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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죽을 때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
신소린 지음 / 해의시간 / 2020년 5월
평점 :
책의 이름만 으로도 뭔가 뭉클해진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 엄마의 엄마 이야기. 그렇게 3대의 딸과 엄마 그리고 할머니의 이야기는, 특히나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린 비혼자라면 눈물을 찔끔거리게 할 제목이다. 하지만. 너무 감성적이지 않게 무덤덤하고, 유쾌하게 쓰여진 편이라 맑고 밝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 할머니를 보살피는 엄마, 그 곁에 무덤덤한 딸. 작가는 다정다감하지도, 시시콜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딸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세상의 모든 딸들이 그런 작가의 모습을 투영해 보기가 쉽다. 엄마가 죽을 때 무슨 옷을 입고 싶을까. 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엄마가 죽게 될 날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아무래도 딸들은 자신이 첫째. 혹은 둘째. 막내. 등등 태어난 순서(?)에 따라 부모에게 느껴지는 것이 조금은 다를 것 같다. 다들 그렇게 말하지 않나? 첫 째는 듬직하고, 막내는 귀엽고.. 둘째는..? 글쎄; 둘째는..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난다. 아무튼 딸들도 부모에게는 모두 조금씩 다르다.
작가의 엄마 그러니까 엄마의 형제들은 7남매이고, 세 명은 서울에 4명은 광주에 산다. 할머니와 가까이 사는 딸들 위주로 간병이 이루어지고, 간병 리더이자 딸 1번인 엄마가 자주 간병을 했단다.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간병을 한다고 해도, 아무래도 첫째들이 더 많이 챙기는 것은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또, 유산분쟁이다. 과거에는 효도의 기여도에 따라 분배하지는 않고. 그저 첫째 둘째. 순서대로 돌아가는 유산 분배가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작가의 엄마 형제들은 효도한 기여도에 따라 유산을 합리적으로 나누었다고 했다. 이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가! (우리 엄마는 그렇지 않았다. 첫째와 막내 상관없이 무조건 아들에게 유산 상속이 더 높았다.;; (빌어먹을 남아선호사상) (글쎄. 작가의 인생 이야기지만, 저절로 나의 집, 나의 가족들과 연결해 보게 되는 건 책 속의 이야기가 남 일이 아니라. 곧 나에게 일어날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일 거다. )
책의 글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감성적으로 이어갔다면 책이 에세이가 아니라 소설같았을 거다. 무덤덤하게 펼쳐지는 글에서. 어느 날 엄마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달라지는 것들 그리고 생전장례식. 다른 이의 일기장을 허락받고 유쾌하게 읽는 기분이랄까.
엄마 나의 어머니 왜 이렇게 눈물이 나죠. 가장 소중한 누구보다 아름다운 당신은 나의 어머니. 처음 당신의 모습은 기억할 수 없지만 마지막 모습은 죽는 날까지 기억하겠죠. 내 모든 맘 다해 사랑합니다. 라디의 [엄마] 라는 노래 가사가 읊어졌다. 딸들에게 항상 그리움의 대상인 어머니. 햇살같은 따듯한 5월, 책에서는 공감 가면서도 유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더불어 슬픈 장례식을 흥겨운 장례식으로 만들 새로운 생각들도 함께 한다. 엄마와 딸의 슬프지만 흥겨운 이야기, 모두들 함께 했으면 좋겠다.
엄마로, 인생 선배로, 앞서 걷는 엄마를 바라보며,
삶뿐 아니라 죽음도 배워. 그 덕에 엄마에게 그리고 나에게
노년이나 죽음이 다가와도 마냥 무섭고 당황하지만은 않을 것 같아.
의미없는 생명 연장은 하지말고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나누거나
시신을 기증해달라고 한 엄마의 뜻을 기리도록 할께.
엄마와 이별하는 날에는 당당하고 우아한 행진곡이 흐르는
소박한 추모식을 준비할께.
그렇게 존엄하고 품위있는 죽음으로 엄마 인생을
완성할 수 있게 내가 도울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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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에게 드리는 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