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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중의 탄생 - 흩어진 개인은 어떻게 대중이라는 권력이 되었는가
군터 게바우어.스벤 뤼커 지음, 염정용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2월
평점 :
대중들은 흩어있다가 한 사건이 대두되면 개인에서 단체 더 넓게 대중이라는 권력이 된다. 베를린의 자유대학 철학과교수인 군터 게바우어와 역시 에세이스트이자 철학자인 스벤 뤼커 두 공동 저자가 대중들의 역할에 대해 철학적인 관점과 역사적인 부분을 함께 서술한다.
철학이 그렇듯, 외국정서가 가득한 작가들이 그렇듯, 직선적이고 곧기 보단, 겉을 테두리로 흩어 내려간다. 간혹가다 철학적인 용어와 원리를 위해 역사의 사건을, 소설 속의 군중의 이야기를 다루기도 한다. 대중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이 가득했던 1950년을 시작으로, 20세기 후반 최근에 이르기까지의 대중들의 역할을 말한다.
군중 속의 남자는 읽어서 이해될 수 없는 정체성의 결여의 특성이 있다. 1840년 에드거 앨런 포의 군중속의 남자는 매우 유명한 소설인데, 책에서는 단 한 순간도 혼자있을 수 없는 군중속의 남자의 부분을 정확히 찝는다.
군중은 기계처럼 비인간적이고 획일적인 모습으로 움직이는데, 부조리한 획일성과 얼굴 표정마저 기이한 모습은 바로 오늘 대도시의 우리의 모습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철학적인 물음에 군중이 뒤섞일 때, 대표적인 소설로 자리잡은 군중 속 남자. 책의 설명에 저절로 영화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가상공간에서의 대중들의 역할도 이에 다르지 않아보인다. SNS를 이용한 기계를 동원해 수만개의 댓글을 생성하며, 이것을 이용 반대, 찬성의 수를 늘리고 의견을 만들어내는 것,가상의 대중은 여기서는 순전히 허구의 대중일 뿐이다. 역사적인 선거전 2016년 트럼프의 조작에 의한 의심에 인간 유저가 진짜 신분을 모르는 소셜봇의 메시지에 감염되고, 허구의 대중에서 실제의 대중으로 변하는 것들을 예로 든다.
책은 첫장부터 끝장까지 심오하고 무거운 내용이다. 대중의 역할을 말하면서, 새로운 대중의 중요성이 현재로써는 인격개념을 그대로 남겨두지는 않을 것이라 예측하고, 사회적 정체성과 주관적 정체성의 구분이 갈 수록 희미해져간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개인은 대중을 만들어가며, 자신의 의견과 운명을 공공연하게 표출해 대규모로 퍼트린다. 대중에게 큰 권력이 있다. 개인이 된 대중의 사회적 역할과 정치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봐야 함은 물론이다. 잘못된 시각과 편견은 대중들에게 있어서 어떤 양상을 가지게 하는지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