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광고 카피 도감
오하림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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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인다는 것은 알고 싶어진다는 뜻이고 알고 싶다는 것은 좋아하게 될 확률이 큰마음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신경 쓰이게 됐다는 것은 좋아한다의 입구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 복잡한 사랑의 메커니즘을 이렇게 쉬운 글로 정리하다니요." 15쪽


리빙하우스의 카피를 감탄에 마지않는 저자 오하림은 TBWA, 무신사, 29CM의 카피라이터로 일했으며, '내가 광고 회사 힘들다 그랬잖아', '도보마포', '일본광고' 계정을 만들고 운영하는 기획자다.


이 책은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잊지 않기 위해 모아두고 싶고, 모아놓고 보면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그가 모은 9,000개의 광고 카피 중 68개의 카피를 추렸다.




JR큐슈 철도의 "사랑이라든지, 용기라든지, 보이지 않는 것도 함께 타고 있다."처럼 어느 것 하나 마음 흔들지 않은 게 없어 그대로 카피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댔다.


89쪽


이 책은 일본 광고에 쓰인 인상적인 카피들을 모아, 그 문장에 저자의 기억과 맥락을 조미료처럼 뿌렸다. 그저 단순한 번역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시대의 정서와 소비자의 감각이 저자의 절제된 감정을 통해 읽는 순간 공감하게 된다. 마치 한 줄의 예술을 넘어 마법 같은 느낌을 주는 카피의 세계를 고스란히 느끼게 된달까.


114쪽


그리고 이런 기막히고 코 막히는 카피도 그렇지만 '추신으로 쓸 말을 아껴 둔다'라는 둥 여기저기 첨가되는 저자의 감성 한 스푼은 기어코 온몸 감각 세포가 팡팡 터트리고 만다.


142쪽

168쪽

198쪽

292쪽


온기가 스민 편지를 쓰고 싶었던 일본우정그룹이나 적당한 애정을 과도하게 느끼게 된 힐데모어라든지 잠든 연애 세포를 깨우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도쿄 스카이트리나 게다가 당장이라도 코트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슬램덩크의 지고 싶지 않은 마음처럼 시공간을 넘어 잃어버리고 살았던 감정 폭발을 경험한다.


"언젠가는 회사라는 납작한 일반 명사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동사로 저를 설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31쪽


납작한 일반 명사, 살아 움직이는 동사 같은 기막힌 표현에 어딘가 깊은 곳이 꿈틀댔다. 별 이야기 아닐 수 있지만 소개할 납작한 회사도 없는 백수라서 더 그랬을지도.


"과거를 좇는 일이나 스스로에게 쓴소리하는 것을 낭만으로 포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때로는 현실을 회피하거나, 성장의 방향을 잃어버린 채 머물러 있는 감상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다만 저는 여전히 나의 결핍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부족함이 있다는 건, 여전히 더 나아가고 싶다는 의지의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무언가에 대한 열망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사람은 결핍조차 그렇기 때문에 결핍을 느끼는 순간 부끄러운 게 아니라, 오히려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270쪽


위스키 바, 카미야의 이야기에서 괜히 울컥했다. 나는, 무언가를 끝까지 사랑했던 기억은 없지만 저자에겐 카피가 그러했음이 오롯이 전해져서 그랬다. 카피를 이렇게나 사랑하는 사람이라니.


이 책은 '잘 쓴 문장'으로 억지로 설득한다기보다 '덜어 냄'의 공감이 돋보이는지 이해하게 만든다. 화려한 수식어 없이도 본질을 꿰뚫는 한 줄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감각의 아카이브 같아서 카피라이터나 기획자뿐 아니라, 문장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소장하고 싶게 만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하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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