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틀랜드 -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뼈 빠지게 일하고 쫄딱 망하는 삶에 관하여
세라 스마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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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와 40대 로널드 레이건이 재선에 성공했던 그 시대,  작가가 집이라고 부르는 곳을 정치 담론, 뉴스매체,대중문화에서 100년 전 일인 것처럼 묘사할 정도로 시골 중의 시골에 사는, 시골사람들이었던 그들, 고조외할머니(도로시),고조외할아버지(에런),외할머니(베티),외할아버지(아니), 친외할아버지(레이), 할아버지(칙),할머니(테리사)와  어머니(지니),아버지(닉),동생(맷) 등 3대에 걸친 오거스트 (1980년생 여성)의 대가족 이야기이다.                         -- <미국의 현대사와 가족이 이야기가 결부된다.>--



오거스트는 자신이 주인공이면서 가족의 이야기를 더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은 어릴적 자신의 이름 루(세라)라고 불리었던 작가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이 또렷하지 않았을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어머니 이야기는 건너 건너 물었고, 자신이 어렸을 때 경험한 부모님과 자신의 이야기는 감정을 더해 써내려갔다.    - <개인의 과거 회상이면서, 근 100년 간의 사회적인 흐름과 문제점을 이야기 하는 시작점이다> -




오거스트의 친외할아버지(에런)은 폭력적이었다. 당시(1920년대)의 여성 모두 10대에 엄마가 되어, 위험한 세상에 아기를 내보냈다.  가난한 캔자스 시골 10대 여자아이에게 임신이란 피할 수 없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자신도 어린아이면서 몸안에 아기를 지니게 되는 운명의 굴레. 베티는 남편을 피해 자신이 16살에 낳은 간난아기였던 딸(지니)를 안고 집을 도망쳐 나온다. 그렇게 어린여성으로 안해본 일 없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아니)를 만난다. 베티는 (아니)의 친절함과 끎임없는 구애로 그와 재혼한다. (아니)는 (에런)과 달리 친절했다. 어느 날 (베티)는 몸의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그 곳에서 의사는 별 말 없이,  베티를 돌려 보낸다.( 정확하게는 베티가 여성이라서,  여자가 아프다고 하면 의사들은 잘 안 믿는 경향이 있다. 이상하게도...난 이 부분에서  "의사들은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라는 책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결국 의사라는  본인 자체도 환자를 대할 때 성차별을 한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진료를 한다고 한다. 내가 내 돈을 지불해 치료를 받지만,  누군가는 확실한 진료와 병명을 듣고, 누군가는 오진에다가 자신의 병에 대한 질문도 할 수 없다. ) 집으로 돌아온 베티는 쓰러진다.  곧바로  딸 지니가 발견하고, 베티는 자신이 폐렴과 히스토플라스마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의료계의 현실과 성차별에 대한 문제 그리고 가정폭력을 거론한다. > -::인종적인 문제와 성차별의 문제::  - 


 

(지니)는 1960년대에 태어난 지금의 베이비부머 세대이다. 책읽기와 패션에 관심이 많다. 지니의 새아빠(아니)의 큰아들이 운동했던 소프트볼팀에서 활동했던 (닉)을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식 전에 (오거스트)를 낳는다.  (지니)는 아이를 가지길 원치 않았다.그래서 실수로 태어난 딸(오거스트)에게 살갑지 않다. 하지만 (오거스트)는 그런 엄마의 삶을 잘 안다. 아직 미국의 가족 돌봄 휴가법이 생기기 전인 7년 전에 (오거스트)를 낳은 (지니)는 며칠 안되 다시 생활 전선에 나간다. 아빠(닉)은 더 많은 돈을  벌겠다고, 화학약품을 만드는 일을 하다. 중독성 정신병에 걸린다. 화학약품에 중독되어 입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대목에서는, 한국의 사건이 연상된다. 삼X반도체의 사건, 100년도 더 된 일이 아직도, 꾸준하게 재연된다. 닉은 결국 산재로 치료를 받을 수 없고,겨우 자비(지니가 불입해 놓은 한개 남은 보험)로 일부를  충당해 치료를 받는다.  가난했던 그 시절은 병원비도, 병원비를 충당할 보험 의료비 자체도 너무 비쌌다. 산업재해로 소송을 걸 수 조차 없던 때. 병원비와 어린 자식들. 그리고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 하는 엄마(지니)의 고닮픔이 느껴졌다. 그래서 오거스트는 가난해서 안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감히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가난한 여자아이에게 자신과 같은 삶을 주지 않기로 결심한다. 

