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
히라오 마사히로 지음, 최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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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사람을 철학자로 만들어 줄 세 가지 기둥'이라는 문장이 눈에 띄었다. 굳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철학자가 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세상을 사는데 자기만의 '기준'이 있다는 것은 중요하다는 걸 모르지는 않아서 저자가 말하는 세 가지 기둥이라는 사회의 정의, 개인의 자유, 타인과의 사랑에 대한 의미가 궁금했다.




저자 히라오 마사히로는 일본 유수의 대학에서 윤리 철학을 가르치며 '나다운' 삶에 대한 화두로 신드롬을 일으켰고, <인생은 게임인가?>, <철학, 할래?>, <사랑이라든지 정의이라든지> 등을 썼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학창 시절엔 '국민윤리'라는 과목이 있었다. 더 어린 시절엔 아마 도덕이었고. 어쨌든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상호 윤리가 얼마나 중요하면 과목 이름을 국민(의) 윤리라고 했을까.




그런데 대통령이나 지도층은 지들이 국민이라고 생각이나 했겠나 싶지만 어쨌든 공동체에서 이 윤리는 중요하다는 의미다. 당최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인간이 사회화를 경험하면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지녀야 할 덕목 같은 걸 다뤘던 것 같다. 그랬을 거란 짐작이다. 확신하지 못하겠다.




한데 이 책이 그런 윤리철학을 기반으로 썼다니 생각해 보는데, 인간은 굳이 학문으로 윤리를 배워야 할 만큼 인간은 비도덕적인가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나는 그래도 성악설보다는 성선설을 선호하는 편이라서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윤리학을 다루겠다는 저자의 포부가 담긴 이 책이 뭐라도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담겨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좀 있다.




저자는 윤리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2, 4. 어쩌면 부러 당연하지 않은 생각을 한다. 발주를 하지 않았으므로 뇌물은 아니다. 발주를 할 것이라는 믿음은 '뇌물'을 준 사람의 생각일 뿐이 아닐까. 만약 받은 사람은 그 돈은 꿀꺽하지 않고 공익에 사용했다면?




그리고 다음 질문, 커피 한잔 하면서 고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치료비가 많이 들지만 완치가 될 수 있는지 혹은 장애가 남더라도 살아는 있을 수 있는지 또 내가 그 모든 걸 감당할 만큼 사랑을 하고 있는지. 결혼과 사랑은 분명하게 이퀄은 아니니까. 시작부터 흥미진진해서 도파민이 막 솟는다.




저자는 윤리가 도덕이자 '잘 사는 것'에 대한 삶의 방식이며 선악의 기준이라고 제시한다. 즉 인간, 행위와 삶의 방식, 가치, 규범의 4가지 포인트로 저자는 설명하는데 이해가 쏙쏙 된다.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인간의 행동에서 만들어지는 선악과 관련된 규범 그리고 규범의 가치와 판단에 따른 선택이 윤리라고 하는 건 아닐까.




솔직히 요즘 뉴스를 보면(실제로는 보기 싫지만) 하도 변명과 거짓과 상식을 벗어난 일들을 저지르는 사람들 때문에 혈압이 극에 달하지만 어쨌든 선악의 기준과 가치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윤리학이 꼭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이 확 와닿았다.




특히 사고실험 설명을 통해 '누르고 싶은지'와 '눌러도 되는지'의 질문이 심리와 윤리의 문제로 보면 결과가 달라진다는 이야기에 설득 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내심 놀랍다.




저자는 이어진 정의와 관련된 설명에서 <데스노트>의 야가미의 살인이 정의인가를 묻는다. 그러면서 디케(유스티티아)가 들고 있는 저울처럼 정의는 균형이라고 설명하는데, 정의는 판단의 문제이고 그 판단은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며, 개인이 신념을 정의로 내세우면 폭주하게 된다면서 그건 테러리스트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하는데 완전히 공감하고 말았다.




한데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읽다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떠올랐다. 그는 첫 머리에서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를 사람들 향해 질주할 때 친밀한 소수와 다수의 타인 중 살리기 위해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다.




저자의 정의에 대한 '균형'과 마이클 샌델 교수의 질문과 연결 지어 보면, 그 찰나의 순간 판다는 오롯이 개인의 문제일 테고 어디로 틀어도 사람은 죽게 되어 있는데 이때에도 균형을 적용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과연 친밀한 관계와 그렇지 않은 관계 혹은 숫자의 차이에서 균형은 존재할까? 나는 폭주하는 것일까? 역시 정의는 어려운 문제다.




