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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물에 대하여 - 2022 우수환경도서
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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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담아야 할 목소리들은 자연과 함께 할 때 더 진지해진다. 작가이자 글의 주인공인 저자 안드리 스나이르 마르나손, 아이슬란드 사람이자. 환경 운동가이다. 책의 표지를 보고 이름을 봐도 저절로 알 수 있는 환경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 작가는 어느 날 전시회에 안내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보관실로 안내 받는다. 아이슬란드 문화사의 성스러운 심장부라 표현한 그 웅장한 보관소에서 [예언녀의 계시] 라는 책을 보게 된다. 그 안에 묘사된 라그나뢰크, 그 세상은 세상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북유럽의 신들, 발할라궁전, 라그나뢰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대부분 이 책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를 흥미롭게 읽었을 사람들에게 반가운 정보가 아닐까 싶다.) 다시 돌아와서. 보관실 옆방의 기록된 음반을 듣게 된다. 1970년에 베스트피르디르 지역에서 녹음 된 노래는 1900년에 태어난 사람이 부른 노래를 녹음해 둔 것이었다. 고대의 목소리는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렇게 저자는 하루 빨리 대중에게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해 여름 생존해 계시는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녹음하기로 한다.
1919년생 욘 할아버지, 1925년생 디사 할머니, 1924년생 휠다 할머니, 1922년생 아루르드니 할아버지, 1921년생 비외르든 할아버지 등. 20세기 초반, 1차 세계 대전 직후에 태어나 대공황을 겪은 전환기에 속하는 세대들이다.
대양과 대기, 기후 빙하 등 앞으로 100년에 걸쳐 지구상의 물질은 달라진다. 이 모든 현상이 오늘 태어난 아이가 우리 할머니 나이인 아흔다섯(95) 살까지 살아가는 동안 일어날 것이다. (2020년 30대인 사람은 평균 80세를 산다면, 지금 태어난 10대들은 90세를 산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평균치라 늦게 태어날 수록 더 오래산다는 결론은 사실이다. ) 따라서 인간이 3대에 걸쳐 살아가며 변화되는 자연과 환경의 이야기는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와야 신빙성이 있다. 그리고 더 진지하고 신중하게 자연을 바라볼 수 있다. 물론 자연 뿐만 아니라. 환경과 인간의 삶을 동시에 이야기하고 있다. (시간은 인간의 삶, 물은 자연과 환경을 말하는 게 아닐까.)
작가는 어느 날 책꽂이에서 작가 헬기 발티손이 1945년 출간한 [순록의 나라에서]를 보게 된다. 낭만 주의자이자 진보주의자이자 시인인 헬기의 여행기를 보고,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연상한다. 숭고한 자연시로 "낭랑한 종처럼 떨며 신의 광대함으로 만물을 아우르는 침묵에 빠져들어." 자연을 표현한 시의 단어하나 문단 하나하나를 곱씹는다. 환경에 대해 자연에 대해 비평하며 환경 문제를 거론하기에 이만한 시가 없는 듯 하다. 그리고 헬기가 태어난 시대의 (1877년) 진보 정치의 기운과 함께 전쟁과 환경 기후에 대한 흐름을 보여주는 문장이 있는데, 환경 문제와 정치를 거론하는 모더니즘 시의 변화를 알려주기도 한다.
page.62
세계는 순수를 잃었으며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많은 이들은 그가, 그러니까 이른바 '신'이 어디로 갔는지 의문을 품었다. 전능자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을 신앙의 바탕으로 삼는 책들은 이제 설자리가 없었다. 시인들은 난해한 모더니즘 시를 쓰기 시작했다. 스테이든 스테이나르는 ' 시간과 물' 에 대해 썼으며 다른 시인들은 죽음 이후의 '무'에 대해 썼다.
시간과 물이라니, 저자의 책 이름도 '시간과 물에 대하여' 가 아닌가. 모더니즘의 표현에 '시간과 물에 대하여' 는 썩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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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오래 산다면, 자연은 어떻게 변화될까? 예전에는 수십만 년이 걸리던 변화가 이제는 100년 사이에 일어난다. 100년 사이에 일어날 일을 왜 벌써 고민하는거지? 라고 물을 사람을 위해 저자는 친절하게 '백색 잡음'에 대한 비유를 든다.
page. 14
비교를 위해 화산 폭발음을 녹음한다고 생각해보자. 대다수 기기에서는 소리가 뭉개져 백색잡음밖에 들리지 않는다. '기후변화'라는 단어가 대다수 사람에게는 그런 '백색잡음'에 불과하다.
특히, 다른 환경 관련 도서에서도 많이 거론하는 히말라야 산맥은 주목할 만한 부제다. 이 부분에서는 환경 문제도 있지만, 3대 핵 강국인 파키스탄, 인도, 중국이 서로 히말라야 산맥을 차지하려는 이유도 존재하는데, 아시아의 주요 물 공급원을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의 환경 문제에 해빙된 물은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page.130
미래에는 빙하 해빙이 전쟁의 불씨가 될지도 모릅니다. 중국에서 물이 부족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중국 정부가 방글라데시로 흘러드는 브라마 푸트라강의 물길을 중국으로 돌리기로 결정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역사적인 인더스 수계 배분 조약이 가뭄 때문에 유명무실해져 인도와 파키스탄이 강물을 독차지 하면 어떻게 될까요? 빙하 해빙은 불안정, 흉작, 기근, 갈등 등 우리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심각한 재난을 일으킬 것이 분명합니다. -인도 해군 장교 사티아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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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문제는 종교와 세계, 인종 할 것 없이 인류에게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다. 환경 문제를 거론하게 되면, 정치와 과학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환경 문제와 과학의 발전은 떨어질 수 없는 대치점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의 경험과 상황을 그대로 전하는 진짜 환경 문제는 백색잡음, 블랙홀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황사에서 미세 먼지로 이어지는 기후 문제와 여러 환경 문제를 등한 시 하다가 새로운 재난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코로나처럼 말이다. 이 책은 개인이 환경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지나간 과거의 흐름으로 알려주고 있으며, 문화와 자연 등으로 환경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진지하게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두고,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