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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시니어 729일간 내 맘대로 지구 한 바퀴 - 은퇴, 여행하기 딱 좋은 기회!
안정훈 지음 / 라온북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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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을 하거나 훈수를 두기 위해 이 책을 쓰는 것이 아니다. 나의 뻘짓, 헛발질, 호구짓, 바보짓을 감추지 않고 솔직히 고백함으로써 여행을 통해 인간이 자신도 모르게 변하고 성장한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주고 싶었다.
여행을 가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많은 돈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경비를 이유로 들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용기가 아닐까 싶다. 그것도 1년 이상의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그간 모아둔 경비를 차곡차곡 여행으로 지출해야 하는데 계획을 세우고 출발한다면 여행은 더 늦어질 것이다.
두번의 33세를 겪은()저자의 여행은 고등학교 동창들과 중국여행을 시작했지만, 사스로 인해 여행이 미뤄지면서, 작가 혼자만의 여행이 된다. 3주간 긴 여행의 휴가를 냈는데, 그 시간동안 국내에서만 보내기 보단, 여행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닥터 지바고 무대의 시베리아를 출발지로 한다. 러시아를 시작으로, 물가가 비싼 북유럽 4국(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의 수도를 넘어, 멕시코 남미에 이르기까지. 729일 무려 2년 간의 기간 동안 여행하게 된다. 젊은 사람들도 다른 나라를 여행한다고 할 때,더군다나 혼자서 2년 동안 여행한다는 것은 왠만한 결단가지고는 실행할 수 없는 일이다. 나이도 적지 않은데, 혼자서 여행을 떠난다는 것, 충분히 대단한 일이다.
작가는 한국에서 음식을 해 먹어본 적이 없어 쌀에 물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전자렌지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모르지만, 핀란드 여행으로 처음으로 밥을 짓는다. 슬로베키아에서는 버스에서 노트북을 놓고 내린다. 버스를 잡으려고 뛰어가지만 버스는 떠난다. 그렇게 끝내 찾지 못한다. 크로아티아에서 많은 한국인들을 만나 향수를 달래기도 하고, 여행객들이 많은 나라에서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로를 받는다. 혼자서 여행하게 되면 으레 찾아오는 향수병과 배낭을 도난당하는 것도 작가의 여행일기에 추가되는 내용이다. 간접적으로 느끼는 내용이지만, 여행 사진 속 아름다운 풍경과 대조되는 상황은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다. 훌훌 털어버리고 다음 행선지를 찾는다. 운좋게 고려인을 만나 함께 사우나를 가는 것도 여행 속 작은 묘미이자 여유가 아닐까 싶다.
스폐인의 순례길도 저자가 다녀온 곳이다. 오래도록 순례길 걷기를 마친 사람들, 순례길을 기념한 사진들에서 얼마전 방송한 스페인 하숙의 이미지가 그려졌다. 고향을 떠나 타국에 있으면 한국의 음식이 그리워지듯, 저자도 여행 하면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위로 받는다.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자들에게서 그들의 인생과 목표를 가치관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한다. 작가는 당뇨가 있다. 그러면서도 여행을 선뜻 결정할 정도로 강단있는 선택을 한다.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당화혈색소가 9.8이면 엄청 높은 수치인데, 여행을 하면서 5.7 정상치로 떨어졌다는 것에서, 걷고, 여행하면서 힐링을 하는 것, 작가가 어릴때부터의 꿈이었던 세계를 여행하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기분좋은 일인지 다시 한번 알게 된다.
책에 삽입된 사진들을 보면서, 그러니까 작가가 세계 곳곳의 풍경과 건물을 보면서 시야가 넓어지고, 세계의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배우게 되는 모든 것에 부러움과 동경이 일었다. 시니어세대의 작가가 여행을 떠난 이야기는 같은 세대의 사람들만 아니라 여행을 생각만 하고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동기부여가 되는 듯 하다. 여행을 망설이고 있거나 책으로나마 여행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