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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위어 가는 책
소희림 지음 / 좋은땅 / 2026년 5월
평점 :

제목도 독특한데다 나이 든 이후로는 이렇다 할 동화를 읽은 기억도 없고, 게다가 독서 습관을 키워주는 동화 모음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잔뜩 생겼다.
작가 소희림은 20년 넘게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동화 작가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담긴 37편의 동화를 이 책에 한데 묶었다.

책 위에 여위어 있는 책을 올려두면 활자를 빨아들인다는 매력적인 상상에 푹 빠져 읽었다. 활자를 잃은 책을 아이들이 읽어주면 본래의 활자를 되찾게 되는 신기한 경험으로 아이들이 독서에 흥미를 키우게 된다는 판타지가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재기 발랄한 '아마따' 씨의 반전이나 강도와 빈도의 행복 지수 차이, 타인을 부러워하는 부엉이와 꾀꼬리 이야기 등등 짧은 동화가 무릎을 연속으로 탁탁 치게 만든다.
이 책은 한 편의 장편동화가 아니라 짧은 여러 편의 이야기들로 구성된 동화 모음집으로 신기한 책 외에도 홍시, 고양이, 악어 등등 주변의 평범한 생명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각 이야기 속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관계에서 고민하고 상처받고 성장하며, 그 과정에서 배려와 공감, 용기와 사랑이라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한다.
또한 동화답게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글과 삽화가 빼곡하다. 하지만 명작 고전이나 유명 동화처럼 스토리 구성이나 메시지가 탄탄하게 느껴진다고 하기엔 좀 아쉬웠다. 자극적인 것에 찌들어선지 아무튼 확 잡아끄는 킥이 없달까. 내가 뭐 동화에 대해 뭘 알겠냐만.

71쪽

97쪽

227쪽
개인적으로 이 책의 매력은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읽다 보면 뭉근히 마음이 따뜻해지고, 잊고 있던 동심에 피식 거리기도 한다.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을,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감성을 줄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오랫동안 지내며 얻은 경험이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서 억지로 짜낸 교훈이 아니라 진솔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어쩌면 책을 덮고 난 후 주변 작은 존재들이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상상력은 사실은 흐려져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을지도 모른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