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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쓰는 AI만 멍청해 보일까? - 같은 AI를 써도 결과가 달라지는 진짜 이유
이한빛 지음 / 생능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와 씨, 소름 돋았다. 마치 냉동창고에 1시간은 덜덜 떨고 있었다는 착각이 들 만큼. "AI가 먼저 읽어 봤습니다."라는 프롤로그를 읽다 말고 책날개를 들춰봤다. 양팔을 감싼 도도한 자세의 저자가 챘 씨(Chat GPT)에게 시켰다는 문단을 읽으면서 뭐지?라는 불편한 감각이 단전 밑으로 툭, 떨어졌다.

5쪽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AI를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질 것이다. 나를 덜 탓하게 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기 전에 한 번 더 멈추게 된다. 그 멈춤이 결과를 바꾼다." 9쪽
그동안 몇 권의 AI 관련 책에서 공통적으로 하던 질문의 문제, 프롬프트만 잘 써도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진다는 말을 믿고, 프롬프트 앞에서 몇 번이고 고쳐 쓰면서 씨름하곤 하던 일로 끝날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동안 나는 같은 챗 씨를, 제미 씨를 클로드 씨를 사용한 게 아닌 게 분명하다는 걸 단 한 문장에 깨달아 버렸다. 꽤나 스산한 바람이 갈빗대 사이를 훑으며 지나는 기분이 든다. 같은 AI, 다른 결과의 진짜 이유가 내 무지였다니.
저자 이한빛은 연세대학교 언론학 전공후 데이터 분석가로 삼성, LG, 현대 등 다양한 기업들의 데이터 분석 현장 실무를 담당했으며, 현재는 모교에서 AI와 데이터 분석을 연구하고 있다. 언론학으로 다져온 '메시지 전달 감각'과, 기업에서 데이터를 다루며 체득한 실무 감각을 '설명 엔지니어링(Explanation Engineering)'이라는 개념으로 응축했다.

나도 모르게 '평균값'과 '공백'이라는 저자의 말을 공허하게 중얼거린다. 그동안 열심히 머리를 굴려가며 AI에게 고작 평균값을 정리하라고 주문하고 그걸 또 잘 정리된 보고서처럼 활용했다는 게 허탈했다. 결국 내 질문에는 허점보다는 공백이 많았음을 지적당한 느낌이다.
나 역시 남들 다 쓴다는 세 가지 AI를 돌려쓰면서 그중에 흡족하진 않지만 그나마 질문 의도(?)와 유사한 대답을 내놓는 평균값 위에서 골라 쓰는 정도로 만족하면서 어쩌면 '얘네들도 아직은 멀었군'이라며 약간의 우월감에 만족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AI 답변의 질 차이가 도구의 성능이나 타고난 질문 센스 때문이 아니라고 말한다. 원인은 사용자가 자신이 필요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정답만 요구해온 태도, 즉 '설명의 공백'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한다.
AI는 질문에 공백이 보이면 자기 나름대로 가장 무난한 '평균값'으로 채운다는 설명은 알면서도 당하는 선빵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은 흔한 프롬프트 꿀팁 모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기 전에 나의 조건을 문장으로 구조화하는 '설명 엔지니어링'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질문이 명확히 설계되면 답변의 밀도가 달라진다는 것이 핵심이며, 독자는 AI의 '사용자'에서 결과를 통제하는 '설계자'로 바뀌게 되는 마법이 일어난다.
그래서 읽으면서 질문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글이 필요한 목적에 따라 대상이나 내용이 달라져야 하는 조건의 문제임을 확인하게 돼서 저자의 "프롬프트는 질문이 아니라 조건이다."라는 말이 십분 공감됐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저자가 콕, 집어 말하는 습관처럼 메타인지 점검을 잊어버린 채 질문하는 것들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게 되면서도 그 날아가 버린 공백의 질문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책을 덮고 나면 조금 더 매끄러운 보고서와 글짓기를 경험하게 된다.

110쪽



16. 상태를 말하면 답이 달라진다
한편으로는 당장 편하게 써먹을 만능 프롬프트를 기대했다면 다소 뻔한 책으로 느껴질 수 있겠지만, 만약 AI를 오래, 제대로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추천할만하다. 정독과 다독할만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