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증명하듯이 예언과 도참설이 유행하는 것은 불안한 시대라는 방증이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현실에서 미래에 대한예언은 불안을 해소하고 통제감을 채워준다. 어떠한 위험이 다가오고 어떻게 하면 위험을 피할 수 있는지 안다는 사실은 다른 이들에 비해 생존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해줄 것이다. 한국에 도참을 비롯한 예언이 넘쳐난다는 사실은 한국인들이 그만큼 생존에 민감하며 위기를 피하고 잘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생에 대한 강한 욕구야말로 한국인의 기본적 심성이며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특정 예언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사회에 있어서도 개인에 있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도참은 대개 과거에 쓰인 모호한 글귀로 이루어져 있다. 모호한 표현은 모호한 해석을 낳을 수 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해석자의 바람 또는 의도를 포함하게 된다. 예언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이들의 바람은 사람들의 행동에 어떠한 방향성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수많은 문제를 낳게 된다. - P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