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쟁은 극소수 정치인들만의 권력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정치와 전혀 관계없는 기층사회의 각 부문에서 편 가름이 벌어졌습니다. 모두가 서로를 욕하고 배척하는 갈등 구조가 사회에 만연했습니다. 당파가 다르면 서로 교유하지도 않고 통혼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언동과 복식, 제사 방식조차 달리했을 정도였습니다. 가까운 친척 사이라도 당파가 다를 경우 서로를 원수 보듯 했고, 심지어 궁궐의 환관과 궁녀들조차 각각 다른 색목으로 갈라져 반목을 일삼았다고 합니다. 먹고 살기에도 바쁜 판국에 산 넘고 물 건너 저 멀리 한양 땅에 사는 높은 벼슬아치들이 벌이는 권력 다툼이 일반 백성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었던 걸까요? 하긴 이건 요즘 사회에서도 낯설지만은 않은 모습입니다. 정치적 견해의 차이로 인해 택시 기사와 승객이 말다툼을 벌이고 친한 친구 사이가 하루아침에 적으로 돌변하기 일쑤입니다. 정치과잉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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