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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시간 책쓰기의 기적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4년 12월
평점 :

글쓰기가 아니다 책쓰기다! 그것도 글쓰기 만렙인 강원국 작가가 강력 추천했다니 무조건 읽어 봐야지 했다. 저자는 천 권을 읽는 것보다 한 권 쓰는 게 낫다는데, 독서도 재능이라 믿으며 닥치는 대로 읽기만 하는 나로선 쓰는 게 어떤 점에서 나은 것인지 궁금했다. 작가를 꿈만 꾸고 있는 입장에서 확실히 설레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정말 기대된다.
군대 가는 게 두려워 늦출 수 있을 만큼 미루다 27살에 입대하고, N포 세대로 대학을 중퇴한 고졸에 무스펙, 무직으로 희망 없던 삶에서 우연한 기회에 책을 쓰고 작가가 되었다는 황준연은 이후 강연과 글쓰기 강의를 한다. 매년 1권 이상의 책을 내고 있고 책쓰기 코치를 하는 등 180도 바뀐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한다. 개부럽다.
기본적으로 의심이 많은 나로서는 얼마 전 사회고발 TV에서 책쓰기를 부추겨 돈을 갈취하는 정신 나간 인간을 본 적이 있는 터라 3개월이면 1권 뚝딱! 매년 1권 이상의 책을 쓴다는 썰에 의심 만렙이 되었다. 설마 걔는 아니겠지? 강원국 작가가 추천했다는데…라며 책장을 열었다.
이 책은 글을 쓰고 출간하는 과정을 다룬다. 작가의 경험을 통해 책쓰기 이전과 이후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출간 기획서 작성, 어떤 글을 써야 독자에게 먹히는지의 책쓰기 노하우, 출간 이후 마케팅과 부수적인 활동 등에 대해 작가의 노하우가 담겼다.
“일단 시작하면, 멈추지 않으면, 한 권의 책은 탄생한다.” 9쪽_프롤로그
물론 글을 쓰는 것이 쉽다고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는 방법은 일단 쓰고, 고치고, 멈추지 말라고 조언한다. 책쓰기는 재능이라기보다 기술에 가까다고 하면서 꾸준한 연습과 올바른 코칭을 강조한다. 그는 제주도에서 글쓰기 코칭을 하면서 수강생에게 작가 데뷔에 3달을 약속한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지만 그렇다니 믿어 볼밖에.
읽으면서 은근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글쓰기, 아니 책쓰기를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빠진다. "전문가가 책을 쓰는 게 아니라, 책을 쓰면서 전문가가 된다."라는 그의 말은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책쓰기가 삶을 판타스틱하게 바꾸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순식간에 드라마틱 하게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가급적 현재의 일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병행하라는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는다. 책을 출간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간 강의 요청이 쇄도해서 정신없이 바쁘게 될 테니 그때 퇴사를 고민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근데 자기계발서나 그렇지 에세이도 강연이 쇄도하려나?
1장의 느낌은 쓰면 인생이 바뀌는데 왜 주저하고 있느냐 얼른 쓰라는 반복되는 잔소리랄까. 저자의 경험을 통해 책쓰기가 어떤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당신도 느껴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려 애쓴다.
하지만 마음은 알겠지만 반복되는 이야기는 약간 뜬구름 잡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1년에 100권의 책을 읽으면 전문가처럼 글을 쓸 수 있고 그로 인해 강의와 강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이야기는 사실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석 달이면 책쓰기가 충분하다니 더욱.

71쪽_책 1,000권 읽기보다, 한 권 쓰는 것이 낫다
하지만 뒤이어지는 장부터는 출간 계획서, 제목과 목차의 중요성 등 책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법한 조언들이 이어진다. 투고할 원고를 없지만 출간 계획서로 출판사의 입맛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아서 놀랐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구나 싶었다.
그럴 만도 하겠다 싶기도 했는데 요즘은 글쓰기 플랫폼이며 이메일 투고며 얼마나 많은 원고가 쏟아지겠는가. 한데 홍보와 마케팅까지 작가가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에는 갸우뚱했다. 책을 내 본 적이 없는 내가 뭘 알겠냐만 출판사 전문 영역 아닌가? 선을 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저자는 중요하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한다.
호기심, 독자의 이익을 강조하는 제목 짓기의 중요성은 두 번 읽었다. 꼭꼭 씹어 천천히 먹는 현미밥처럼 말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도 책을 고를 때 제목부터 꽂히는 책을 선택하는 편이라서 공감이 많이 됐다.
그리고 소름 돋는 한 마디. 책쓰기와 글쓰기는 다르다. 차이는 목차다. 기획의도 부분은 작가의 입장이 아닌 출판사의 입장에서 써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예문은 작가의 입장만 있다. 출판사의 입장에서 혹 할만한 기획의도를 써내라지만 그럴만한 가이드가 없어, 그래서 좀 아쉽다. 코칭을 들으라는 이야긴가?

173쪽_목차대로만 써라

198쪽_계약할 때 고민해 볼 것
저자의 "책쓰기의 시작은 작가가 쓰고 싶은 책을 쓰는 것이 아니다. 팔릴 만한 책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라는 조언에는 개인적으로는 동의할 수 없지만 책을 쓰는 목적이 전업 작가로 생계유지가 목적이라면 그럴 만도 하겠다는 공감은 된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로 잘 팔리는 책이 쓰고 싶다. 가능하다면.
분명 반복되는 조언이 많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허투루 들리지는 않는다. 만약 이 책을 읽고도 가슴 뛰지 않는다면 어쩌면 당신은 책을 쓰고 싶은 열망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꽤나 흥분되는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완독 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