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웹소설 쓰기 - 단계별로 따라가는 웹소설 맞춤 수업 Daily Series 17
김남영 지음 / 더디퍼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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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도 웹소설도 그다지 관심이 있진 않았다. 딱히 이유라고 할만한 건 없지만 핑계라면 노안이랄까.


컴퓨터를 좀 보다 보면 눈이 금세 시려서 별로다. 종이책이 좋다. 냄새도 넘길 때 사각거리는 소리도 맛있고.


그런데 얼마 전 푹 빠졌던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 줘>가 원작이 웹소설이라는 걸 알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작가 김남영은 <매일 세 줄 글쓰기>를 썼고, 열두 살에 시작한 웹소설 쓰기를 시작으로 16년 동안 이런저런 글을 쓰고 산다.




목차가 남다르다. 웹소설을 모르니 신선한 건지, 사용 설명서 같은 목차가 기대가 됐다. 키워드 잡고 로그라인 쓰는 법, 글자 수로 정해지는 분량 등 본격적인 쓰기에 돌입하면서 직접 써 볼 공간도 마련했다. 거기에 진지모드를 장착한 <선배의 Tip> 코너도 놓치면 손해다.


84쪽, 스토리 잡고 가자!


읽다 보면 '지름길은 없다. 많이 읽고 느끼고 분석해라'가 골자인 다소 뻔한 조언이라고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웹소설의 각 구조적 포인트에 작가 찐 경험이 녹아든 고농도 조언은 빨리 써보고 싶다는 욕망이 불끈한다.


3줄이라고?! 글쓰기에서 단문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서 알지만, 세 줄을 넘기지 않아야 가독성이 좋다는 말에 뜨악했다.


웹소설은 아니지만 서평이나 칼럼 등 이런저런 글을 내키는 대로 써왔는데 이렇게 쓴 글들은 가독성의 문제로  독자에게 읽히지 않는다라는 조언에 정신이 번쩍 났다. 내 글의 조회수가 그래서 많지 않았나 보다.


128쪽, 절단신공은 이렇게!


여러 글쓰기에 대한 조언들은 대부분 이해하기 어렵지 않지만 그래도 살짝 아쉬운 부분도 있는데 그런 부분은 적절한 예를 들어 한방에 해결한다. 그래서 쉽게 읽을 수 있는 게 매력적이다. 말 그대로 가독성 짱이다.


"웹소설 독자가 원하는 글이란, 빠르고 간결하고 직관적이고 언제 어디서 읽어도 한눈에 들어오는 재미있는 글이다." 140쪽, 웹소설만의 특징을 기억하라


이 책은 클리셰를 시작으로 읽고 쓰고 마무리까지, 웹소설의 모든 것을 담은 듯하다. 가이드보단 교과서에 가깝다. 거기에 시장분석, 전략, 출간뿐만 아니라 웹시장에서 살아남는 노하우에 이르기까지 작가 데뷔에 필요한 모든 게 담겼다.


누구든 써보겠다고 하면 쓰라고 하겠지만 할 거면 제대로 해라, 라며 현타작렬하는 진심 담아 충고한다. 단계별 일타 강사 같은 느낌으로 차근차근 레벨 치를 올려 준다. 찬찬히 준비한 후 웹소설 작가로 뛰어들어도 좋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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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웹소설 쓰기 - 단계별로 따라가는 웹소설 맞춤 수업 Daily Series 17
김남영 지음 / 더디퍼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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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별 일타 강사 같은 느낌으로 차근차근 레벨 치를 올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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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은 혁명적 감정이다
프레데리크 그로 지음, 백선희 옮김 / 책세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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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표지 그림에 한참 머문다. 프레데리크 그로, 프랑스 파리 12대학 정치철학 교수이자 철학자 그리고 미셀 푸코 연구자. 푸코가 그토록 사유했던 광기와 성(性)이 표지에 겹쳐진다. 그래서 흥미롭다.


"수치심은 우리 시대의 주된 정서고, 새로운 투쟁의 기표다. 이제 사람들은 불의에, 전횡에, 불평등에 고함치지 않는다. 다만 수치심에 울부짖는다." 11쪽, 서문


문득 어떻게 정의되는 감정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수치 羞恥 [명사] 다른 사람들을 볼 낯이 없거나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 또는 그런 일. 표준국어대사전


저자가 피력한 루소가 느꼈다던 숨이 막히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그런 수치를 느낀 적이 아니 알아챈 적이 있던가, 생각한다. 그가 죄책감과는 다르다고 극구 부인한 데에 왠지 감사함을 느낀다.


그는 더 이상 수치심이 개인의 부정적 감정이 아닌 사회정치적 변화를 이끌어 낼 혁명적 감각들이라 주장하면서 수치심의 역사를 관통해 현대에 작동하는 궤적을 마치 탐사 보도처럼 세밀하고 시사성 높은 논의를 하게 한다.


집안 혹은 가문으로 불리는 집단적 수치심은 불명예를 동반하고 이를 통해 많은 부분을 잃는다. 즉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가문이 구설수에 오르는 순간 그들의 평판은 바닥을 칠 것이고 여기에 동반되는 수치심은 말 그대로 정상적인 가문에서 제외됨을 의미한다.


이 설명은 종갓집으로 대변되는 양반가의 봉건주의 관습이 여전히 연결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그렇게 집안 망신을 시킨다는 존재에 대한 의미를 담은 설명은 눈에 쏙들어 온다.


읽으면서 더 침묵하게 된다. 미처 생각지 못하고 무심코 내뱉은 말 중에 어느 지점은 누군가에게 모욕적이거나 멸시처럼 느껴졌을지 모르고 그로 인해 그 누군가는 수치심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걸 확인하니 확 수치스럽다.


