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
군지 메구 지음, 이재화 옮김, 최형선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린을 완전히 해부한 사람은 오직 외국 연구자 포함 자신 밖에 없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는 저자 군지 메구는 89년생 일본사람이다.  19살때 처음 기린을 해부할 정도로 기린을 좋아했던 저자는 은사를 만나 해부를 배우고, 마침내 기린의 8번째 목뼈를 발견해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9년 동안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page.20.21

다 자란 기린의 신장은 암컷이 4미터, 수컷이 5미터나 된다. 일반적인 아파트 2층에 달하는 높이다.  기린은 아프리카에 사는 동물이라 그런지 추운 시기에 죽는 일이 많다. 





골격 표본 제작 방법 3가지.  (기린은 지방이 극히 적어 표본을 만들기 쉽다.)

① 땅에 묻어 썩히거나 물에 담근다. 

(땅이나 물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먹고 번식하며 부패가 진행돼 뼈만 남기고 살점이 잘 떨어져 나간다.)

② 냄비에 삶아 살점을 떼어 낸다. 

(쇄골기라고 부르는 냄비에 75도로 2~3주간 삶는다. 그러면 뼈 주위의 근육과 힘줄이 완전히 풀어진다.)

③ 구더기나 곤충이 살을 뜯어 먹도록 하면서 동시에 부패가 진행되도록 한다.



기린을 연구하려면 일단 번듯한 생리학과 행동학의 연구자가 되어야 겠다 생각 한 저자는 기린연구를 위해 공통된 연구공부를 시작한다. 언젠가 올 기회를 잡기 위해 관련있는 연결고리의 분야를 공부한 것이다.  저자는 해부학자가 천성이었나 보다. 해부학에 대해 혐오를 느끼거나 하지 않고, 해부를 하면서 지식이 채워지는 느낌이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page.51

한번 해부를 시작하니, 그전의 불안한 마음 따위는 깨끗이 날아가 버리고 어느새 열중하고 있었다. 혐오감이나 죄책감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해부하는 동물들은 질병이나 사고로 죽거나 수명이 다해 죽은 것들이었고, 해부를 하기 위해 일부러 죽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 죄책감이 들지 않게 하는 원인 중 하나였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무나 자극적이라 혐오를 느낄 여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적 호기심이 자극되고 채워져 가는 좋은 기분이 머릿 속 가득 퍼져 나갔다. 해부를 하면 할수록 그 동물이 점점 좋아졌다. 




책을 읽다가 '제육' 이라는 단어에 멈짓하게 된다. 제육덮밥, 제육쌈 등 음식점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가 책에서는 기린의 골격 표본을 만들기 위한 작업으로 쓰인다. 해부학에서 '제육'은 (살점을 떼어내는 일)을 말한단다..기린 해부에도 널리 쓰이는 제육이라는 단어와 음식에 쓰이는 제육이라는 단어 ( 돼지고기의 다른이름)는 당연히 의미가 다르지만, 제육에도 의미가 다양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page.58

'해체'란 참치를 해체하듯 단순히 피부나 근육을 벗기는 작업을 가리킨다. 골격 표본을 만들기 위한 작업이다.

'제육'(살점을 떼어내는 일) 이라고도 한다.

 

포유류의 몸 구조에서 사람과 똑같은 경추의 뼈를 7개 가지고 있다는 점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7개의 경추라는 제약에서 기린은 어떻게 그렇게 목이 길어진걸까? 기린이 자신의 목을 굽혀 목의 일부를 핥거나 엉덩이 근처로 목을 뺄 수 있는 걸 보면, 사람과 목 구조가 비슷하다는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그래서 기린 목 해부학자인 저자 군지 메구는 논문의 의구성에 기린 목을 해부하면서 확실한 사실을 알아낸다. 기린의 목뼈에서 1흉추가 8번째 목뼈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즉. "기린이 목을 움직일 때는 경추뿐만 아니라 제 1흉추까지 움직인다"는 것인데, 이는 논문에 새로운 사실을 더하는 결과였다. 연구논문은 간결하게 이 한 문장 뿐이지만. 기존의 논문에 발상을 전환해 사실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기린의 경추부위를 더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추가한 연구결과라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경추의 기능을 하는 흉추. 기존 논문의 요약본은 경추는 경추고 흉추는 흉추인데. 흉추를 경추와 함께 포함해 작성되어 있었다.

이는 저자의 논문 연구의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논문에 대한 반박을 위한 더 집념적인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 긴 목에서 어떻게 높은 나무의 열매를 먹으며, 땅에 있는 풀을 뜯을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나오는 듯 하다.  그런 궁금증 또한 책에서도 알 수 있었다.


기린의 목을 해부하는 연구자의 책이기는 하나, 포유류 기린을 넘어 경추의 쓰임. 근육과 뼈의 해부와 해체, 연구의 흐름 등등 

해부학과 생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손이 갈게 분명한 책이었다. 더불어 동물을 사랑하는 동물원 사육사들에게도 동물의 뼈와 근육, 해부학적인 면에서의 동물 신체적인 특징을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어릴때부터 기린을 사랑한 저자가 성인이 되어 결국 연구자로 성공하기까지.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절로  생각나게 한다. 27세에 벌써 기린 박사가 된 작가답게, 한가지만 파고들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