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 마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처방
정신과 의사 토미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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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작 <정신과 의사 TOMY가 알려주는 1초 만에 고민이 사라지는 말>을 읽은 적이 있는데 솔직히 1초 만에 사라지는 고민이라면 애초에 고민도 아닐 테지만 그의 간결한 조언은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효과가 있다.


어디에서 조사한 건지 모르겠지만 방송에 복면을 쓰고 등장해서 그런가? 토미는 복면 의사로 알려져 있는데 아무튼 독자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정신과 의사로 뽑힐 만큼 SNS에서도 유명세를 치르는 일본의 정신과 의사다.


그런 그가 '마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처방'이란 부제로 그동안 SNS에 올렸던 우울, 불안, 용서, 인간관계 등에 대한 짧은 글들 모았는데, 내담자와 상담하며 깨달은 것들을 짧게 메모 형식으로 기록한 잠언집이다.


독자에게 '산다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있어 때론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방향타가 되어 주고 싶었다 한다. 4개 챕터 221개의 마음 처방은 짤막한 글로 자기 전 읽기도 좋고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바로 위로 와 공감을 받을 수 있겠다.


공교롭게 제일 첫 잠언이 '내려놓기'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단 하나의 방법이 내려놓기라고 조언하는데 어디 내려놓을 게 타인과의 관계뿐일까. 가족 그것도 자식과의 관계에선 절대적으로 내려놓아야 살 수 있음을 정승우 씨와의 관계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이라 순간 공감이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다.


불필요한 정보를 흘려버리지 못하면 '지친 것'이라는데 요즘 매사 예민하고 마음이 뾰족해지는 것이 나도 그 때문이겠다 싶지만 달리 지쳤다 하더라도 딸리 벗어날 방법이 없어 착잡해진다. 그저 수면제가 해결챌이려나.


23쪽, 기대

41쪽, 삶의 의미


그래도 벌레처럼 사는 건 좀 그렇지만 타인의 시선에 무신경하는 게 좋다는 저자의 말에는 동감한다. 반면 현재 이 순간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현재에 집중해 앞날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 또한 대략 난감이 아닐까 싶다.


과거를 돌아보면 현재에 쏟아부었던 젊은 날이 있어 내가 현생인 지금 이리도 팍팍한 게 아니겠는가 싶다. 그래서 그저 어느 때라도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보다는 현재는 적당히 맛보고 미래 걸 좀 남겨 두는 게 낫겠다 싶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197~198쪽, 소망

239~2340쪽, 편안하게


만화로 보는 토미와 상담소를 꾸려 상담 사례를 통해 보다 쉽고 친절하게 조언해 주기도 한다.

솔직히 이 책은 탈무드처럼 인생 지침서같이 묵직하진 않다. 그렇다 하더라도 타인과의 관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이지 않고 복잡하게 얽혀 살아내야 하는 현대인의 처지에는 꽤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될만하다.


또 기분에 따라 상태에 따라 위로받거나 팁을 얻고 싶은 제목을 골라 펼쳐도 좋겠다. 짧은 글이지만 깊고 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돼서 참 좋다. 필사하기도 좋고.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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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짧고도 사소한 인생 잠언 - 마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처방
정신과 의사 토미 지음, 이선미 옮김 / 리텍콘텐츠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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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이지만 깊고 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돼서 참 좋다. 필사하기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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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BRIS - 나를 찾아 주세요
박성용 지음 / 좋은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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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제목에 끌렸다. '나를 찾아 달'라는 부제 역시. 제목 풀이를 보다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던 인간의 신을 향한 오만함으로 바벨탑을 쌓아 올리고 결국 다른 대륙의 언어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미스터리 소설로 제목부터 흥미롭다.


동물이 인간의 언어를 알게 된다면? 이란 상상력으로 탄생한 통역기 같은 MLF은 흥미롭지만 줄곧 '어떤 질문을 할지'로 귀결되는 내용이나 찬반 토론의 논리의 수준은 좀 빈약하게 느껴져 살짝 김빠진다.


게다가 "불쌍한 동물들을 위해서 인간들이 좀 배려하고 노력하자"라는 유기견 3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패널로 등장하는 인물의 말은 이미 동물을 지배하고 있는 인간의 오만한 시혜다. 또, 좀 더 키우기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나 말을 잘 듣게 만들려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 역시 마음에 안 든다.


100쪽, 오후: 혼돈(混沌)


사실 애초에 동물들을 길들이는 걸 '곁에서 보호한다'라고 착각하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자조적인 방어가 동물권일지도. '말 못 하는 동물이 얼마나 불쌍하냐'라는 관점은 인간 입장이니 배려나 시혜에서 출발하는 권리라고 해봤자 그저 포장한 수준이 아닐까?


148쪽, ​오후: 혼돈(混沌) ​


이어진 사건 일지는 딱히 MLF와 연관되거나 그 부작용 때문이라고 보기도 애매하고 좀 극단적이기도 해서 좀 갸우뚱해진다. 반려 동물이 말 귀를 알아 듣는다고 청부 살견을 시키고, 애정이 뿜뿜해서 동반 자살을 하거나, 리듬 좀 탄다고 주인의 살인 현장에서 춤에 빠진다는 둥의 설정은 어딘가 많이 미흡하다.


