. 그리고 폴에게 말한다.



"나쁜 기억에만 매몰되어 있으면 변하는 건 없다.

앞으로 나아가야만 과거는 그대로 과거가 된다."



분명히 폴은 가슴 언저리에서 이 말들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쳐버리지 못한 것은 상처를 준 대상에게서 트라우마를 겪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폴은 탱고에 맞춰 춤을 추는 춤사위를 보고, 아빠와 엄마가 춤을 추던 상황을 연상하게 된다. 절묘하게 겹쳐지는 그 영상은 두려워했던 아빠라는 압박감의 존재에서 해방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과거 아픔의 대상을 용서하고, 자신의 트라우마를 스스로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이 영화속 줄거리와 작가의 설명을 읽으면서 영화가 궁금해지고 꼭 영화를 봐야겠다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나와 동질적으로 같은 감정을 가진 영화를 찾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트라우마 대상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면 조금은 감정이 가벼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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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해져야 한다. 내 행복을 방해하는 모든 요소로부터 무심해져야 한다. 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필요 없는 것을 과감하게 덜어내어 무심해지는 일, 행복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영화를 자극적인 스릴러나 공포 호러를 좋아하기 때문에. 타 장르의 영화는 잘 안보는 편이다.. 영화를 보는 순간에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영화는 킬링타임만큼 순전히 재미만을 쫓을 때 찾게 되는 것 같다.  작가는 자신의 책을 방구석 극장이라고 이름 지었다. 읽으면서 내가 아는 영화들이 많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공감대가 높아질테니까. 하지만, 한 두 장 읽어내려가면서 모르는 영화를 알게 되는 기쁨이 더 큰 것 같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기쁨을 책으로 느끼는 것처럼 영화도 그럴테니 말이다. 


작가는 영화를 소개하며, 여러 주제로 이야기들을 읽어준다. 마음이 동하고, 감정이 따듯해지는 영화가 한편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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