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처음 방송에서 그를 봤을 때, 참 날카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격이 모가 나서 날카롭다기 보다는 타인의 생각에 대해 반문하고, 공유하는데 정확할 정도로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 말랐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살이 붙는 사람들이 많은데,허지웅씨는 반대로 점점 말라가는 듯 했다. (그게 병 때문이었는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한동안 방송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허지웅씨의 2018년 혈액암 판정은, 너무 안타깝고 놀라운 일이었다. 마흔, 암이 그렇게 조용히 빨리 찾아올 줄은 그도 몰랐을 것이다. 그는 죽기로 마음먹고, 유언을 쓰는데, 창 밖의 폭죽 소리가 그의 마음을 돌렸던 건지 그 폭죽 소리가 무언가를 명확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이후 그는 스스로 이상할 정도로 구체적 확신을 갖는다. 다시 살기로 결심한 것. 동이 트자 마자 항암치료를 하고 병마와 싸우기로 한다. 매일 밤 피해의식 속에서 어둡고 축축한 구석을 바라봐야 했던 그의 표현은 놀랍기만 하다. 병과 싸우는 게 결코 쉽지만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살지말자는 마음에서 살자 라는 마음으로 돌리기까지. 적어도 절망적이지 않은 글은 읽는 내내 삶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했다.
그런 허지웅씨의 에세이. <살고 싶다는 농담>은 그의 힘들었던 투병기임과 동시에 그의 영화 이야기이다. 그간 보아왔던 영화에 대한 평론은 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영화들이다. 나이에 따라 아는 영화도 너무 지난 영화들도 있을 수 있다. 최근 작 2017년<쓰리 빌보드>를 소개한 글은 그의 필력에 저절로 영화를 봐야 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역시 작가는 작가다.

허지웅씨의 변화되었던 생각들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데, 결혼에 대한 생각이 그렇다. 병마와 싸우면서 가정을 이루는 것에 대해 좀 더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건, 아플때 아무도 없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를 좀 더 절실히 알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물론 가족은 있지만, 직계비속, 나이가 들면서 나를 돌보아 줄 자식이 없다는 건 또 다른 문제일 거다.) 투병 생활은 그동안 그가 단정했던 생각들을 180도로 바꿔 놓는다.책을 읽으면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작가의 글을 읽게 되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나 관념을 알게 된다. 그런 글들이 글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 일으키게 되면, 그때는 작가의 팬이 된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의 글만큼 재밌는 책이 있을까. 허지웅 씨가 쓴 글을 보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 진다. 그리고 표현을 읽으면 참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작가에게 글을 참 잘 쓰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지만; 하여튼 그렇다. 그가 말한 글은 펜으로 줄을 치고 끄적이게 하는데, 그런 그의 글들을 더 많이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