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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여자들 -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황가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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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폭력> - 권김현영 : 책의 찬사 중에서 -
우리는 여성에 관한 거대하고도 체계적인 무지를 당연시하는 세계에 살게 되었다. 광범위한 통계 자료와 풍부한 사례, 앞으로의 방향까지 제시한 야심만만한 책이다.
2017년 BBC방송에서는 성중립화장실로 교체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표지판으로 성별을 구분했을 뿐, 남자를 위한 화장실만 더 늘려준 사례를 들려준다. 일반적으로 소변기를 사용할 수 없는 여성과, 소변기 양변기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남성의 구분을 변경하는 화장실에 명확히 두지 않았는데, 이는 칸막이가 있는 성중립화장실이라 말하고,실제 남녀 모두가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든것이다. 남성 지배적인 영국 런던의 한 센터는 위의 예를 전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이 문제로 여성 화장실만 만성적인 줄 서기 문제가 나타났다. 게다가 소변기가 있는 성중립화장실에는 여성 생리용품을 버릴 쓰레기통도 없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의 발생은 유럽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강남역 화장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공공장소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후 공용화장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책속에서도 이런 통계를 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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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82
여자는 공공장소를 두려워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남자의 2배 정도 두려워한다. 다른 경우들과 달리 이번에는 그것을 증명할 데이터가 있다. "세계가국의 범죄조사 및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의 여자들은 공공장소에 있을 때 폭력의 피해자가 될까봐 두려워한다. " 라고 에너스테이지아 루카이투스데리스는 말한다. 미국과 스웨덴의 범죄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양국 모두에서 유사한 상황에 남녀가 다르게 반응함을 알 수 있다. 여자는 위험신호, 사회적무질서, 낙서, 지저분한 폐건물에 남자보다 민감하다.
데이터 통계에서도 젠더 데이터 공백이 있음을 말한다.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이런 평등하지 못한 편향된 데이터로 알고리즘을 만드는 경우(소프트웨어, 인터넷검색 알고리즘을 위한 신문기사에 법전 혹은 소설) 에서도 문제가 된다. 입사를 위한 화상면접의 경우도 편향된 인종과 성차별의 알고리즘을 학습한 AI인공지능 또한 차별을 고스란히 학습한다. 성에 대한 치우치지 않은 데이터의 학습이 아니라. 편향된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은 사회에서의 불평등으로 불만과 불신을 낳는다.
이는 의료계에서도 마찬가지다. " 위험의 과소평가"라고 정의되는 부분이 그렇다. 예를 들어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대동맥류 진단을 받았다고 할 때, 그들의 대동맥이 팽창된 정도가 같다고 해도 위험성은 같지 않는데, 여자가 대동맥류 파열 위험이 더 높고, 파열될 경우 사망률이 65%나 된다. 그런데도 네덜란드의 임상지침에서는 남녀의 수술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같다고 한다.
여성의 사회화를 고려하지 않은 진료는 예방의료에서도 만연한 문제다. HIV감염을 피하기 위해 콘돔을 사용하라는 전통적인 충고는 자시주장을 할 만한 사회적지위를 갖지 못한 많은 여자들에게 무의미하다. 에볼라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이 바이러스는 최대 6개월 동안 정액 속에 남아 있을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젤이 개발되었지만 "건식섹스" 관습이 있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 일부에서는 사용이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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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급가사노동( 공짜로 착취가능한 자원), 세금문제 (은밀하게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많은 금액을 환급해 주고 있는 통계), 재난 속에서의 데이터 공백 등등.. 책은 성평등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 그렇지 않은 사회 곳곳의 상황을 데이터를 보여주며 설명한다. 정확한 인식으로 "평등"을 바라봐야 한다. 감춰진 사실을 숨기고, 성평등, 인종차별을 논하는 곳에서는 더이상의 발전도 정의도 없다. 옮긴이의 말처럼, 여자들은 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남자들처럼 쉽게 잊지 않는다.
page.396
남자의 목소리와 남자의 얼굴로 가득한 문화 속에서 자란 어떤 남자들은 그들이 당연히 남자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권력이나 공간을 여자들이 빼앗아 갈까봐 두려워 한다. 그 공포는 우리가 문화적 젠더 데이터 공백을 메워서 남자아이들이 더이상 공공영역을 자기들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라지 않게 될 때까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