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가 - 은밀하고 뿌리 깊은 의료계의 성 편견과 무지
마야 뒤센베리 지음, 김보은.이유림.윤정원 옮김 / 한문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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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이 만연하듯, 의료계 현실도 성차별이 심하다. 

이미 병원에서의 성차별을 경험했던 나로써는 이 책의 내용과 제목은 읽기 전부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은 몇몇의 성차별주의자를 골라내는 데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의학계에서 편견이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다룬다.



 지난 십여 년간 페미니스트가 부활한 이유는 자신이 남성과 평등하다고 믿고 자란 여성 세대가 사회에 나와서 제도,정책 규범들이 여성들이 기대한 만큼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page38


1958년 인간의 정상적인 노화현상을 탐구하기 위해 시작한 볼티모어 노화 종단연구는 첫 20년 동안 여성표본을

한명도 조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매일 아스피린을 먹으면 심장질환 위험이 낮아 진다는 연구를 내놓은 의사건강연구도 남성 22,071명을 대상으로 연구했지만, 여성은 한명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했다. 1960년대 여성들의 에스트로겐 농도가 낮아지는 폐경기가 오기 전까지 여성이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사실을 관찰한 연구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남성 8,341명만 참여시켰다.이 또한 여성은 1명도 없었다. 유방암 검사에 대한 표본도 마찬가지다.  남성도 유방암에 걸리기는 하나 보편적인 표본을 이야기 할때 남성만을 포함시킨다는 것은 이는 분명한 성차별이자 성편견이다.만약 남성 중심인 의료계에서 전립선암 연구에 여성만 대상으로 연구했다면 남성중심 의료계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성차별은 엄연히 의사의 성별이 남성이었을 때 확연히 달라진다. 팔꿈치의 사고로 인해 병원에서 입원을 하고,

퇴원을 했다. 통증이 심해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여서 병원에 방문했더니 남자 의사는 내가 다친 것에 비해 심한 증상을 호소 한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마치 스트레스로 인한 통증이기 쉬우니 약을 처방해 주겠다고 했고, 

약을 받아온 나는 충격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우울증 약과 진정제 성분의 약을 처방한 그 병원에 다시는 방문하지 않았지만, 여성의 통증에 대해 왜 의사들이 이렇게 무디게 행동하며, 평가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결국 다른 병원을 방문했고, 병원에서의 온갖 검사를 하고 난 후 나의 병명은 염증으로 인한 인대손상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밤에 손이 저렸던 것인데.. 참 씁쓸했다.

내가 같은 나이대의 남성 환자였어도 그렇게 진단했을까 하는 질문도 해봤던 것 같다.



 

물론 몇몇 일부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으나, 여성환자들의 통증을 무시하거나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치부하는 현실이 꼭 그 경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통증 의학과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얼마 전 방문한 병원에서 치료를 위해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치료를 받았던 사람들로 보이는 모녀가 진료비 데스크에 서 있었다. 모녀가 동시에 같은 치료를 받았다는 걸 누구나 알수 있을 정도로 데스크에서는 큰소리로 실랑이가 오갔다. 딸로 보이는 젊은 여성은 같은 치료를 받았음에도  왜 엄마와 자신의 치료비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를 따졌고, 데스크 앞에 서 있던 간호사는 말도 안되는 대답으로 맞섰다. 연륜이 있어 보이는 간호사가 다시 와서 상황을 파악하고, 의사에게 알리고 다시 돌아온다. 


의사는 이번만 그렇게 해주겠다고 애길 전했는데, 딸은 더욱 더 노발 대발 하며 말한다. 

이번만이라니... 치료하는 진료비가 이랫다가 저랫다가 할수 있다는 건가. 그리고 같은 치료인데도 젊은 사람이 받으면 더 비싸지고, 나이든 사람이 받으면 더 싸지는 건가...


그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모든 통증 환자들은 아마도 여러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남성이나 여성에 따른 차별보다는 이 병원이 진료비를 부풀어 제시하는 병원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런데, 만약 아들과 아빠가 왔었어도 그렇게 진료비를 부풀렸을까 하는 의심은 계속 들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이 사건을 목격하기 전에도 두번이나 여성에 대한 차별을 건너 건너 자주 들어왔고 보아왔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아픈 환자를 돌봄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 분명 의사들은 의사가 되고 나서 다짐하는 글을 읽을 때 그렇게 할 거라 결심했을 것이다.

그런데 환자를 무시하거나 환자를 대우함에 있어서 성별에 따라 차이를 두는 이유가 뭘까.



책속의 사례는 의학계의 편견과 차별은 비단 외국에서만의 일이 아님을 확인하게 한다.

너무 똑같이 겪었던 사례라 신기하면서도 그때 당시의 의사의 행동이 생각나 다시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page 157

2008년 봄 토머스는 팔 때문에 응급실에 들르기로 했다. 왼팔 통증이 심장마비의 증후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토머스는 응급실에서 가슴통증을 겪은 환자가 거치는 기본적인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심전도 검사와 심혈관 검사가 정상으로 나오자 응급실 의사는 위산역류에 따른 증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 왼팔에 느껴지는 통증은 뭔가요?" 라고  토머스가 묻자, 의사는 그녀의 질문을 무시하고 심장에는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토머스가 병원을 나설 때 간호사는 의사에게 "질문을 했다"며 토머스를 오히려 나무랐다. "저희 의사 선생님은 매우 훌륭하신 분입니다. 그리고 질문하는 걸 좋아하지 않으세요" 토머스는 당황스러웠지만 응급실 직원에게 시간을 낭비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집으로 갔다.



환자는 의사에게 질문할수 있다. 당연한 권리이며, 그 부분은 진료비에 모두 포함이 된다. 그런데 훌륭한 의사인데. 질문하는 걸 싫어한다는게 말이 된다 생각하는 건가 이는 그 의사 자체가 권위적인 사람이며 자만심에 똘똘 뭉친 사람이라는 걸 말해준다. 과연 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절대 아니다. TV촬영을 해야하는 경우와 일반 진료에서 차이가 나는 의사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의학계의 어떤 점이 문제가 되는 걸까. 내가 내 돈을 지불해 치료를 받지만, 누군가는 확실한 진료와 병명을 듣고, 누군가는 오진에다, 병에 대한 질문까지도 할수가 없다.


의학계에서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 성차별을 겪었음에도 그 부분이 잘못이라 인지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아니 인지 했지만, 문제라 제시한 사람이 없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의사라는 직함에 그저 고개 숙이고 존경에 마지 않는 태도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이 부분에서 문제가 된다면 행동을 직시하고 개선해 나가려는 행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은 따라서 의학계에서 일하거나 일하려는 사람들, 혹은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그리고 여성들 보다는 남성들이 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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