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 믿을 건 9급 공무원뿐인 헬조선의 슬픈 자화상
오찬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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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교감 승진 준비 하는데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닌가 봐. 잘 때 이를 악 다물고 자서 입을 못 벌리게 됐대. 이제 잘 때는 마우스 피스를 낀다더라구.”

“예, 저는 5년 전부터 마우스 피스 끼고 잡니다.”

나는, 그리고 내 남편은 밤마다 마우스 피스를 낀다. 둘이서 격투를 벌이는 것은 아니다. 마우스 피스는 윗니에 꼭 맞게 성형한 고체 덩어리이다. 물고 자면 잘 때 이를 갈거나 이를 꽉 다물면서 생기는 턱관절 이상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남편은 최근 몇 달 전부터 마우스 피스를 끼고 잔다. 어렸을 적부터 이가 참 고른 편이었다고 한다. 친구들이 부러워 했을 정도였단다. 이가 삐뚤어지기 시작한 건 군대 시절부터라고. 제대 이후에도 치아가 조금씩 틀어졌고 지금은 보기 싫을 만큼은 아니지만 특별히 치아가 고른 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남편은 이를 가는데 이갈이가 치아가 삐뚤어진 원인인지 결과인지, 무관한지는 모르겠다.

나는 30살을 맞이하는 겨울에 턱관절 이상이 생겼다. 턱에 통증이 생겼고 어중간하게 입을 벌린 채로 입을 다물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미 허리는 25살 때 디스크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그때가 교사 임용을 준비하던 첫해였다. 척추부터 몸이 다 틀어져 버려서 결국 턱까지 망가진 걸까. 그때 나는 자다가 깨 보면 어금니를 악 다물고 있었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낸 듯이 악 다물고 있었다.

마우스 피스를 끼면 비위가 상한다. 별 생각 없이 물고 있다가도 혀 끝에 피스 끝이 닿으면 우웩 구역질이 나온다. 구역질이 난다. 끔찍한 턱관절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구역질을 참는다.

이 책은 구역질 나는 현실의 대안으로 공무원을 택한 이들의 사연을 소개한다. 그리고 각자도생의 방법으로 살길을 찾아 나서기보다 협력과 연대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엄마는 청소 노동자이다. 40대 시절 잠깐 만 원 짜리를 잔돈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와 남편의 죽음 이후 엄마는 평생 최저임금을 못 받는 노동자로 산다. 최근에는 병원에서 청소를 한다. 같은 구역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일을 하도 덤터기 씌워서 다른 용역 업체로 옮기고 청소 구역을 바꿨다. 엄마는 어금니쪽이 많이 상해서 아예 발치를 했다. 부분 틀니를 맞췄지만 불편하다고 잘 안하신다. 남은 치아들이 눈에 띄게 벌어지고 있다.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구취도 심해졌다. 가난과 고생은 치아에서 표시가 나나보다.

지난 주 월요일 엄마를 만났다. 한정식집에 갔고 엄마의 이직을 위해 이것저것 서류를 함께 뗐다. 저녁으로 엄마집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켜먹었다. 오랜만의 호사에 엄마가 감격이라도 하신 걸까. 엄마가 나를 칭찬하셨다. 참 어렵게 자랐는데도 너는 남 탓을 안 했다고. 한 번도 남 탓을 안 했다고.

사실이다. 학비를 못 내 수업 중에 학교 행정실에 불려가는 수모를 중학생 때 겪었어도, 돈이 없어 수학 여행을 못 갔고 대체 수업 중에 학교 폭력을 당했어도, 대학 등록금이 없어서 1년을 휴학했고 사회 생활 시작할 때 학자금 대출 2000만원을 떠 안고 있었어도. 나는 남 탓을 하지 않았다. 내 탓을 한 적도 없다. 그냥 생각하고 느끼는 신체 기능을 마비시키고 살아왔다. 그래야 살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살 수가 없었을 거다.

최근 몇 년 내가 좀 이상하다고 느낀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화나지도 않는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이다.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갖고 싶은 것도 없다. 쓸 데 없는 데에 열 올리는 일도 없다. 나는 그냥 살아 있을 뿐이다.

내 몸이 보내는 감각, 감정의 신호들을 오래오래 무시하며 지내왔다. 내가 끼고 있는 마우스 피스가 그 결과인가. 나는 이대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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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먹고 사는 것과 관련 없는 본질적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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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끄기의 기술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 갤리온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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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을 견뎌야 한다.

모든 것이 정합적으로, 기계적으로 맞아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론과 현실이, 공식과 계산이, 기준과 결과가 딱딱딱딱딱! 예외가 발생하면 별표를 하나 그리고 예외라고 분류하면 그만이었다. 예외마저 ‘예외 없는 법칙은 없지’라는 법칙으로 설명해 버렸다.

모순을 견뎌야 한다. 진리를 사랑하지만 나는 결코 진리에 다다를 수 없다는 모순. 부족한 나와 내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모순. 나는 살아있지만 반드시 죽고 말 거라는 모순. 아무것도 확신할 순 없지만 여전히 살아내야 한다는 모순.

모순은 고통스럽지만 모순만이 인간을 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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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인간 ㅣ 김동식 소설집 1
김동식 지음 / 요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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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 24편 모음. 복잡한 상황 설정 없이 상상의 세계로 툭 치고 들어간다. 간결하니 좋다. 희극으로도 비극으로도 분류하기 어렵다. 분류되지 않는 문제적 존재는 기존 생각에 파문을 일으킨다. 김동식 작가의 ‘회색 인간’이 내 머릿속에 돌을 하나 던졌다.

소통은 가능한 걸까. 고독을 떨칠 수 있는 걸까. 단편 ‘회색 인간’의 줄거리는 이렇다. 만 명의 사람이 지저 세계에 납치된다. 납치된 사람들은 굶주림 속에서 가혹한 노동을 해야 한다. 저항하는 이에게는 죽음뿐이다. 사람들은 침묵 속에서 일을 한다. 어느 날 누군가 노래를 한다. 누군가 그림을 그린다. 누군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억한다. 사람들은 여전히 배가 고팠지만 더 이상 회색이 아니었다.

잉여 생산물이 있으면 예술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다. 잉여가 없고 현실을 버틸 재간이 없으면 예술이 발생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살기 위해 노래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소설을 쓰고 읽는다. 그렇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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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1주년 한정 리커버 특별판) -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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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저저는 언젠가 실현될 주체와 타자의 만남을 긍정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생을 넘어서야 하고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흘러야 한다. 저자는 정말 만남을 긍정하는 것일까. 아니다. ‘언젠가’ 만난다는 것은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생은 아니다. 의식은 개체에 갇혀 있다. 제목은 역설이 아닐까.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는 것은 우리가 지금 만날 수 없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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