특히 요즘처럼 불평 부당한 세상에서 가벼운 처벌로 풀려나는 권력이나 재력을 가진 인간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정의를 규범이나 법이 신뢰를 잃었다고 생각하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유행처럼 범죄에 대한 사적 처벌을 정의를 실현하는 것처럼 영화나 드라마에서 포장하는 수준이다 보니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헷갈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적 처벌은 정의 실현이 아니라 결국 복수일 뿐이지 않는가. 그래서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심사숙고해야 하는 이유다.




저자는 이어 정의는 하나의 본질과 세 개의 패턴으로 나누어 진다고 주장한다. 본질은 균형이고, 패턴은 조정(사법), 교환(경제), 분배(정치)가 그것인데 조정은 조와 벌의 균형을 의미하고 교환은 경제적인 그러니까 서로 주고 받는 등가의 법칙이며 분배는 공평하게 나누는 것의 균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 구조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정리한다.




꽤나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아주 심플하게 정리된다.




102쪽, 사법, 경제, 정치를 보는 눈




'권리에는 의무가 따른다는 말'을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건 아닌지 생각한다. 내 권리는 타인의 의무와 타인의 권리는 내 의무와 한 쌍으로 이루어진 상호의 관계라는 것이고 이로써 공동체의 정의가 실현된다는 저자의 설명을 한참 곱씹는다.




"수많은 사람이 함께 살아가면서 모두 다 사이좋게 지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이좋게'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최소한 서로 상처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듯 각 개인이 확보해야 할 영역을 권리라고 부르고 그것을 지키는 일을 정의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110쪽, 개인의 권리를 지키는 사회의 작동 원리




'자유는 제한이 있을 때 완전해진다'라는 설명에 한참 고개를 끄덕였다. 무제한 자유가 주어진 다는 것에는 타인을 헤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자신 역시 타인으로 부터 공격을 받을 수 있음을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래서 자유는 무제한이 아닌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것이 상호성이란 것을 이해하게 된다.




254쪽, 친밀한 관계 심화분석




이 책은 윤리와 정의, 자유와 권리 나아가 인권, 행복, 사랑, 돌 등 결국 공동체 안에서 잘 살기 위한 '나'를 찾는 과정을 차근차근 쉬운 설명과 사례를 들어 사유하고 정립하게 해준다. 유명한 윤리철학 수업을 공짜로 들은 기분이다.




어쩌면 이 책은 도덕적 혼란이 가득하고 혐오가 판치는 이 시대에 '윤리'의 기준을 세우는 강력한 무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왜' 그렇게 사는가에서 어떻게 사는 게 옳은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질문이 있다. 만약 '부자가 되는 것'과 '행복해지는 것' 중 선택하라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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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 모든 판단의 순간에 가장 나답게 기준을 세우는 철학
히라오 마사히로 지음, 최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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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혼란이 가득하고 혐오가 판치는 이 시대에 ‘윤리‘의 기준을 세우는 강력한 무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왜‘ 그렇게 사는가에서 어떻게 사는 게 옳은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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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들이 몰래 읽는 한비자
한덕수 지음 / 새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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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덕수는 경영 일선에서 리더로서 치열하게 지내다 동양고전을 비롯 다양한 인문학을 탐독했으며, 지금은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버릴 줄 아는 용기>, <진정한 나의 것>, <주역강독>을 썼다. 현재 <CINEWS> 논설위원이다.


동양철학에 빠져 있다는 저자는 약소하고 어지러운 나라일 수록 치세의 근간은 ‘법(法)’과 ‘술(術)’이라 강조하였다는 한비(韓非)의 이론을 집대성한 <한비자>는 진시황이 ‘이사’의 모함에 빠져 ‘한비’를 죽인 것을 통탄했고, 제갈량이 아들 유선에게 숙지할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는 기원전 280년 그러니까 4440년 전 비기이며 이 시대 리더들이 몰래 읽는다고 까지 하니 어찌 궁금하지 않을까.


이 책은 <한비자>에 담긴 총 55편의 내용 중에 유사한 것을 쳐내고 현대에 맞는 내용을 추려 32편을 완역하여 옮겼다. 기본적으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처럼 임금이 신하를 다스리는 데에 따른 리더의 자질과 자세를 다룬 것이겠다.


두 비기가 씐 시대적 배경이 혼돈의 시대였다는 점을 보면 세계 곳곳에서 끊이질 않는 전쟁이나 빠르게 변하는 인공지능 세상에서 혼돈이 익숙해진 이 시대와 꽤나 흡사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시대는 <한비자>는 그저 그런 고전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렇게 대놓고 군주와 신하의 자질을 까대는 책이 어디 있을까? 너나 할 것이 위태위태한 리더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이 책은 꼭 필요하겠다.


