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는 여자들 - 도시에서 거닐고 전복하고 창조한 여성 예술가들을 만나다
로런 엘킨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로런 엘킨에게 파리는 가장 좋아하는 책 <주나 반스의 나이트우드>의 배경 속 그 장소임과 동시에, 가장 중요한 정신적 개인적 참조점이 있는 곳이다. 너무도 감각적인 도시 파리. 작가는 한 달 만에 파리에 완전히 사로 잡힌다. 파리를 찬양하는 작가들 중 하나인 로런 엘킨, 지금도 파리와 리버풀을 오가며 살고 있는 그녀의 이 책은 뉴욕, 런던, 파리를 오가며 도시와 여성을 주제로 쓴 글이라 특히 여성들이 읽으면 좋을 것이다.



책은 여류 소설가 조르주 상드, 영국 소설가이자 비평가 버지니아 울프, 도미니카의 소설가, 프랑스의 사진작가 소피칼, 프랑스의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 등 세기의 여성 작가들이 소개한다. 얼마전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었던 터라 그녀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는데, 그녀와 매치된 도시는 런던, 페이지 111장을 넘기면 문학에 대한 그녀의 열망을 알 수 있다. 당시 여성은 글을 쓸 수 없고, 작가가 될 수 없던 때였으며, 고학력이라고 할수 있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그녀에게 주변은 냉담하고 차가웠다. 앞서가는 생각과 여성의 평등을 외치는 페미니스트의 대표 작가이기도 한 그녀의 책을 읽으면 그녀의 생각과 필력에 적잖히 놀라게 된다.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가 고향에서 불룸즈버리로 온지 100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학회에 참석하러 런던에 온다. 작가는 책 속의 버지니아 울프를 회상하며 자신이 살던 동네와 울프가 살던 동네를 번갈아가며 회상한다. 작가는 계속해서 블룸즈버리에 살았으며, 그 도시와 연결되는 가워 스트리트에 있던 작은 건물에서 살았는데, 도시의 유명한 트라팔가 광장과 러셀 스퀘어 잔디밭, 그곳에서 핌스 리큐어와 과일, 소다를 섞어 만든 칵테일을 마시며 해가 쪼이는 잔디밭에 앉아 먹으며 다른 이들을 바라보는 유유자적한 기분을 느낀다. 처음에는 지긋지긋했던 런던에 볼게 뭐가 있다고 이곳을 오는 걸까 따분해 하던 로런 엘킨은 천천히 런던의 매력을 발견해 나간다. 눈에 띄는 대목은 버지니아 울프가 런던을 바라 봤던 것처럼 그녀가 느낀 런던을 직접 보고 싶어 울프가 살았던 여러 주소를 찾아가 보는 부분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삶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그곳은 블룸즈버리 스퀘어이다. . 생생한 느낌이 드는 글의 표현에 바로 검색해본다.(아쉽게도 책에서는 도시를 볼 수 있는 사진은 없다.)


© vasimmemon, 출처 Unsplash


초여름의 런던의 느낌. 햇살이 들어올 때의 잔디밭은 얼마나 밝고 청량했을까. 버지니아 울프는 틈만 나면 도시를 걸어다니며 망가진 마음을 추스렸다고 한다. 런던의 배경과 건축물들은 감성적이며 이국적인 느낌이 든다. 영국이란 나라에서 태어나 나고 자란 그녀에게 런던의 모습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일테지만, 당시의 여성을 압박하고 자유를 허락하지 않았던 1880년대의 답답함을, 당시 울프에게 강렬한 기쁨을 주었던 그 문장들을 글로 온전히 표현하는데, 마음을 다 쏟았을 테다. 한국의 독립투사들이 살던 곳 그들의 역사적인 흐름을 살펴 보기 위해 방문하듯, 작가 엘킨은 버지니아가 살던 동네와 그녀가 가장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던 곳을 찾았다. 블룸즈버리는 한때 부르주아들이 주로 사는 부유한 동네였던 것 만큼 유럽의 고풍스럽고 부유함을 느끼게 한다. 역사가 깊고 문학적인 동네라 울프의 마음을 끌었을 것이고, 엘킨도 그 이유로 유유자적 평화로운 그 동네를 찾아오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한권이라도 읽었다면, 시대를 앞선 생각들, 평등에 따른 비평, 여성들에게 강요되던 오래된 규범을 반박하고, 뛰어난 지성으로 살다 간 그녀의 인생을 궁금해 할 것이같다. 책에서 가장 먼저 떠올린 울프의 삶, 그 일부 조각들은 로런 엘킨의 표현을 빌어 명확하게 느끼게 된다. 런던을 다녀왔더라면 그녀의 삶을 더 이해할 수 있었을까? 작가의 런던 도시를 향한 글을 읽고 있노라면 도시의 풍경에 대해 상상하게 되고, 이미지를 형상화하게 된다. 저절로 실제 이미지를 찾으며 읽게 된다.



작가가 런던과 뉴욕을 오가며 여성작가들의 삶과 생각 그리고 문학적인 예술을 글로 표현하는 이 책은 잔잔하면서도 생각할 부분이 있었다. 모두 여성 작가들을 소제로 하고 있다. 근래들어 여성들의 목소리를 주목하고자 노력하는 한국 사회에서도 도시와 여성 그리고 지워진 지성과 문화의 역사를 알려주기 때문에 이 책은 큰 의미가 있다. 작가의 기록은 책 속 대표작가들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훨씬 재밌게 들린다. 로런 앨킨이 소개하는 도시를 걷는 여자들. 여성 예술가들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은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