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성숙학교 - 전환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가?
우치다 타츠루 지음, 서혜영 옮김 / 에스파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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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 선생이 엮은 세 번째 논집이다. 첫 책 ‘거리의 우국주의‘는 번역이 안 된 것 같고, ‘반지성주의를 말하다‘는 얼마전 읽었다. 예전의 경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변화가 몰려오는 대전환기를 맞아 지식인들이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한다. 분위기만 탓하는 무책임함, 정치인의 말 가려듣기, 십대에게 직업을 정하라고 강요하는 사회, 인구감소, 과학자의 사고방식, 소비사회의 문제점, 애국, 핵, 경제, 난민 등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톤으로 다룬다.
얼핏 듣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논리적이지 않은, 혹은 생존에 유리하지 않은 생각들을 지적하고 저자들이 깊이 생각한 바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십대에게 ‘꿈을 꾸기보다는 직업을 정하라고 강요‘하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지적하고 직업은 그저 돈벌이여도 좋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고 말하는 식이다. 아, 속이 다 후련하다.
동료 교사 중 걸핏하면 ‘너는 꿈이 뭐야‘를 묻는 이가 있다. 보통 질문을 듣는 아이는 교칙을 어기거나 친구와 다투거나 선생님에게 대들어서 교무실에 ‘잡혀온‘ 학생이다. 이럴 때는 꿈이 없다고 말해도 혼나고 꿈을 말해도 혼난다. 꿈이 없다고 말하면 꿈을 꿔야 한다고 야단치고 (지금 막 지어낸 듯한) 꿈을 말하면 그 꿈을 이루려면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혼난다. 혼내키기 위해 꿈을 묻는 것 같다.
연말에 생기부를 쓸 때에는 더 우습다. 중학생이 장래희망란에 ‘의사‘라고 적어오면 ‘더 구체적으로 내과 의사는 어떠니‘한다.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먹고 살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지도 않다. 사범대에 갈 때도, 심지어 임용이 되고도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아, 속이 다 시원하다. 이 정도 인간이어도 그럭저럭 살 수 있다는 게 오히려 희망적이지 않은가. 무슨 중학생 때부터 내과의사를 꿈꾼단 말인가.
이 책에는 다양한 의견이 전개된다. 통쾌한 글부터 그럴 듯한데를 지나 지금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글까지 다양하다. 글들의 공통점은 생각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남들이 그렇다니까 그런 줄 알지 말고 자기 힘으로 생각해서 답을 찾아보라고 한다. 인구감소가 문제니까 문제인가보다 하지 말고 ‘혹시 이거 문제가 아닌 거 아냐?‘ 생각해 보고, ‘뽑을 사람이 없어서 안 뽑는다‘고 하지 말고 ‘투표 안하면 큰일 나는 거 아냐?‘하고 생각해 보는 거다.

+더 읽어볼 책
장 보드리야드, ‘소비의 사회‘
다카하시 겐이치로, ‘우리의 민주주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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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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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 누구나 경험하지만 누구도 잘 모르는 - 이혁규의 교실수업 이야기
이혁규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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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실험에 기반하여 교육학자 랑시에르는 ‘무지한 스승‘에 대해서 논한다. 무지한 스승이란 학생들에게 가르칠 것을 알지 못하는 스승이며, 어떤 앎도 전달하지 않으면서 다른 앎의 원인이 되는 스승이다. 즉, 무지한 스승은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지도 못하고 그것을 전달하는 적절한 교수 방법도 알지 못함에도 학습자에게 훌륭한 학습이 일어나도록 하는 그런 존재이다. ...
무지한 스승은 도대체 어떻게 학생들에게 성공적인 학습이 일어나도록 만들었을까? 그가 가르친 것은 구체적인 학습 내용이 아니다. 그가 유일하게 무엇인가를 가르쳤다면 그것은 누구나 스스로 배울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환기시키고, 배우는 것이 가치 있다고 학습자의 의지를 각성시킨 것이다. ...
인간 교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유일한 인간적인 활동은 배우는 삶이 가치 있고 추구할 만한 것이며, 그러므로 그런 삶을 살도록 학생들의 의지를 각성시키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한편으로는 "현재의 욕망을 유보시켜야 미래에 잘 살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를 즐기고 소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삶이다"라고 주장하는 상호 모순되는 세계를 횡단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중구속의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정신분열증-현실로부터 이탈하는 망상형, 모든 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파괴형, 자신의 내면에만 집중하는 긴장형-을 보이는 것과 유사하게 학생들도 정신정인 홍역을 치른다. 세계 최고의 스트레스와 정신 질환을 보이는 한국 학생들의 현실은 이들이 처한 상황이 이중구속의 상황과 매우 유사함을 잘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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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이란 무엇인가. 매혹이란 ‘출구 없음‘이다. ‘노 웨이 아웃‘. 그리하여 매혹이란 당신이라는 세계 속에서 내가 속수무책이 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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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 & 들뢰즈 :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서 - 데리다 들뢰즈 지식인마을 33
박영욱 지음 / 김영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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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는 여러 책에서 배움에 관해 이야기한다. 배움은 타자를 만나는 것을 통해 일어난다. 타자를 만난다는 것은 내가 가진 도량형으로 측정할 수 없는 어마무시한 상대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선생으로부터는 대수학을 배울 수 있어가 아니라, 아직 잘 모르겠지만 우리 선생님은 대단해! 하는 태도이다.
데리다와 들뢰즈도 같은 방향의 이야기를 한다. 내가 가진 개념으로 세상을 재단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나는 사물의 일부만을 도려내서 볼 뿐이며 물자체에는 내가 파악하지 못한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
나만 옳다는 독선에 빠질 때가 있다. ..빠질 때가 있다기보다는 늘 그런 독선에 빠져 있고 가끔 그런 상태임을 자각한다는 게 훨씬 정확한 이야기이다.
지난 3년간 유별난 상사를 모시면서 심리학책을 몇 권 들여다 보았다.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상대를 이해하고 싶었다. 장악하고 싶었다. 그분을 정신분석학의 심리유형에 맞추어 이해하려고 애썼다. 자기애성성격장애인 것 같다가도 연극성성격장애인 것도 같았다. 그분을 이해하면 숨통이 좀 트일 것도 같았다.
결국 그분을 이해하기는 커녕 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대체가 딱 들어 맞는 유형 따위는 없었고, 설령 딱 들어맞는 유형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그분을 장악할 깜이 없었다.
그래, 세상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는 거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주아주 적다. 받아들여야 한다. 겸허하게.
내 가족과 동료, 나의 학생들을 단정하고 싶은 욕망이 불쑥불쑥 튀어나오지 않도록 겸허한 마음을 유지하고 살아야지.

들뢰즈가 보기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차이 자체‘를 지니고 있으며, 그 차이는 틀에 박힌 개념이나 표상의 틀에서 깨어날 때 드러난다. 그때야 비로소 세상은 개념이 만들어낸 진부한, 너무나도 진부한 동일성의 틀로부터 깨어날 수 있다는 것이 들뢰즈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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