작지만 공공의 성격인 복지 기관에서 십수 년을 몸담고 나름의 조직 생활을 했다. 그래서 리더의 역할이나 자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떠난 이유도 그런 이유였고. 어쨌든 의미가 남다른 책이다.


첫 장, 이병(二柄)의 ‘형명참동(刑名參同)의 붙임말을 보면, 이 시대에서는 근무평가야 말로 직원의 사기를 떨어 트리는 주된 요인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혁신적인 조직에서는 없애는 추세인데 한비는 리더의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이 방법이 조직을 이끌어 가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이라 한다.


수평적이기 보다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좋고 리더와 조직원 사이는 이해타산적이라는 내용이 이 시대와 맞는 조직론인가 싶은 의구심이 든다. 위에서 찍어 누르면 다 해결되던 시대는 끝났다.


“백성이란 힘이라는 권력에 복종 하는 것이기에 의(義)에 따라서 움직이는 백성은 아주 드물다. 공자는 천하의 둘도 없는 성인이었다. 그는 스스로 행실을 닦고 도를 얻은 다음에 천하를 두루 다니며 설교를 하였다. 그러나 그가 말한 인의에 감동하여 제자가 된 사람은 겨우 일흔 명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인의를 이해하고 이를 존중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33쪽, 오두(五蠹)


이어진 오두(五蠹)는 '혼란을 조장하는 다섯 가지 벌레들'이란 뜻으로 세상이 변하면 리더의 통솔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데 21세기, 기후 위기를 만드는 환경 오염이 판치는 세상을 보자면 인의(仁義)가 없어진 이기적인 세상이라서 그렇다고 하는 게 설득력 있지 않을까? 공자의 철학은 그저 입에 발린 소리일 뿐이라는 한비의 독설은 솔직히 납득하기 쉽지 않다.


또한 타인에게 후한 것이 재물이 넘쳐 쓰고 남아 돌아 그런 것일 뿐 비단 타인을 생각하는 도적적이거나 인격이 고결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철저히 자신의 ‘실익’에 따른 이유라는 내용이 뭉근하게 마음 불편했다. 한편으로는 딱히 딱 잘라 아니라고 하기도 뭔가 찝찝함이 있긴 하다. 그건 그렇고 공자에 열광하는 세상을 보면 한비가 보면 뒷목 잡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반면, 상은 후하고 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나 널리 백성에게 알려야 하는 말은 고상한 말로 만들어 봤자 필요 없다는 내용에는 급 공감했다.


워크숍이나 세미나에서 학자들이 떠드는 이론은 현장에서 코피 쏟아가며 일하는 실무자에겐 그저 탁상공론뿐인 게 대부분이라서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정치 이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줄곧 한비가 주장하는 법과 술에서 보면 공자의 인과 의는 허울좋게 떠드는 학자나 유세가들의 립서비스 뿐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현시대는 법술과 인의가 동시에 필요한 세상이 분명하다. 아무튼 읽으면 읽을수록 한비는 굉장히 극단적인 사람이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철학에 있어 모 아니면 도다.


유가와 묵가의 비교도 그렇거니와 부와 빈의 차이 또한 그렇게 본다. 부유한 이는 부지런하거나 근검해서 부를 모은 것이고, 가난한 자는 게으르거나 사치스러워 빈곤한 것이라서 결국, 요즘 말로 후원이나 기부는 열심히 일해서 얻은 것을 빼앗아 노력도 하지 않은 게으른 사람에게 퍼주는 일이라서 잘 살아 보겠다는 백성의 올바른 의지를 꺾는 것이라는 것이라는데 보면 볼수록 그의 견해는 참 낯설다.


보다 보면 일말 공감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예를 들자면, 한비는 현학(顯學) 편에서 학자들을 시정잡배 취급한다. 조선 시대로 치자면 백성을 주린 배를 움켜쥐고 소작을 해야 하는데 양반은 일도 하지 않고 책장만 넘기면서도 배불리 잘 먹고 잘 사는 불편부당한 일을 지적한다. 그럼에도 한비의 비판은 적지 않은 충격파를 동반해서 도무지 중간이 없다는 느낌이지만 충분히 곱씹을만 하다.


