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 불평등과 고립을 넘어서는 연결망의 힘
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 서종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1213/pimg_7258751392383856.jpg)
이 책은 사회적인 인프라, 고소득 동네와 저소득 동네, 그리고 미국과 전 세계 다른 나라들에서 어떻게 환경을 조성하는지 소개하고 있다. 사회적 인프라가 퇴화한다면, 공공장소 에서의 범죄율, 노약자들의 고립, 마약에 중독되는 젊은이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등등의 문제점이 생겨난다. 서문에서 밝히듯, 시카고의 대형 사건을 예로 드는데, 시카고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구 740명이 사망했다.
시카고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았던 곳은 흑인 거주자가 대다수인 곳이었다. 가난하고 폭력적인 그곳에서 사망자가 가장 적게 나왔다는 것, 오히려 월등히 복지가 깨끗한 동네에서는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는 것에 주목한다. 이는 문제가 생겼을 때 사회적인 인프라가 작용하는 방식을 찾아낸다면, 자연재해, 혹은 범죄에서도 많은 이들을 구하고, 살릴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저자는 첫번째, 도서관을 예로 들었다. 고령자, 특히 남편이나 아내와 사별하는 등의 이유로 홀로 사는 고령자들에게 도서관이란 북클럽, 영화상영, 미술, 시사토론, 컴퓨터 수업 등과 함께 하는 문화센터이자 친목도모의 장이다. 또한 고령자는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으며, 늙어감을 두려워 하는 엇비슷한 이들로만 구성된 공동체가 아니라 다체롭고 활발한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도 있다. 도서관을 활성화함으로써 달라지는 사회적 인프라는 시카고의 사건을 계기로 저자가 발견한 인프라 중 하나다.
두번째로는 공공단지 프로젝트의 신축 대형 건물과 또 다른 오래되고 규모가 적은 공공주택(카스퀘어빌리지)의 차이점에서 오는 범죄율을 설명한다. 대형단지의 프루이트아이고는 신축건물로 처음 많은 입주자들을 만들어 냈으나, 나중에는 범죄율의 온상이 된다. 프루이트아이고가 건설, 분양, 쇠락을 걸어 갈때도, 소형주택은 계속해서 100퍼센트 가까운 거주율을 자랑했다.실제로 소형주택은 대형공공주택보다 범죄율이 3배나 낮았다.
한 주택은 살아남고, 한 주택은 망가진 원인을 찾던 사회학과 교수는 거주민들의 특성이 아니라 두 주택이 물리적으로 다르다는 데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카스퀘어빌리지는 소형주택이라 거주자가 많지 않았으며, 친하지 않더라도 이웃끼리 알고 지냈다. 프루이트아이고는 너무나 많은 거주민들이 공적 공간 하나를 공유했기 때문에 어느 한사람이 그 공간을 관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주민들은 본인들 소유일 경우는 통제하고 관리했지만, 본인의 소유가 아닌 공용공간은 관리하지 않았다. 따라서 프루이트아이고는 건물안과 밖의 환경이 너무 달랐다. 대형주택의 주택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은 폭력, 마약거래, 매춘 등의 강력범죄가 급증했고, 아이가 딸린 가족들은 불안해 하며 각자의 집안에 틀어박히기 시작했다.
page 90~91
범죄 감소를 목적으로 하는 정책들 대부분은 공간을 개선하기 보다는 사람들을 처벌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택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는 미비하고, 안전한 보행자도로나 도서관 경로당, 공동체 텃밭 등 동네 편의시설에 대한 투자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시선들이 사람을 공적인 영역으로 이끌어 내고, 더 많은 눈이 길 위를 지켜보게 만들텐데도 말이다. 즉, 버려진 공터나 건물, 주류 판매점 같이 불법행위를 촉진한다고 알려진 특정공간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범죄나 폭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장소조차 공동체 및 길거리 여건을 개선할 자금은 너무나 부족한 처지다.
도시와 공간 안에서 사는 사람의 환경개선을 위한 인식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도서관, 공공주택,학교, 등등 훌륭한 사회적 인프라가 형성된 곳이 생성됨으로써 범죄와 안전에 대해 더 신뢰를 가지게 된 이들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마약산업을 연구하려던 계획을 접고, 자연재해와 관련한 사회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인프라에 대해 주장하고 인지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사람들이 사는 공간, 나아가 잘못된 공간에 대한 원인을 찾는 일을 중점으로 연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사회적 인프라 (유대관계, 법, 공동체 등을 포함함) 를 더 정확한 정보로 인지해야 하는 모든 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었다. 특히 사회적 안전망을 계획 설계하는 국회의원이나, 안전처, 복지관련 관계자들에게 책에서 보여주는 인프라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