 - <국가의 의료보험과 소송의 문제점, 한 기업의 이득을 위한 타인의 피해를 다루며, 

가난으로 인해  삶을 살아온 한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다 > ::환경적, 사회적불평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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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사람들이 전문적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유행병에 시달리게 돼. 비만, 당뇨, 메스암페타민 중독, 치아뿌리 염증으로 인한 패혈증, 의사가 아픈 데를 치료해 준다면서 지나치게 처방한 마약성 진통제 과용 등, 나는 자라면서 우리 가족들의 몸에서 이런 병을 전부 봤어. 얼굴의 흉터와 딱지. 점점 불어나는 아랫배, 퉁퉁 부은 발, 빠진 치아, 하이드로코돈 같은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되어 덜덜 떨리는 몸. 그 무렵에 주립정신병원을 문 닫게 만든 민영화의 움직임이 일반 의료제도 전체를 약화시켜서 중산층도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어




오거스트는 덤덤하게 자신의 가족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작가는 오거스트(세라 스마시)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책을 읽다  순간, 영화 타이타닉이 연상 된다. 타이타닉의 생존자였던 바바라 조이스를 연기한 글로리아 스튜어트의 독백이자 사람들에게 들려주던 그 이야기의 장면이, 오거스트가 엄마인 지니와 외할머니 베티의 이야기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느낌과 비슷하다. 한편으로는 차 한잔을 마시면서 미국인 가정에 초대받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영화 속  글로리아는 사랑이야기를, 오거스트는 가난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사랑"이란 공통점이 있었던 반면에, 타이타닉은 안전 불감증을, 하틀랜드는 미국의 사회적 경제적 제도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지금의 백인우월주의로 똘똘 뭉친 트럼프정부와 같은 상황이 과거 100년 전에도 있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힐빌리, 러프넥, 크래커,레드넥, 백인노동계급, 개정교육법 등등의 비하용어는 비단 인종 차별 만의 문제라고도 볼 수 없다.  백인중에 가난한 자를(계급사회)비하하거나, 혹은 1950년대 만연하던 10대 임신과 가정폭력에 대해서도 충분한 담론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가족이야기라 가볍게 읽히지만, 그 안에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전체를 이야기 하는 문제점과 제도를 말하고 있었다. 이는 가볍게 읽으면서, 무겁게 느껴야 할 이야기들이었다.

 책은 여성의 목소리로 풀어낸 진심어린 "가난의 복잡성"이자,  더 나아가 삶의 총체적 모습을 드러내는 심오한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날마다 일을 하는데도 생계를 유지 할 수 없고, 그 원인이 인종주의가 아니라면,

 명확히 드러내지 않은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레드넥:: 교육 수준이 낮고,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며, 시골에 사는 빈곤한 백인을 뜻하는 말.

*백인노동계급:: 인종적특권+경제적 불리함의 경험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음을 드러내는 단어.

*개정교육법 9조:: 1972년 성별과 무관하게 동등한 교육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통과된 법령.

*트레일러 트레시:: 트레일러에 사는 가난한 백인들을 비하하는 말.(거지 같이 사는 백인)

*힐빌리:: 산사나이나 시골뜨기라는 뜻으로 중남부 지방에 사는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들을 낮춰 부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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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틀랜드는 미국의 지명이름이자, "심장부"라는 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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