58쪽, 현학(顯學)


그나저나 군주의 열 가지 잘못에 대한 십과(十過)에서 제나라 안탁취와 환공의 이야기를 보자 문득 지금 이 나라엔 충언을 듣지 않는 임금과 충언을 할 생각도 없는 정치가가 넘쳐나는 정치판인 현실에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84~85쪽, 십과(十過)


한비에게는 도대체 어떤 피가 흐르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의 사상에는 처절한 면이 있다,라는 저자의 표현처럼 한비의 정치 철학은 뼈때리는 단호박이다. 그래서 살짝 불편한 감도 없진 않지만 금세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촘촘한 논리에 매료된다.


그리고 홀로 불만에 가득 찬 마음인 고분(孤憤) 편을 보면, 한비가 왕가의 서출이라는 신분의 한계로 고립되어 뜻한 정치를 펼치지 못하고 <한비자>를 울분을 토하듯 써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의 처지를 헤아린 글을 보면 위로를 건네고 싶어진다.


101쪽, 고분(孤憤)


“일을 안다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안 다음에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그 어려움이 있다.” 109쪽, 세난(說難)


7장, 세난(說難) 편 ‘상대에 따라 다르게 말한다’에서 나온 문장으로 전기 100만 볼트가 관통이라도 한 듯 머리가 쭈뼛해졌다. 그것이 어디 일뿐이겠나 인간관계에서도 그렇지 않을까?


경험상 조직에서 벌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일이나 관계에서 잘못되었다는 것을 리더가 아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걸 안 후에도 고쳐지지 않는 분위기나 상황이 점점 조직에서 버티기 어렵게 만들었었다.


결국 튕겨져 나왔지만 여전히 버티고 있는 이들의 고충을 전해 듣는 일은 썩 유쾌하지 않는 일이라서 제발 관리자들의 정신을 차리길 바라는 심정이 크다. 그곳엔 역린을 건드리지 않고는 설득이 되지 않을게 뻔해서 그 누구도 용기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래서 조직이 위태로운 것이다. 어쩌면 망징(亡徵)일지도.


저자는 그런 징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하는데 퇴사자가 줄을 잇는 것이 신호라는 것을 리더가 모르면 큰일 아닌가.


“징조나 조짐이란 좋은 일이 생기거나 나쁜 일이 생길 기미가 보이는 현상을 가리킨다. 즉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는 수상한 신호와 같은 것이다.” 136쪽, 망징(亡徵)


130쪽, 망징(亡徵)


책을 보노라면 한비의 정치에 대한, 특히 리더(임금)의 통솔에 대한 견해는 깜짝 놀랄 정도로 직설적이다. 아주 탄산 가득한 사이다 같달까. 혼란이 되풀이 되는 세상에서 리더들이 꼭꼭 숨겨 읽는다는 말이 공감이 될 정도로 줄치고 몇 번을 곱씹으면서 되새겨야 할 문장이 많아도 너무 많다.


게다가 해설과 같은 저자의 <붙임말>은 한비의 철학을 요즘에 맞게 생각해 볼 수 있게 쉽게 전달한다. 세상을 지배하려는 욕망을 둘러싼 심리를 파헤친 한비자의 주옥같은 지침을 담은 심리 보고서다.


현 임금에게 읽어 보길 강추한다. 어쩌면 문장 하나 하나에 뼈가 시리지 않을까 싶지만 군주의 자질은 병아리 오줌만큼이라도 좀 갖춰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리더를 떠나 현대인들이라면 처세에 꼭 필요한 비기임에는 틀림없다. 두고두고 아껴 곱씹을만한 책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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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들이 몰래 읽는 한비자
한덕수 지음 / 새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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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떠나 현대인들이라면 처세에 꼭 필요한 비기임에는 틀림없다. 두고두고 아껴 곱씹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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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를 속이는가 - 위험한 상술과 현명한 소비
안석호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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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우리는 같은 범죄라도 ‘먹을 것’을 가지고 벌이는 못된 짓에 더 분노한다. 이 책은 그런 소비자를 속이는 상술에 대한 탐사보도를 토대로 미처 방송에 나가지 못했던 내용을 담았다는 소개 글에 부당한 일을 보도고 잘 참는 나인데도 정의감이 분기탱천했다.


