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최후의 날을 가장 충격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무너진 건물도 손상된 벽화도 아닌 바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 그대로 굳어버린 폼페이인들이다.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을 당시 폼페이에는 약 2만 명이 살고 있었으며 그중 2천여 명이 도시와 함께 화산재 아래 묻혔다.

미처 도망가지 못한 사람들과 가축들은 시뻘겋게 들끓는 마그마에 삼켜져 그대로 굳어버렸고 마그마는 점차 식어 암석이 되었다. 

몇 백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암석 안의 시신은 썩어서 사라지고 그들의 모습을 닮은 구멍만이 남았다. 그리고 고고학자들은 이 구멍에 석고를 부어 실물과 똑같은 석고상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석고상들은 그날의 절망과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겁에 질린 채 어머니의 무릎을 꼭 잡은 작은 소녀의 울부짖는 얼굴, 거리 한복판에 서 있는 거지의 망연자실한 표정, 목줄을 끊으려 애쓰는 개의 절박함. 개도 아니면서 사슬에 매여 죽기만 기다려야 하는 검투사들의 절망.....

생생함을 넘어 처절하기까지 한 모습들 앞에 절로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리고 그런 급박한 와중에서도 보석과 재물을챙기다 그대로 굳어버린 인간의 탐욕스러움에 한탄이 나오기도 한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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