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느린 달팽이의 속도로
김인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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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율격과 같은 외형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문장으로 쓴글


저자는 김인선, 이름은 언뜻 여자같지만, 남자다. 

그리고 이 책은 어릴적 공통의 관심사로 금세 친해진 그의 친구가 저자가 남긴 글을 

책으로 묶었다. 간암 말기로 먼저 떠난 친구, 그리고 친구의 글솜씨, 유유자적하며

욕심없이 경기도 산자락에서 산 친구를 회상하며 묶은 이 산문은 저자 본인 스스로가

여자를 관심주제에 세기며 쓴 글들이 일부있어 너무 어린나이의 독자는 읽지 않았으면 한다.

성행위에 극단적인 탐욕주의자라 칭한 그의 친구의 말대로 아랫도리에 대한 편력적 내용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예쁘고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는 "올빼미"라 칭한 부분은 유머스러운 부분일지도 모르나,

이해되지 않는 비유이기도 했다. 예쁜여자가 올빼미로 보이는 부분에 정신과 친구에게 상담을

받아 보기도 한 저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빼미라 말하는 여성들에는 첫사랑도 포함된다.



이 성적표현에 유머스런 상황을 더한 부분도 있다. 썩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산등성이, 들꽃, 동백, 거미,까마쉬, 개구리 등 자연을 주제로 삼은 글들은 미소지을 정도로

재밌게 표현된다. 




똥싸개밭에서 래브라도 "떡팔이" ...

떡팔이가 살던 빈집이 팔려 새 집주인이 빈집을 허물고 식당을 지을 예정이었다.

새 집주인은 개를 싫어하지만, 개고기는 몹시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떡팔이는 이 후 어떻게 되었을까? 다들 생각하는 결론이 아닌 다른 표현으로 마감지은 글은

현실이기도 하지만 그가 정말 산문을 탁월하게 쓰는 사람임을 느끼게 해준다.

나도 모르게 읽다 웃음을 지었다.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를 구출해낸 건 또 어떤가!

결국 거미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은이는 거미줄에 잠자리가 걸릴때 그때 마다 풀어주었다.

빗자루로 거미줄을 치우기도 한다.


산문의 특성상 자유롭고 주제 또한 틀에 매여있지 않는다.

산골자락에서 사는 저자와 너무 어울리지 않는 가 싶었다. 표현과 개인적 생각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고들 하지만, 이책은 아니다.

오롯이 작가의 느낌 그대로 전달된다.


확실한건 저자 본인은 정말 재밌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산골에서 살고 있었던 아저씨가 방구석에서 노트를 들고 나와 산기슭을 어슬렁 거리며

자연을 향해 생각한다. 이것저것 보다가 불연듯 스치는 느낌과 감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보이는 농사짓는 할머니, 흑염소..


신선놀음같아 보이기 까지 한, 바쁘지도 느리지도 않는 글에는 그래서 더 여유와 

여백이 있다. 표현이 너무 기가 막힌 글도 있어, 실소가 나온다.

그 상황에 나올수 없는 문장이라서 일것 같다.


page. 229

안경을 이마에 올려 붙이고 들이댄 눈에 정체불명의 검뎅이가 들어왔다.

손가락으로 건드리자 얼른 오므라든다. 이파리를 떼어서 형광등 아래로 가져갔다.

역시 내눈은 못 속인다. 검뎅이 한쪽 끝에서 둘로 갈라진 소형 안테나가 조심스럽게

비어져 나왔다.



이를 표현한 생물은 무엇일까?



답은 민달팽이다.  이처럼 무지개 다리를 건넌 친구의 글이 묻히는 게 안타까워

글을 모아 출간했다는 의미는 남이 나를 알아주는, 인정해주는 글이라는 뜻을 포함한다.

그리고 죽은 작가의 작품이 더 잘 팔린다고 했던가... 더이상의 작가의 글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더 평가를 높게 하기도 한다. 소장욕구도 불러일으키는 몇 안되는 책이기도 해.

책을 완독하면 가족들과 돌려 봐도 좋을 성 싶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과거의 회상을 느낄것이고,

젊은 분은 젊은 대로 자연에 대한 표현에 웃음 지을게 분명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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