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쉽게 믿는 자들의 민주주의
제랄드 브로네르 지음, 김수진 옮김 / 책세상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꼭 이념이 섞인다. 개인이 생각하는 이념에 따라 달라지는 정치적 성향은 너무도 견고하고 단단해서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일들 외에는 공유하기 쉽지 않다. 작가는 이 책에서 민주주의에 연결되는 비판적 사고는 다루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조작'을 전제로 여러 사례와 사건을 든다. 또 확증된 편향에 대한 예시로 들기도 하는데, 1950년대 말의 시애틀사건이 그렇다.
시애틀 주민들은 앞 유리창에 작은 균열이 생긴 자동차가 점점 많아진다는 소문을 들었고, 급기야 이 소문으로 인해 아이젠하위 대통령까지 나서 이 사건을 규명하기에 이른다. 조사단은 두가지 신념이 서로 맞서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첫 번째 낙진이론은 소련의 핵실험 결과로 대기가 오염되었고, 이 영향으로 산성비가 내려 유리창이 손상되었다는 이론이다. 두 번째 머캐덤 공법 이론은 대규모 도로망 정비사업으로 도로포장에서 발생한 산성방울들과 습한 기후가 이를 부채질 했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실제 자동차 유리의 미세한 균열을 발견하긴 했지만, 맨눈으로 겨우 보일 정도라는 사실도 확인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웃 도시들은 어떨까? 이렇게 간단한 의문을 추는 것으로 조사단은 확증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확증 편향에 대한 사례는 정치나 이슈를 떠나 어디서든 발생한다. 선입견을 뒷받침하는 견해만을 수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 만을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이러한, 확증 편향은 부모의 영향, 형제의 영향, 혹은 인생의 경험에 의해 이런 특정한 믿음을 형성하게 한다고 한다.
베르테르 효과는 유명인(존경하는 인물)의 자살로 인해, 자살한 그를 자신과 동조하고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효과이다. 이에 따른 사건으로 프랑스 텔레콤을 말한다. 연쇄자살의 통계 수치 등은 경영인에 의한 살해, 복합적인 이유, 다른 회사와 비교해 프랑스 텔레콤의 자살 수치는 오히려 많은 인원이 아니라는 등의 부가적인 문제로 정리하려 했는데, 이들이 옹호한 이론을 집계해보니 의미심장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이는 미디어와 베르테르 효과가 함께 작용한 것이라는 추정을 해 볼 수 있다.
page.198
맞습니다. 전염 효과, 본보기에 의한 조장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디어로 전파되면 상대적으로 더 불안정한 사람에게 모종의 반향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후속내용으로 과열 보도의 인지적 기반은 어떻게 흘러가며, 과열 보도의 이념적 기반은 여론을 어떻게 선동하게 하는 지를 알려준다. (민주주의를 대변하는 이론들과 사례들이 많아 다소 심오한 내용이 많다.) 작가는 민주주의를 좀 더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한국의 여론 조작과 관련해 프랑스는 얼마나 다를지, 민주주의라는 틀 안에서 생각해 볼 사회적 문제점을 알려주는 책이다. 많은 예시가 어려운 내용을 조금은 쉽게 읽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사회적 인식을 위한 질문들을 꾸준히 던져주고, 생각하게 하기 때문에 그 점이 이 책에서 보여지는 긍정적 메시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