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
배리 로페즈 지음, 신해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평점 :
이 엄청난 두께에도 불구하고 환상적인 표지에 반했다. 그리고 '이 시대 가장 중요한 자연주의자'라는 소개에 한 번 더 반했다. 반백년을 넘는 세월 동안 인간과 자연의 유대를, 다른 존재를 착취하는 데 몰두하는 자본주의를 경고하는 그의 메시지는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서문에서 저자가 펼쳐놓는 북극과 그 척박한 땅에 존재하는 것들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표현들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차디찬 땅의 것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온통 따뜻함 그 이외의 감각은 느낄 수 없다.
반면, 이 척박한 땅에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을 동시에 지켜보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석유 좀 뽑아내겠다고 알래스카의 얼음 밑을 관통하는 거대한 관을 박자고 일대를 초토화 시키는 일은 누구를 위함인가.
47쪽, 들어가며
이 신비한 땅을 향한 우리의 상상력을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는 분명 흥미롭고 기대된다. 6월 21일의 낮과 밤은 12월 21일의 낮과 밤이 극지방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툰드라의 복잡한 생태계는 어떻게 멸종과 생존을 이뤄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신이 나서 침까지 튀며 떠드는 아이처럼 쉴 새 없이 이어간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 이를테면 태양에너지를 활용할 짧은 기간 혹은 시간 내에 환경 적응을 마쳐야 멸종을 당하지 않는 생태계에 대한 설명은 놀라워서 지식이 한 뼘 정도는 높아질지도 모른다.
"우리는 가끔 할 말을 잃는다. 동물들이 본능으로 움직인다고 무심코 상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동물들에게 동기와 창의성이 있는지 의심스러워한다. 200만 년 동안 거의 변화하지 않은 동물인 사향소의 진화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재치 있게 반응했든 둔하게 반응했든 간에 그 유장한 세월 동안 상당한 수가 계속해서 올바른 선택을 해왔다는 점이다." 118쪽, 사향소
126쪽, 사향소
이런 모든 이야기는 분명 쉽게 체험할 수 없는 환상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더 빠져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만약, 환경이나 오지 탐험을 상상하는 탐험가 기질이 탑재된 독자라면 저자의 이야기에서 극지방의 오로라가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상력이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사라진 나는 논문을 읽는 느낌이 좀 많았다. 알잖은가. 논문은 쉽게 눈이 건조해지고 피로해져서 끝을 보기 쉽지 않았음을.
신비로운 큰 곰의 땅 아르크티코스를 넘어 툰드라의 검거나 황갈색인 사향소의 빙하기조차 뚫고 살아낸 평온하지만 강인한 생존력에 경탄했지만 결국 나의 여정은 여기서 멈췄다. 그럼에도 이 9개의 이야기는 충분히 신비하고 경외롭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