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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 - 쪽팔린 게 죽기보다 싫은 어느 응급실 레지던트의 삐딱한 생존 설명서
곽경훈 지음 / 원더박스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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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독서와 여행을 좋아해 작가 혹은 기자가 꿈이었던 저자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된다.
책은 레지던트 1년차 부터 4년차 의국장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년차로 나눠 이야기한다. 실질적으로 담배나 피우며 아무일도 하지 않는 일명 미니무스 교수의 잉여집단에 회의감이 생기고, 합리적이지 않은 의사결정에는 완력까지도 행사하는 작가는 우리가 항상 정의감에 불타는 드라마의 주인공을 봤을 때의 그 느낌을 느끼게 한다. 레지던트이지만, 교수가 실수한 점을 바로 잡을 정도로 강단있고, 실력이 있다.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틀린 방식의 의료를 제공하며 본인이 스스로 교수라는 명암에 어울리지 않는 치료를 했다면, 이점은 크게 잘못한 점이다. 스스로가 시인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page 139." 오, 수쌤. 어제 사건 알죠? 내가 말입니다. 나는 교수예요. 교수가 틀리고 실수했어도 지가 레지던트이고 학교 후배면 숙이고 일단 잘못했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무리 내가 틀리고 지가 맞아도 그렇게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악다구니 덤벼들어야 합니까? 수쌤. 어떻게 생각해요?"
교수는 수 간호사에게 간접 화법으로 애기한다. 작가는 똑같이 맞장구 치듯, 되받아 쳐준다. 의사들은 말도 잘하는 것일까. 아니면. 작가가 되고 싶었던 글(말)주변이 뛰어난 작가가 의사여서 일까. 말하는 족족 맞는 이야기들 뿐이라. 저자의 어휘력에 감탄하게 된다. 피식 웃음이 나는 부분도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저자는 자신이 정의감에 불타는 슈퍼맨도 아니고 가슴 따듯한 휴머니스트도 아니라고 했지만, 실제 이야기에서는 그런 부분이 많이 확인된다. 이기지 못할 권력에는 절대 싸우지 않지만(그렇기 때문에 살아남았을 것이다.) 정당하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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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의 중년의 아들에 의해 음독으로 병원에 실려온 할머니의 진료에서도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류마티스내과, 신경과 등등의 레지던트들은 우리 임상과의 문제가 아니라고 서로 미룬다. 이전에도 심근경색으로 시술을 받았던 환자에게, 안정제 과량 복용과 흡인성 폐렴과 스트레스가 발생한 것이다. (알코올중독의 아들은 꾸준히 늙은노모에게 돈을 달라고 했단다. 더이상 줄 돈이 없다고 하자, 아들은 자낙스 한 두알을 삼키며 같이 죽자고 했고, 늙은 노모는 같이 죽자면서 수 많은 알약을 삼켰다) 아들은 응급실에 와서도 우는 듯한 행동을 할 뿐, 눈물은 한방울 쏟아내지 않는다. 그런 가식적인 알코올 중독자 아들을 보면서 저자는 흉내내는 인간 가운데, 가장 혐오스럽고 경멸적인 존재라고 평한다. 결국 아들에 의해 삶을 달리한 노모. 읽는 내내 화가 나고 어이가 없고, 답답했다.
더구나, 사망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서로 자신의 과에서는 진료하지 않는다고 미루는 전문가 집단이라니, 역겹기까지 했다.
1000병상에 가까운 대형 병원에서 모든 임상과가 "우리는 해 줄 것이 없다" 고 주장하는 기괴한 상황이라니. (책 속에서 이런 상황은 꾸준히 확인된다... 저자는 수 없이 반복되는 상황에 자신이 해결하려 한다. _2000년대 초반의 의료상황이니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거다.)
2009년 응급의학과에 최소 3명의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는 인력 기준의 강화에 미니무스 교수는 촉탁의로 진공관 (이름이 아닌,저자의 표현에 의한) 교수를 데려온다. 무능하고 게으르며 타락한 미니무스 교수가 (일하고 싶어하지 않는 무능력한 흡연자이자 잉여인간이다) 데려온 사람이니 당연히 비슷한 사람이겠거니 하지만, 정확하게 작가의 예상과 빗나간다. 작가는 고칼슘혈증 환자를 칠료할 때 치료방법이라는 정석대로만 치료했을 뿐 그 원인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진공관 교수는 논문을 통해 (펍메드) 패혈증 치료지침(서바이빙 셉시스 캠페인)등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의 판단에 대한 근거를 댈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무능력자인 상사보단 능력자인 상사가 배울 점이 많아 더 좋다는 사실을 또 한번 상기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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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특징은 . 레지전트 년 차 수로 확인되는 환자의 치료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응급의학과 레지던트인 작가는 예외이다. 년 차수에 맞지 않는 판단력과 실력을 보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년수가 높다고 실력이 더 월등할거란 편견은 버려야 한다.) 치료 방법들에 대해서도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법을 적게 나마 알 수 있어 의학지식을 알기에 좋다. 미화되어 있는 드라마 속의 내용과 달리 현실적이라 몰입하기 쉽다. 답답하고 꽉막힌 사람을 한방 먹이는 모습까지 통쾌하기 까지 하다.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에 삶의 즐거움을 찾는 사디스트 고육 연구부장의 전화에 답변하는 것은 또 어떤가. 교육 연구부의 인턴 관리차원에서 혈액샘플을 잘못 붙인 인턴의 이름을 알아야 겠다는 전화에 인턴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답변에는 나도 그런 직장 상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병원의 이야기이지만, 회사를 다니는 상하 관계의 모든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직장인이거나 의대생인 모든 분들에게 흥미로울 책이었다.
**판독실::: 교수와 전임의가 판독 결과를 음성으로 녹음하면 후에 기술직원이 녹음을 문서화한다.복부 CT 의 병변을 찾는 등 병변을 알기 위한 용도로 영상의학과 판독실을 찾는다.
**만성 간염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큰B형과 C형 감염과 달리 A형 감염은 만성 간염으로 악화하지 않고, 한 차례 감염된 후 회복하면 면역이 생겨 다시 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