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은 여자는 무슨 재미로 살까?
김영미 지음 / 치읓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줌마. 

주중이면 카페에 나와 수다를 떠는 그런 아줌마들을 어렵지 않게 본다.  남편 잘 만나 평일에 일 안하고  친구랑 수다 떨러 오는 그런 아줌마들.. 솔찍히. 한심하게도 봤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 돈을 벌지 않아도  편안하게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삶 자체가.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아줌마들은 그런 시선으로 비춰진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이 많이 자리했었다. 대한민국 아줌마 모두가 그렇게 평일에 커피를 마시며 유유자적하게 시간을 보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가정주부라서.. 회사 안에서 꾸역꾸역 참아가며 생활비를 벌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점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누가 그랬던가.. 사람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고민을 가지고 있다고..)


20대는 20대 나름의 고충이 있고, 그것은  30대. 40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대한민국 아줌마. 40대를 대표하는 정말 잘 노는 아줌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혼 생활의 최대위기라는 부제의 글에는, 어제 카페에서 읽었던  남편의 외도글이 연상되면서, 마음이 꽉 하고 막혀왔다.  생각보다. 외도한 배우자들이 많은 것 같다. 처음의 마음이 달라지고, 상대방을 이성이 아닌 가족이라 생각하게 되는 시점.  한눈을 팔던 마음은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전해진다. (여성들의 촉은 시대를 망론하고, 정확하다.)


page.87

어느날 우연히 들은 남편 전화기의 음성 파일에는 내가 아닌 다른 여자에게 " 내 사랑.."  하고 다정히 말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심장이 '확' 쪼그라드는 소리를 들었다. 완벽했던 나의 사랑은 싸구려 와인잔처럼 깨져버렸다.




결론은. 외도를 알았음에도 절대 사랑하는 딸들에게  나와 같은 아픔을 물려주지는 않기로 한다. 그런것 같다. 자식이 없었다면  참고 살 이유가 없었겠지만, 저자는 한 가정의 어머니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아픔을 빠져나갈 탈출구로 글을 쓰기로 한다. 


부부싸움, 외도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저자가 쓴 글은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일이라 여겨질 수도 있다.  무슨 일이든 힘든일이  생기면, 나만 그런 일이 있는 것 같고, 이보다 더한 일은 다른 사람이 겪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작가의 적나라한 사실과 자신의 치부를 털어놓는 이야기는 여성에게만 한정하는 잣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저자의 말처럼 남성의 문란한 성생활은 옹호되다 못해 자랑거리까지 되는 사회문화와 달리 여성에게는 가혹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저자의 글은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작가도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렇게 글은 나의 고통에서 우리의 고통이 된다. 위로에서 감정이 조금씩 녹아내린다.


page. 97

여자는 이성적이기보다 감성적이다. 그렇기에 사랑에 더 가깝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몸소 배운다.  남자보다 힘은 약하되 더 지혜롭다. 함부로 싸우기보다는 이해와 융합을 택한다. 여자가 질투가 더 많다는 것도 사실은 큰 오해이다. 여자들은 의리가 강하다. 결혼 후 여자가 먼저 바람을 피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남자는 추진력 있고 여자는 끈기 있다.  남자보다 여자의 평균 수명이 더 길다. 이렇게 여러 면에서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책을 읽을 때, 지식을 위해 정보를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 읽는 책이 있고, 감정의 위로와 안식을 위해 읽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마흔 넘은 여성들을 특정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가 바로 그 여성의 한 부분이다. . 책 속 글은 같은 나이대의 여성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보여준다. 그 글은 아이들일수도, 자신의 꿈일수도 있다. 현재의 고통을 글로 승화시킨 작가의 글은 평범했지만. 대단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들이 있었다. 이 글들은 책 읽는 사람들의 현재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여자가 죽어 지내는 일로 어찌 진정으로 행복한 가정일까. - 소설가 박완서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