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BRIS - 나를 찾아 주세요
박성용 지음 / 좋은땅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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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제목에 끌렸다. '나를 찾아 달'라는 부제 역시. 제목 풀이를 보다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던 인간의 신을 향한 오만함으로 바벨탑을 쌓아 올리고 결국 다른 대륙의 언어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미스터리 소설로 제목부터 흥미롭다.


동물이 인간의 언어를 알게 된다면? 이란 상상력으로 탄생한 통역기 같은 MLF은 흥미롭지만 줄곧 '어떤 질문을 할지'로 귀결되는 내용이나 찬반 토론의 논리의 수준은 좀 빈약하게 느껴져 살짝 김빠진다.


게다가 "불쌍한 동물들을 위해서 인간들이 좀 배려하고 노력하자"라는 유기견 3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패널로 등장하는 인물의 말은 이미 동물을 지배하고 있는 인간의 오만한 시혜다. 또, 좀 더 키우기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나 말을 잘 듣게 만들려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 역시 마음에 안 든다.


100쪽, 오후: 혼돈(混沌)


사실 애초에 동물들을 길들이는 걸 '곁에서 보호한다'라고 착각하는 인간들이 만들어낸 자조적인 방어가 동물권일지도. '말 못 하는 동물이 얼마나 불쌍하냐'라는 관점은 인간 입장이니 배려나 시혜에서 출발하는 권리라고 해봤자 그저 포장한 수준이 아닐까?


148쪽, ​오후: 혼돈(混沌) ​


이어진 사건 일지는 딱히 MLF와 연관되거나 그 부작용 때문이라고 보기도 애매하고 좀 극단적이기도 해서 좀 갸우뚱해진다. 반려 동물이 말 귀를 알아 듣는다고 청부 살견을 시키고, 애정이 뿜뿜해서 동반 자살을 하거나, 리듬 좀 탄다고 주인의 살인 현장에서 춤에 빠진다는 둥의 설정은 어딘가 많이 미흡하다.


이 책은 반려견 천만 시대, 그 끝을 알 수 없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일어날 법한 일이라서 어쩌면 과학이 지닌 양면성에 대한 섬뜩한 경고일 수 있겠다. 인간의 탐욕은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시의적절한 시사점을 던지긴 했지만, 상상력과는 다르게 글의 전개가 단순하고 미스터리라고 하기에는 짜임새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아직 덜 다듬어진 건 아닐까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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