예를 들면 복지관을 찾은 누군가의 남루한 옷차림을 생각하지 않고 "어디서 퀴퀴한 냄새 나지 않아?"라고 했을 때처럼 말이다. 이 말을 들은 당사자는 본인에게서 나는 것이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분명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다. 사실은 용변을 가리지 못한 누군가가 지나친 직후였다. 저자는 이런 사회적 수치심은 결코 순수하게 받아 들여지지 않음을 지적한다.


54쪽, 사회적 멸시


이어 가난을 '가벼워지고, 무중력을 더 얻는 것'이라는 디오게네스의 말은 부자들의 탐욕스러운 소유욕에 대한 한탄이고 혐오다. 그러면서 "스스로 가난을 가치 지향적으로 여기는데 누가 수치스러워 하겠냐"라는 디오게네스의 자신감은 몇 세기 지나면서 가난은 수치심을 동반한다.


"모욕적인 수직 체계에서 닥치는 대로 부당한 이유만 찾는다." 63쪽, 사회적 멸시


타인의 멸시가 자기 멸시로 바뀌는 데에 대한 이야기에 수치심을 생각한다. 애써 준비한 일이 시작하기도 전에 뒤틀렸다. 담당인 나와는 상의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처리해 버렸다. 모욕감이 있지만 어쩌겠는가. 관리자의 결정에 어쩔 수 없이 무기력하게 수긍해야 하는 처지임을 자각하는 수밖에. 자로 잰듯한 수직 체계에서 난 숨길 야심도 없다.


111쪽, 사회적 사실: 근친상간, 강간(외상성 수치심)


어느 시대에서나 존재할 법한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대한 억압적 폭력에 대한 설명은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는 힘들면서도 현재에도 비일비재하게 주위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그 힘의 논리의 배경에는 남성우월주의적 장치를 통한 사회적 합의나, 어쩌면 수치심에 휩쓸린 가족의 침묵 속에서 확대되는 만행이 근친상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공자가 신중함이라는 용어로 말한 것은 플라톤에게서 두려움이라는 말로 다시 연주된다. 화법은 두 가지이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여전히 수치심이다." 158쪽, 아이도스


줄곧 서양의 철학적 관점을 주로 다루다 보니 동양의 윤리적 관습에서 빚어지는 수치심과는 결이 다를 수 있을 수 있는 부분을 공자의 사상을 끌어와 자신의 견해를 보완한다.


이 책은 수치심이 개인이 느껴야 하는 부정적인 감정에서 사회정치적 판단이 함축된 감정임을 강조한다. 여기에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철학과 신학, 그리고 다양한 문학 작품을 소개하면서 사회적 약자 특히 여성이 당해야 했던 부당함을 치밀하고 신랄하게 파고 든다. 어렵지만 많은 수치심을 깨닫게 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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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은 혁명적 감정이다
프레데리크 그로 지음, 백선희 옮김 / 책세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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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만 많은 수치심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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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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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엄청난 두께에도 불구하고 환상적인 표지에 반했다. 그리고 '이 시대 가장 중요한 자연주의자'라는 소개에 한 번 더 반했다. 반백년을 넘는 세월 동안 인간과 자연의 유대를, 다른 존재를 착취하는 데 몰두하는 자본주의를 경고하는 그의 메시지는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서문에서 저자가 펼쳐놓는 북극과 그 척박한 땅에 존재하는 것들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표현들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차디찬 땅의 것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온통 따뜻함 그 이외의 감각은 느낄 수 없다.


반면, 이 척박한 땅에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을 동시에 지켜보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석유 좀 뽑아내겠다고 알래스카의 얼음 밑을 관통하는 거대한 관을 박자고 일대를 초토화 시키는 일은 누구를 위함인가.


47쪽, 들어가며


이 신비한 땅을 향한 우리의 상상력을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는 분명 흥미롭고 기대된다. 6월 21일의 낮과 밤은 12월 21일의 낮과 밤이 극지방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툰드라의 복잡한 생태계는 어떻게 멸종과 생존을 이뤄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신이 나서 침까지 튀며 떠드는 아이처럼 쉴 새 없이 이어간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 이를테면 태양에너지를 활용할 짧은 기간 혹은 시간 내에 환경 적응을 마쳐야 멸종을 당하지 않는 생태계에 대한 설명은 놀라워서 지식이 한 뼘 정도는 높아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끔 할 말을 잃는다. 동물들이 본능으로 움직인다고 무심코 상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동물들에게 동기와 창의성이 있는지 의심스러워한다. 200만 년 동안 거의 변화하지 않은 동물인 사향소의 진화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재치 있게 반응했든 둔하게 반응했든 간에 그 유장한 세월 동안 상당한 수가 계속해서 올바른 선택을 해왔다는 점이다." 118쪽, 사향소


126쪽, 사향소


이런 모든 이야기는 분명 쉽게 체험할 수 없는 환상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더 빠져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만약, 환경이나 오지 탐험을 상상하는 탐험가 기질이 탑재된 독자라면 저자의 이야기에서 극지방의 오로라가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상력이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사라진 나는 논문을 읽는 느낌이 좀 많았다. 알잖은가. 논문은 쉽게 눈이 건조해지고 피로해져서 끝을 보기 쉽지 않았음을.


신비로운 큰 곰의 땅 아르크티코스를 넘어 툰드라의 검거나 황갈색인 사향소의 빙하기조차 뚫고 살아낸 평온하지만 강인한 생존력에 경탄했지만 결국 나의 여정은 여기서 멈췄다. 그럼에도 이 9개의 이야기는 충분히 신비하고 경외롭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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