행정학과 정치학을 두루 전공한 저자 안석호는 세상을 좀 바꿔보고 싶은 열망에 기자가 됐고 25년 째 그러고 있다. TV조선 <CSI: 소비자 탐사대>를 진행하면서 다루지 못했던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들어가며'에서 소비자가 재화를 구매하려는 순간 '을'의 위치가 된다는 설명에 잠시 멈칫했다. 왜지? 그건 소비자 입장 아닐까?라는 살짝 아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생각하나? 싶었다.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팔려는 곳이 많으니 당연히 과다 경쟁이 불가피 할텐데 그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이 '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생산과 소비에서 '을'의 위치는 누구일까 궁금했다. 어쩌면 파는 쪽이든 사는 쪽이든 정보가 부족한 쪽일지도.


책 속에 담긴 32개의 사례를 다 보기도 전에 금세 수긍이 간다. 편법과 꼼수는 물론, 탈법을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당 이익을 위해 거리낌 없이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 자본주의 상술의 민낯이라는 지적은 충격적이지만 공감한다.


시작부터 강렬하다. 영국에서는 '실험된 모든 맥도날드 터치스크린에서 대변(프로테우스 균)이 발견 됐다'라는 기사가 실릴 정도였다니 상상이 가는가? 이 생각 지도 못한 비대면 뒤에 감춰진 터치의 위력에 소름이 돋았다.


이젠 키오스크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다면 터치가 아니라 음성 인식으로 바꿔야 하나? 아니 이것도 침은 튈 테니 다 배달로 해결해야 하나? 우린 바이러스의 공격을 막아낼 방법은 있을까? 놀라움에 별의별 생각이 꼬리를 무는데 이어지는 테스터 화장품, 호텔과 영화관 설명도 입이 떡 벌어진다. 레알 무섭다.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 있다. 뭐 저자도 들은 바를 옮긴 것에 불과하겠지만 살에 고름(농)이 낀다는 건 염증이 있다는 것인데 염증 부분만 떼어 내고 먹어도 전혀 이상이 없다는 B목 갈비 내용이다.


한데 이상이 없다는 건 당장 맛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 몸에는 분명 좋지 않을 텐데 그렇게 해롭지 않으니 먹어도 된다는 식의 설명은 심기 불편했다. 고름이 덕지덕지 붙었던 고기 부위를 먹는다고 상상하니 앞으로 갈비는 먹지 못하겠다.


또, 즐겨먹는 회에 대한 내용은 더 충격적이다. 광어와 도미를 파는 음식점 70곳을 조사했는데 단 한 곳도 진짜 광어와 도미를 파는 곳이 없었다니 정말 믿기 힘들다.


그리고 깊은 불향의 짬뽕이나 쌀국수 같은 육수 내기의 고단함을 무색하게 만드는 마법의 가루는 장인의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겠으나 상도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몸에 해로운 재료가 아니라면 땡큐일지도 모르겠다는 이기적인 마음도 좀 든다. 요리를 못하는 사람들에겐 구원이 아닐까?


98쪽, '깊은 불 맛' 짬뽕의 비밀

107쪽, 알고 당하는 대역 모둠회


더 보자! 소비자 입장에서야 어차피 비용을 지불하고 먹는 거니 동물복지로 사육되는 유기농 돼지가 좋으리라는 건 이해한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그렇게 복지를 들먹일 정도로 애지중지 키우는 목적이 '먹기' 위한 사육이라는 게 좀 그로테스크 하다. 질 좋은 고기를 얻기 위해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니. 살짝 비틀어 이야기하면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해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를 의식해 보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방송에서 다루지 못한 탐사 취재 과정의 에피소드와 뒷이야기를 생생하게 현장감 넘치게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비열한 업소를 고발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상생하려 노력하는 생산자도, 또 어떻게 하면 현명한 소비자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까지 두루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칭찬할만 하다. 그리고 한참 들불처럼 번지던 대륙의 실수가 이제는 실수를 넘어 실력이 돼버린 제품을 보면서 언젠가 반도의 실수가 등장하는 날이 왔으면 싶다.


295쪽, 대륙의 실수 '차이슨'


들어보지 못한 소비의 차별 '핑크 택스'나 태극도령의 무당 쇼, 호텔의 봉사료 덤터기 등등 아예 몰랐거나 모른 척했던 일들을 보면서 읽는 내내 짜증은 말할 것도 없고 불안감이 적지 않았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이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은 인간들이 너무 많잖은가.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업종과 업소들에서 행해진 파렴치하고 비인간적인 일들은 과연 지금은 사라진 일일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는 데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을까? 혹시 이후 재탐사는 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악덕업자가 배불리 잘먹고 잘살면 좀 억울하지 않겠나.


이 책을 읽고 어쩌면 모르는 게 약이었겠다는 생각도 없진 않았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감안하면 제일 무서운 건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는 일이 아닐까. 신뢰가 사라졌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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