이 책은 반려견 천만 시대, 그 끝을 알 수 없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일어날 법한 일이라서 어쩌면 과학이 지닌 양면성에 대한 섬뜩한 경고일 수 있겠다. 인간의 탐욕은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시의적절한 시사점을 던지긴 했지만, 상상력과는 다르게 글의 전개가 단순하고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짜임새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아직 덜 다듬어진 건 아닐까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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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BRIS - 나를 찾아 주세요
박성용 지음 / 좋은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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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천만 시대, 그 끝을 알 수 없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일어날 법한 일이라서 어쩌면 과학이 지닌 양면성에 대한 섬뜩한 경고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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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지기 쉬운 영혼들 - 우리가 무너진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리카 산체스 지음, 장상미 옮김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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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회복력이란 고결한 특성이라기보다는 억압받으며 강요당하는 삶의 방식이다. 적응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다." 8쪽, 우리의 이야기는 중요하다


저자 에리카 산체스. 멕시코 이민자의 딸이자 시인이고 소설가이면서 드폴드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멕시코계 미국 이민자 여성의 정체성을 그린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를 썼다.


읽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내가 이걸 읽고 앉아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그의 질의 안녕과 HIV에 걸려 죽으면 집안 망신이라는 둥 시답지 않은 농담이 페이지를 채우는 동안 나는 세상 모든 HIV 유병자가 들었다면 솔찬히 마상을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아울러 좀 삐딱한 시선이 되고 말았다.


암튼 페미니스트의 이야기라기보다 자신의 자위와 문란한 성관계로 야기되는, 말하자면 낙태 같은 일들이 여러 문화·사회적 배경 혹은 아포리즘에 세뇌 당해 벌어진 일쯤이고 일말의 자책감도 존재한다는 그런 잡다한 이야기가 계속돼버려서 덮을까 말까 망설였다.


"가난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가난을 방치하는 것은 인류의 수치다. 하지만 필요에서 창조성과 관대함이 길러진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생존방식이다. 우리는 부족하기에 관계를 형성한다."49쪽, 광대 되기


하지만 중간중간 틈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인종과 문화적 측면에서 남성에게 깔봄 당하는 여성차별과 지정학적 빈곤을 싸잡아 조롱하는 듯하면서 한편으로 인종차별적 현실을 꼬집기도 해서 당장 책장을 덮진 못하게도 한다. 가만, 근데 리사 심슨이 페미니스트였나? 심슨 가족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궁금했다. 어느 정도길래 우상까지?


79쪽, 광대 되기


헷갈린다. 유머와 조롱의 경계가. 그가 주장하는 유머, 대부분 신체적 비하나 조롱 섞인 농담에 대한 부분은 분명 페미니스트답지 않은 게다가 인권적으로 보자면 비인권적인 차별에 더 가까운 발언들인데 그런 것들을 지적하고 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억압이라고 하는 것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억압은 부당함이라고 할 수 있을지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


한편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나타난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는다. 몰입까지는 아니어도 잘 읽다가 '어?'하며 길을 잃는 순간이 있다. 아무튼 얼마간 스페인 조상의 피가 섞인 태생으로 미국에서 멕시코 이민자의 후손인데다 정숙함을 강요받는 집안 분위기와는 다르게 튀고 자유분방한 삶을 꿈꾸는 저자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대학물을 먹으면서 꿈틀대는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낸다.


그는 관계에서 주도권을 갖는 방법으로 주로 농담을 무기 삼는데 사실 그의 질염과, 외모, 피부색, 차별주의자, 정신질환과 자살 사고에 대한 농담은 남성우월적인 세상에서 여성, 그것도 유색 이민자 여성으로 겪는 부당함에 대한 저항이다. 그래서 예민함을 웃음으로 무마하면서 회복을 위한 여유의 시간을 가지려 애쓴 건 아닐까.


"절대 아물지 않는 상처. 내 눈에는 그 여성들이 보이지 않는 칼날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니 어릴 적 읽었던 어느 전설이 떠오른다.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을 때까지, 발에서 피가 날 때까지 춤을 추었던 소녀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어쩌면 그 소녀도 절대 아물지 않을 상처를 치유하려 애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 모두 그러고 있는지도. 어쩌면 살아 있다는 게 바로 그런 것일지도." 104쪽, 모국으로 돌아가다


이 책은 세상에 섞이지 못하고 가장자리로 밀려난 소수자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끊임없이 실패하고 망가지면서 마주하는 현실에서 절망하는 대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것,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멘탈을 회복시키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216쪽, 즐기는 게 좋아


그의 이야기는 거침없다. 너무 걸러지지 않은 말과 표현들로 그의 강요된 무의식, 우울, 자살 시도와 임신 중단의 실패와 좌절 그 속에 처연히 박히는 실없는 농담 등은 솔직히 이해와 공감의 어디쯤이라서 그냥 넘기기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방인이란, 완전 타인이 아니라 친절하지 않은 세상에서 누구나 밀려나는 소수자 혹은 이방인이 될 수 있으며 그런 고통스러운 삶에서 우리는 어떻게 회복하려 애쓰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의 이방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생존 기록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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